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업계가 벼랑 끝에 몰려있다. 태풍 ‘루사’가 지나간 이후, 화정면, 남면 등지의 피해현장에서 주민을 만난 기자는 ‘이제 끝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경제를 받치고 있던 수산양식업이 완전붕괴된 현장에서 기자는 이제 몇 달 후, 내 손으로 ‘적조, 태풍피해 어민 비관 자살’이라는 기사를 작성해야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난해 중국산 활어에 밀려 고전하는 양식어민들을 취재해 ‘국산 양식활어를 먹자’는 기사를 쓸 때까지만 해도, 어민들이 어려움에 빠져있다는 추상적인 생각만 가졌었다.

그러나 올해 여름 유해성 적조가 몰아치며 10억원에 가까운 피해가 발생하자, 참으로 안타까웠고, 정부의 현실적인 보상이 이뤄지길 기대할 뿐이었다.

95년, 사상 최악의 적조 피해가 발생한 후, 별다른 피해가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10억이란 피해는 대단한 것이었다. 이 와중에 태풍 ‘루사’가 여수를 지난다는 소식에 농민들이야 피해가 있겠지만 적조소멸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내심 환영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 반대로 나타났다. 어민들이 3백억 대의 충격적인 피해를 입은 것이다.

좋다.

피해는 입은 것이니까 어쩔 수 없다.

이제 양식어민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온 시민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수산양식업의 붕괴는 지역경제의 붕괴다.

이것은 막아야 한다.

온 시민이 모금을 해서라도 이들을 살려야 한다.

위기가 기회라 했다. 정부도 양식어민들의 말을 크게 들어야 한다. 섣부른 복구가 우리 양식업계의 미래를 어둡게 할 수 있다. 당장 많은 돈이 들어가더라도 적정한 보상을 통해, 양식업계의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 2-3억 빚더미에 앉아 있으면서 고기키워 팔면 적자보는 어민들에게 또 무슨 보조며 융자인가. 이런 국가경영은 있을 수 없다. 깨진 독에 물 붓자는 얘기냐. 어민도, 수협도, 국가도 같이 죽자는 것이냐.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보상밖에 대안이 없다. 보상만이 앞으로 가두리 양식을 계속해나갈 어민들과 양식을 포기할 어민들과 수협과 지역경제와 국가경제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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