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기업들이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물론 택배업, 문구서비스, 빵집, 주유소 등 골목상권을 침범,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여수에서도 최근 SK에너지가 지난해 10월 착공한 화물차휴게소에 LPG충전소와 종합정비업소를 설치하면서 관련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당초 화물차휴게소를 설치할 때 화물차 운전자의 휴식과 교통사고 예방, 불법 주정차를 막는다는 차원에서 추진했던 프로젝트이다.

그런데 이곳에 LPG충전소와 종합정비시설을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휴게소에 주차하던 화물차들이 다른 자동차정비업소를 이용하지 않고 전부 휴게소 내의 시설을 이용할 게 뻔하다.

결국 자동차정비업체들은 일감을 빼앗겨 고사위기에 직면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수지역 1775명의 정비업 관계자들로 구성된 여수자동차공업사협회(회장 김금철)는 지난 18일 여수시청 브리핑 룸에서 '골목상권 침해하는 SK에너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화물자동차 휴게소 설치 사업 전반에 대해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들은 대기업이 '돈만 되면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다'며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 증거로 SK에너지가 처음 사업제안에 경정비업으로 신청했다가 '정비동'이라는 애매한 표현을 써서 변경하면서 시민과 시청관계자를 속였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종합정비업소 진출은 그렇지 않아도 정비업체의 난립과 부족한 인력난에 따른 인건비 상승, 낮은 작업비용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폐업위기에 몰린 중소정비업체들을 부도위기로 내몰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SK그룹차원에서 이미 경정비는 물론 중정비 분야에 진출해 있다는 것이다. SK네트웍스 스피드메이트 사업부에서는 이마트와 손을 잡고 경정비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경정비 가맹점을 모집하고 있는데다 중정비 판금공장까지도 운영하고 있어 이미 종합정비업체에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SK에너지가 화물자동차 휴게소내에 LPG 및 정비업소를 두려는 것이 아니라 그룹차원에서 자회사인 SK네트웤스의 일감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협회의 관계자는 "여수에는 240개 정비업체 가운데 종합(20), 소형(14), 부분정비(206)업소가 있으나 평균 자동차 관리대수는 454대로 전국 평균인 537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여수시에 화물차 휴게소 내 정비업소 등록을 불허해줄 것을 촉구했다.

협회측이 등록 불허를 촉구하는 이유는 SK에너지가 그동안 지방세 납부실적도 거의 없고 이익금의 역외유출가능성도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대기업 슈퍼마켓을 운영해온 그룹들이 이익금을 역외로 유출해왔던 관행을 답습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롯데마트 여수점도 지난 2월 여수시에 주차장 착공계를 내고 국동 여수점의 주차장 부지에 셀프주유소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당초 이 부지는 롯데마트가 지난 2009년 주유소 건축허가를 신청했다가 부지 적정성 여부와 기존 주유소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집단민원으로 불허 된 뒤 지난해 행정소송에서 승소판결 후 재신청해 착공에 들어갔다.

그렇다면 대기업들은 골목상권을 침범하지 않고도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을 없을까? 쉽게 돈을 벌려고 하지 말고 최소한 그룹차원에서 왜 주력 사업을 어떤 아이템으로 선정, 진출할 것인지에 대해서 처절하게 고민해야 한다.

즉, 독자적인 경영철학을 토대로 기업을 경영하라는 것이다.

적어도 한국의 대기업은 세계적인 기업들과 싸워야겠다는 자세로 기업가정신을 가져야 한다. 쩨쩨하게 코묻는 골목상인들의 밥통을 빼앗는 소인배 같은 짓을 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소비자 또는 고객의 편의를 제공한다는 명분이 있다하더라도 최소한의 상도덕은 지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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