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말하길 지방의회에 가면 그 지역 정치수준을 읽을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열린 여수시의회 정례회에 가보니 그 말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시정질문은 한해의 시정업무 주요성과를 살피고 현안을 점검하는 공식적인 자리다.

이런 자리에서 내년 시장선거 출마자들의 신경전이 벌어지면서 막말이 오가고 상대방을 헐뜯는 등 삼류 유세장에나 봄직한 흑색선전이 벌어졌다.  

내용은 이렇다.

3일 오후 시정질문이 열린 여수시의회 123회 정례회 본회의장에서 서완석 의원의 보충질의를 위해 나선 강용주 의원이 오현섭 시장을 상대로 갖가지 질문을 시작하면서부터 불거졌다.

강 의원은 특히 오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신규 사업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얼마 남지 않은 시장 임기 말에 각종 신규 사업을 시작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시장으로써 독선이 아닌가요”

강 의원의 공격적인 질문에 오 시장의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게 임기와 무슨 연관이 있나요. 행정이란 게 연속성이 있는데 소홀히 할 수 없는 것 아니요. 왜 시비를 거요”

오 시장도 맞받아치며 불만을 드러냈다.

급기야 두 사람의 질의응답은 상대방의 인격에 대한 비난으로까지 비화되면서 막말이 오고갔다.

강 의원은 곧바로 “오 시장은 자신에 대한 호평과 악평에 따라 사람이 변합니다. 특히 좋지 않은 얘기가 나오면  얼굴표정부터 말투까지 달라지는 게 얼굴에 드러나요. 좋지 않은 것은 고치세요”라며 응수에 나섰고 강 의원의 인신공격성 발언에 대해 오 시장도 “귀하나 좀 잘하길 바랍니다”며 맞받아쳤다.

두 사람의 얼굴에는 흥분을 애써 감추려 하는 모습이 역력했고 방청객들로 하여금 듣기 거북한 질의응답은 말 그대로 수준이하의 행동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았다.

풀뿌리 민주주의라 불리는 신성한 의회다. 어떻게 내년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의 흑색선전으로 하여금 의회의 신성함을 더럽힐 수 있단 말인가?

회의장에서 언급된 모든 발언은 속기록에 기록돼 영구히 남는다. 우리의 후세들에게 이토록 부끄러운 역사를 보여줄 것인가?

특히 산만한 회의분위기도 이제는 바꿔야 하지 않을까?

발언권도 얻지 않은 채 자리에서 떠드는 행위, 제한된 발언시간을 준수하지 않아 회의진행을 곤란하게 만드는 행위, 회의도중 자주 자리를 비우는 행위.

엑스포를 앞두고 시민의식은 상당히 높아졌다. 하지만 정치수준은 오히려 후퇴하는 느낌이다.

이러한 시민들의 의식수준에 맞추도록 의원 스스로가 노력하고 공부해야 한다. 그 평가는 반년뒤 시민들이 할 것이다.

이제는 변해야 산다. 부끄러운 시장바닥식 의회 분위기가 아닌 좀 더 진지하고 생산적인 분위기를 만들기위해 각성해야 하지 않을까?

조승화기자  webmaster@yeosu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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