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발생한 여수산단 대림산업의 공장폭발사고와 관련, 현재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향후 어떤 대책이 마련되고 있을까?

서둘러 보상협의가 끝나고 사망한 근로자들에 대한 장례까지 마치다보니 언론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여수산단 폭발사건'에 대한 관심이 뚝 떨어졌다.

다만 여수시민협 등 8개 사회단체와 민주노총 전남본부, 여수진보연대, 전남환경운동연합 소속 회원들은 지난 21일 여수시청 현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립산업 대표 형사처벌은 물론 공장허가를 취소하라" 등을 요구했다.

그렇지만 이 자리에서도 고질적 병폐인 재하도급 관행에 대한 근절과 향후 대책을 강구하라는 목소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공장폭발 등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무엇일까? 첫째는 대형 하청업체에서 산단의 일감을 '독점'한 후 재하청을 주는 다단계 방식의 하도급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

이번에 대림산업 폭발 사고로 숨진 6명과 중상자 6명은 재하청업체에서 고용한 1개월짜리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특히 이번 사고의 경우 1차 하청업체인 (주)유한기술과 체결하지 않고 유한으로부터 '재하청'을 받은 ㄱ사와 맺었던 근로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었다.

그렇다면 왜 하청을 주는 관행이 근절되지 못하고 있을까? 대기업체의 입장에서 보면 일 년에 몇 개월 보수공사를 할 때 필요한 정비인력을 정규직으로 확보한다는 것은 경영난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에 하도급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하청업체 선정방식이 공개 경쟁입찰을 통한 '최저가제'를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개입찰에 참여하는 업체는 강력한 로비와 재력을 갖춘 대형 하청업체들이 저가에 공사를 딴 뒤 일정수수료를 떼고 다시 소규모 업체에 재하청을 주는 '먹이사슬'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재하청을 받은 업체들은 이윤을 남기려면 사고위험이 따르는 무리한 작업을 단기간에 끝내야 하는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악순환의 피해는 고스란히 비정규직 근로자들이다.

지난 1989년 10월 럭키화학 폭발사고의 사망자 16명을 비롯하여 지금까지 여수산단에서 발생한 각종사고로 숨지거나 다친 근로자 1000여 명의 80%가 비정규직 또는 협력(하청)업체의 직원들이었음에서도 알 수 있다.

이들 재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경우 일하는 날이 연간 평균 100여일에 불과할 정도로 '단기 계약직'이기 때문에 신분이 불안정하다.

더욱이 영세 재하청업체들은 계약비용에 맞추느라 숙련공을 투입하는 숫자를 줄이는 대신 안전교육마저 제대로 받지 않는 미숙련공을 투입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둘째, 잇단 대형 참사에도 처벌은 고작 벌금형이라는 솜방망이 그친 것도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는 원인이다. 지난 1967년 여수산단이 조성된 이후 올해까지 46년간 숨진 근로자는 145명에 달하지만 인명사고에도 불구하고 회사와 사업주들은 단 한명도 징역형을 선고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화학 산업은 고도의 정밀기술이 요구되는 장치산업이다.

자칫 부실 정비를 할 경우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다.

그럼에도 '엄격한 정밀'을 필요로 하는 석유화학시설 보수공사를 '다단계 재하청'으로 수행하는 것은 '화약'을 머리에 이고 사는 형국과 같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다단계 하청, 공사비 리베이트 등 건설 현장의 불법 관행들이 개선되지 않으면 공장폭발 등 심각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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