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에서 방영된 '불멸의 이순신'의 한산도대첩 장면. 충무공은 이 해전에서 그 유명한 학익진으로 일본수군을 괴멸시켰다.

조선수군제도는 잦은 왜적의 침입에 대응하면서 체계화되었다. 조선 건축 초기의 방위체제는 영호남의 營․鎭군제과 함경도 지방의 익군(翼軍: 원나라 간섭기에 도입된 농민으로 편성된 상비군)체제로 이원화됐던 것이 세조 3년(1457)에 진관(鎭管)체제가 실시되면서 획일적 지방군사조직으로 구축됐다.

진관체제는 자신이 관할하는 지역은 책임을 지는 소위 '자전자수(自戰自守)의 원칙'이 적용됐다. 이 수군체제가 1백년이 흐른 뒤 을묘왜변(1555년)을 계기로 제승방략(制勝方略)체제로 바뀌었다.

허선도 교수는 "소규모 또는 대규모 왜구와의 전투에서 당시 진관체제의 방위기능이 많은 문제점을 노출됐기 때문에 획일적이고 도식적인 군사운영체제에서 탈피, 실제 적침이 거듭되는 곳에 병력을 집중적 효과적으로 동원할 필요가 있어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제승방략은 순찰사 김수문(金秀文)이 전라도에서 처음으로 분군(分軍:동원)법을 고쳤던 것으로, 유사시에 각도의 수령이 소관군사를 이끌고 본진(邑)을 떠나 미리 배정된 책임(방어)지역으로 달려가 진관단위와는 관계없이 주장(主將)의 지휘를 받는 방어체제를 말한다. 하지만 김수문 순찰사는 예전부터 내려온 여러 가지 응급방안을 하나로 일원화하여 정리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대표적 사례는 연산군 3년(1497) 녹도에 왜구들이 침입하는 것을 격퇴하기 위해 중앙에서 파견된 순변사(巡邊使) 이계동(李季仝)이 전라좌도의 수․병사 및 전라우도 수사와 합동으로 본영 휘하의 각 병선, 포작선, 수군 그리고 순천 및 광양의 요용군(繞勇軍: 육군)까지 동원했었다.

이는 바다에 접한 연해지역의 총동원체제와 흡사한 군사제도였다.<사진 2>  평상시 연해지역의 각 진에 책임자인 첨사(僉使), 만호(萬戶) 혹은 현감, 군수 등이 주로 일상의 대민행정을 담당했다. 유사시에 대비하여 모두 전시배치가 정해져 있었으며 수조(水操)와 같은 동원훈련이 있을 때에는 현지 주민들을 인솔하여 수영에 집결했던 것이다.

임란왜란 때 실전에 참가한 대부분의 해상병력이 바다에 익숙한 연해지역의 주민들로 편성된 것이 사실이다. 조선수군의 대부분이 해전(海戰)에 강한 해안지방의 토착민으로, 그만큼 안정된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게다가 수군편제 안에 연계된 비정규적 토병제도 전투력 증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수군진에 전속된 일종의 용병적 성격을 가진 특수군으로, 예컨대 전라도 연해지역의 전직관료와 무과출신 유생, 승려 등 다양한 신분계층의 인사들이 병역과 관계없이 자발적으로 해전에 참가했다. 이밖에 육상에서 의병이 일어난 것과 같이 해전에서도 해상에 익숙한 연해민들이 봉기하여 수군과 결합된 해상의병의 대부분이 수사 휘하에 들어가 맹활약했다. 

조선수군체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수군이 주둔한 지역에 성을 쌓아 방어망을 확충한 것이다.조선 건국 초기에는 산성을 위주로 전통적인 수비방법을 유지했으며 차츰 연해지역의 생산력이 회복될 때 국가수송망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연해지역의 고을에는 읍성을 축조했고 최전방인 수군의 기항지 또는 주둔한 수군진보에도 성을 쌓아 방어망을 완성해 나갔다.

그 이유는 14세기 중엽 때 왜구들이 지방에서 거둬들인 세곡창고 또는 조세를 운반하는 조운선을 노렸기 때문에 전략적 요충지가 뛰어난 곳에 수군기지와 성을 축성했었다.

황상석 기자  yeosunews@hanmail.net

<저작권자 © 여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