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로 박근혜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았다. 여론조사기관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평가조사결과, 국정운영지지도는 응답자의 52%~65.4%로 나타났다.
19대 대통령 지지도 보다 높게 조사됐다. 한국일보가 정치ㆍ행정학자 및 정치ㆍ시사평론가, 여론조사 전문가 등 10명을 상대로 박 대통령 취임 100일에 대한 평가를 조사한 결과,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점수는 100점 만점에 평균 78.5~79.2점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상당수 전문가가 국정 장악력을 회복하고 있는 박 대통령을 평가하면서 미래 국정 수행에 대한 기대치를 후한 평가에 반영했다.
반면 민주당 장병완 정책위원회 의장은 소통·신뢰·남북평화 없는 '공갈빵'이라고 혹평했다. 어떻든 박 대통령의 성적은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다. 이처럼 비교적 성적이 좋은 것은 신뢰와 원칙을 정책을 고수하려는 이미지 때문이다.
이런 여론이 반영된 탓인지 외교 등 외치에서는 좋은 점수를 얻고 있지만, 남북관계와 내치에서는 아직도 미진한 편이다. 약속을 지키는데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공약이행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역대 정부 처음으로 공약가계부(재정지원 실천계획)를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5년 임기동안에 140개 국정과제를 이행하며 이를 위해 추정한 소요 예산은 134조8000억 원이다. 이번 공약가계부에는 엄청난 규모의 예산을 어떻게 마련하고, 쓸 것인지에 대한 연도별 수입·지출 계획을 짜 놓은 것이다.
다만 이번 국정과제 이행에는 지역공약이 포함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는 공약가계부를 작성하면서 눈에 띄는 것은 140개 국정과제를 이행하는데 필요한 예산 134조원을 어떻게 조달하겠다는 것인지를 분명히 했다. 예컨대 세입에서 50조7천 억원을 더 확보하고 세출에서 84조1천 억원을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확보된 돈을 △경제부흥(33조9000억원) △국민행복(79조3000억원) △문화융성(6조7000억원) △평화통일 기반구축(17조6000억원) 등에 투입한다는 것이다. 세부적으
로 살펴보면 경제 관련 예산은 행복주택건설 등 20조원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행복(복지) 관련 재원이 경제 부흥보다 2배를 넘는다.
이처럼 재정의 투입 비중이 경제에서 '복지'로 이동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전통적으로 경제 예산이었던 SOC 예산이나 자원개발 예산이 상당부분 깎였다. 문제는 SOC예산이 필요한 지방 공약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이 없다.
지역공약 실천 로드맵을 뺀 채 발표하면서 공약가계부는 반쪽이 돼버렸다. 왜냐하면 공약가계부에 105개 지역공약의 재원대책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장 내년부터 4년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11조 6천억 원을 삭감해야 한다. 결국 대형 SOC사업이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지역공약 이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박근혜 정부는 남해안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섬진강 일원에 동서통합지대를 조성하겠다는 지방공약을 선정했다. 하지만 이번 공약가계부 계획을 보고 지방민들은 많이 실망했을 것이다.
즉, 경남과 전남을 연계하고 지역관광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섬진강 통합지대가 청사진을 만들기도 전에 '헌신짝 버리듯 포기'될 사업으로 전락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정부는 여론에 떠밀려 6월중 지역공약 이행계획을 발표한다지만 소요재원 충당 방안도 마련되지 않은데다 계획 수립과 타당성 조사에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임기 내 실천 가능성도 희박하다. 게다가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권에서 공약가계부의 계획대로 승인해줄 지 미지수이다.
또한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135조원에 이르는 공약가계부 재원을 확보하는데 쉽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정부의 바람대로 과연 민간 투자가 활성화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따라서 그동안 활력을 잃은 지방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되어야 한다. 예컨대 박 대통령의 지역공약 추진 일정과 원칙, 재원대책 등을 담은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박근헤 정부에 대한 신뢰와 함께 성공이 담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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