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해정씨 창원파 여수종친회를 이끌고 있는 정채주 회장(75. 사진)은 최근 기념비적인 자료인 '압해정씨 창원파 월천공문중 오백년사'를 편찬했다. 800쪽에 이르는 문중 오백년사를 편찬하기 위해 20년 동안 각종 자료를 수집했으며 본격적으로 집필한 시기는 2010년 10월부터 2년 4개월을 걸려 최근에 발간했다. 정 회장을 지난 24일 만나 그동안 편찬과정을 인터뷰했다.

문중 5백년사를 편찬하게 된 동기는?
▶평상시 역사를 좋아했다. 특히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가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23전 23승을 기록할 정도로 대위업을 달성했는데, 당시 이충무공을 도왔던 웅천에 거주하던 정계생의 후손에 대한 발자취를 찾아보고 싶었다.
정계생 가문의 손자 정철 등 3명과 정대수 등 증손자 2명을 포함, 5명의 후손들이 가재를 출연해 해상의병을 모집하고 왜란초기부터 충무공 휘하에 참전하여 큰 공을 세웠으나 모두 순직하여 선무원종공신으로 책록되었다. 이번에 오백년사를 편찬하면서 알게된 사실은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맞아 전승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정계생가문의 역할이 컸다. 이들은 이순신가족의 피난처를 제공하고 핵심참모 역할을 수행하며 수군의병을 모집하고 의병봉기를 주도하는 한편 이순신 구명운동에 앞장서는 등 정씨 후손들이 이순신장군의 승전에 도움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순신 장군을 도운 분들은?
▶전라좌수영의 핵심참모들은 대부분이 이 지역출신이었다. 또한 창원파 여수 입향조는 문과에 급제하여 이조 좌랑까지 올랐던 월천(月川) 정계생(丁戒生)의 손자 3명과 증손자 3명 등 6명이 충무공 휘하로 참전하여 모두 전장에서 순국을 당하는 등 멸문에 가까운 전화를 입을 정도로 피해가 컸다. 이들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여수 웅천동에 충무공을 중심으로 충절공 정철(丁哲)과 충의공 정춘(丁春), 충숙공 정린(丁麟), 충정공 정대수(丁大水) 등을 모시는 오충사가 건립되어 있다. 이밖에 충무공 어머니 초계 변씨와 동생 여필, 조카 4명 등 3대가 5년간 여수 정대수(정계생의 증손)의 집에 머물렀는데, 우리 선조들이 극진하게 보살펴 주었다는 기록도 이번에 확인했다.

창원 정씨가 여수와 인연을 맺었던 시기는 언제가요?
▶정계생 선생이 '기묘사화' 당시, 조광조의 탄핵이 부당함을 상소하였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벼슬을 버리고 여수 송현마을에 뿌리를 내렸다. 올해로 5백년이 됐다. 시조로부터 20대에 여수에 이주한 뒤, 8대째 뿌리를 내리고 있다. 2002년에 대동보를 편찬했는데 입향조 자손 4500명이 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오백년사를 편찬하려면 자료들을 수집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지요?
▶역사는 창작물이 아니기 때문에 문집이나 문헌을 수집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수십 번씩 찾아가기도 했으며 서울대 규장 각 등 전국 현장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답사를 했다. 또 20년 전부터 신문 잡지 등에서 문중관련 자료가 보도되면 빠짐없이 수집했다. 여수시사의 내용과 문중 관련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역사학자와 교수들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오백년사 편찬의 의미는?
▶월천공 문중뿐만 아니라 여수지역민들이 이순신 장군을 도왔던 조상들의 업적을 이해했으면 한다. 그 이유는 여수에 현(縣)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조정에 의견을 개진할 수 없을뿐더러 후손들이 멸문지화를 당하면서 역사에 파묻혀 버렸던 소중한 기록들을 이번에 찾아내 집대성한 것이다.

출간 후 주위의 반응은 어떤가요?
▶이번에 4800만원을 들여 2000부를 발간했다. 종친은 물론 전국 문화원과 공공도서관 등에 1928부를 배포했다. 오백년사를 받아본 많은 분들이 편지 또는 이메일, 전화를 하면서 지대한 관심을 가져주어 저 자신도 깜짝 놀랐다.

국사편찬위원회에서는 증보판 발생 계획이 없느냐고 문의해올 정도다. 편찬하는데 어려웠던 점은 ?
▶하루 4시간 잠을 자고 나머지 시간은 집필하는데 전력투구했다. 하루 종일 컴퓨터와 씨름하다보니허리가 끊어질 정도로 아팠고 눈이 충혈되어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었다. 어떤 때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일주일간 헤맸던 적도 있다. 예컨대 이순신 장군이 사형선고를 받고 형을 집행하기 위해 하옥되어 있을 때 丁哲이 우의정 정탁(鄭琢)을 통해 신구차(伸救箚: 죄없음을 살피시옵사는 글)를 해줄 것을 부탁했는데, 그 문구에 ‘단초’라는 단어를 찾아내기 위해 몇 날 며칠을 고민했던 적이 있다.

오백사를 발간하면서 느낀 점과 아쉬운점은 무엇인가요?
▶새삼 기록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누군가 '뚜렷한 기억력보다 흐릿한 잉크의 흔적이 낫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 책을 쓰고 난 뒤 여한이 없다. 후손들에게 교훈을 남겨야 하니까 좋은 일, 자랑할 만 일만 쓰는 것이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문제가 있는 선조들에 대해서 공정한 평가를 하지 못한 부분이다.

황상석  yeosu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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