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수시 율촌면 취적리 수문포에 있는 왕돌백이산자락에 굵직한 자연석들이 지천으로 널려져 있다.

반면 임기봉 좌수영박물관장은 율촌면 소재지에서 남쪽으로 약 4.2km 떨어진 곳에 저수지 신산천이 있으며 이곳에 성생원의 역원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임 관장은 "17번 국도의 노선이 조선시대 여수와 순천을 잇는 역참루트였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선생원과 채석장이 정확하게 어디인지에 대해 주장이 달랐다. 

 1998년에 편찬된 율촌면지(제 1편 총설 268p)에 따르면 "성생원은 율촌면 신산리 후산마을에서 취적리 봉정마을 쪽 산기슭에 있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성생원은 특정마을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후산마을과 봉정마을을 잇는 산기슭에 있었다. 엄격하면 성생원은 마을과 마을에서 떨어진 곳에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면 성생원의 주위에 원촌(院村)이 발달되어 있었다는 기록도 있다. 순천부 고적도를 살펴보면 좌수영에서 순천으로 가는 대로가 덕양을 거치지 않고 성생원으로 이어져서 율촌 통교앞으로 지나가며 성생원이 있는 지점 마을을 원촌(院村)이라고 표기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주요 역촌의 경우 원촌이 형성되면서 상품경제의 진전을 촉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시장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생원의 정확한 위치는 어디일까? 지난 7월 31일 필자와 임용식 여수시문화원장과 임기봉 관장, 김상우 사단법인 21세기이순신연구회 수석부회장이 함께 율촌면사무소를 방문했다.

유영만 율촌 면장(56)에게 선생원의 위치를 물었는데 부임한지 6개월 정도 되어서 잘 모른다고 했다. 그는 "지난 1986년 8월 1일 행정구역이 개편되어 마을이름 가운데 상당수가 바꿨다"며 신선 2구 이장을 소개해주었다. 17호 국도를 이용, 신선 2구를 찾았을 때 임기봉 관장의 주장을 입증하는 지형지물이 나타났다. 일제 때 만들었다는 저수지가 있고 내동천이 흐르고 있다.

그렇다고 신산 2구 마을이 말을 갈아타는 역참이 있었다는 확증적인 자료는 없다. 이곳이 성생원이 존재했다는 푯말도 찾을 수 없었다. 류지태 이장(76)도 "어르신들로부터 이곳이 말을 갈아타는 곳이 있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며 "성생원이 어디에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성생원이 자리를 잡을 만한 적합한 곳은 어디일까? 순천부 고도를 그린 그림에는 원사(院舍)와 ‘강상’이라는 정자가 있었던 것으로 그러져 있다. 하지만 마구간과 말의 먹이를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초지와 다량의 물을 말에게 먹어야 했기에 수원이 풍부한 저수지와 개울이 있었을 것이다. 또한 성생원 부근에는 驛院을 운영할 수 있는 역원전(驛院田)이 있었다.

특히 교통 통신의 요충지였던 역원에는 수백 가구가 들어서는 원촌(院村)이 형성되면서 상품의 유통하는 시장도 함께 들어섰던 것으로 믿어진다. 이처럼 성생원은 공문서와 특산품, 세금을 징수, 운반하는 물류시스템과 같은 역할을 수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던 선생원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여 안내판이라도 설치했으면 한다.

난중일기에 등장하는 채석장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취적리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부근에 채석장이 있었던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채석장을 찾는 것을 포기할까 하다가 차를 여수공항의 끝 방파제 부근 바닷가를 몰았다. 차 한 대가 겨우 통과할 수 없는 좁은 농로를 따라 얼마 쯤 갔을까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바닷가에 다다랐다. 행정지역으로는 취적리의 수문포. 커다란 자연석이 지천으로 널려져 있는 속칭 왕돌백이 산이 있었다.

이 산에서 채취한 돌은 무른 편이어서 바위에 구멍을 내기가 쉬웠을 것 같다.<사진>

이 마을에 사는 장경원(79)씨는 "예로부터 이곳은 규모가 큰 자연석이 많았다"며 "이곳에 임진왜란 때 채석장이 있었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예전에도 산에서 큰 바위가 바닷가로 굴러 떨어진 적이 많았다"고 증언했다.

굳이 발파작업을 하지 않아도 큼직한 돌을 구하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어 보였다. 게다가 배를 쉽게 접안할 수 있어 채석장의 역할로서는 안성맞춤이었다.   

황상석 기자  yeosu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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