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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아들 병수발…신기동 도너츠 할머니

구부자 할머니 “단골 위해 기쁜 마음으로 일해”


[여수신문] 20여년 가까운 세월동안 몸이 불편한 아들의 병수발을 받아내며 도너츠를 팔고 있는 할머니가 있다.

신월동에 사는 구부자(63) 할머니는 매일같이 신기동 부영3단지 오르막길 모퉁이 한 켠에 자리를 잡은 채 직접 빚은 도너츠를 팔고 있다.

아침저녁 이 일대를 지나는 출퇴근 차량사이로 허름한 봉고차에 ‘도너츠’라는 크게 새겨진 문구가 눈에 띈다.

할머니는 아침 8시면 문을 열고 도너스 반죽을 빚기 시작한다.

꽈배기, 단팥빵 등 기름에 노릇노릇 튀겨진 도너츠들이 입맛을 당긴다.

도너츠 7개 3000원. 얼마 전까지만 해도 3개 1000원 했지만 예전처럼 팔았다간 수지를 맞추기 힘들다고 한다.

그때보다 밀가루와 설탕, 튀김 기름 등 재료값이 절반 이상 올랐다.

하루 4~5만원 정도벌이지만 재료비 3만원 가량을 제하면 할머니 손에 들어오는 돈은 고작 1~2만원.

경기가 어렵다보니 손님들의 발길도 뜸해졌다. 어떤 손님들은 1000~2000원 어치만 사가는 손님들도 있지만 할머니를 잊지 않고 찾는다는 단골손님들 덕분에 장사를 유지하고 있단다.

저녁 8시. 컴컴한 밤이 돼서야 할머니는 오늘 장사를 마감한다.

할머니는 또 주저할 새 없이 집으로 향한다. 거동이 불편한 막내아들 저녁상을 늦지 않게 차리려면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막내아들은 군 복무시절 머리를 크게 다쳤다. 복무당시 별다른 증세가 없던 것이 제대한 후부터 마비증세가 시작된 것. 마비는 온몸으로 퍼져 이제 할머니의 도움 없이는 거동조차 할 수가 없다고 한다.

 병수발만 20여년. 마흔이 훌쩍 넘어 버린 막내아들과 할머니는 그 둘을 의지한 채 외로이 살아가고 있다.

“내가 전생에 지은 죄가 많아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마음이 편할 날이 없어”

한숨소리가 할머니의 착잡한 심정을 대신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석창의 한 교회에서 새벽기도를 올린다.

살림살이가 힘든 자식들이 잘되고 힘든 경제상황이 조금이라도 풀리길 바라는 할머니의 간절한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일반인들에게 조차 하루 종일 서서 일을 하는 것은 힘든 노동이다.

때문에 할머니는 하루일과가 끝나면 만신창이가 되고 만다. 게다가 다리가 좋지 않아 얼마 전부터 관절염까지 겹쳤다.

안타까운 마음에 자식들은 만류하지만 할머니는 오히려 큰소리다.

“집에만 있으믄 더 아프당께. 그나마 이거라도 한께 아픈 줄 모르는 거여”

지난해 건강이 급속히 나빠져 할머니는 장사를 잠시 중단하려 했었다.

그러나 할머니의 도너츠를 찾는 단골손님들의 성화에 못 이겨 다시 나섰던 것.

 때문에 할머니를 찾는 도너츠 파는 일을 그만둘 수가 없단다.

“하루에 1만원씩 벌면 한 달이면 30만원 아녀. 뭘 해도 기쁜 마음으로 일을 해야 인생도 즐거운 법이여”

할머니의 얼굴에 이내 곧 웃음꽃이 피어났다.

 

조승화기자  webmaster@yeosu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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