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계옥 · 박동주 모자 마라토너

자폐성장애1급 박동주(23) 씨가 어머니 유계옥(46) 씨의 손을 꼭 잡고 달리는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이었다. 생애 첫 마라톤대회에서 두 모자는 10km를 1시간55분53초의 기록으로 무사히 완주, 박수 갈채를 받았다. 3살 지능의 박 씨를 세상 밖으로 당당히 끌어내기까지, 그들의 감동 스토리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Q. 동주 씨를 보니까 영화 ‘말아톤’의 초원이가 생각나네요.
A. 그 정도만 되면 얼마나 고맙겠어요. 초원이는 말도 하고 생각도 하잖아요. 우리 아이는 자폐성장애1급으로 2~3살 지능이라 '엄마, 아빠'만 겨우 해요. 대신 표정으로 얘기하지요.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아이 표정이 훨씬 다양해졌어요. 트랙을 한 바퀴 돌 때마다 또 다른 표정이 생기는 것 같아요. 요즘은 그거 보는 낙으로 살아요.

Q. 마라톤을 시작한 계기는요?
A. 아픈 아이라고 품고만 있을 수는 없더라고요. 커 갈수록 건강 때문에라도 운동을 시켜야했지요. 손과 눈의 협응 작용이 안 돼서 구기 종목은 할 수 없었지만 다리 근육은 사용할 수 있으니까 처음에는 같이 등산을 했죠. 그런데 아이가 발밑은 안 보고 앞사람 뒤통수만 보고 따라가는 거예요. 당연히 위험하죠! 그래서 마라톤을 시작했어요.

Q. 동주 씨는 마라톤을 좋아하나요?
A. 네. 말은 못해도 아이를 보면 알 수 있어요. 10km를 뛰면, 5km는 뛰고 나머지는 그냥 걷는 식이예요. 그래도 얼굴이 참 밝아졌어요. 힘든 고비가 왔을 때, 회원들이 동주 이름을 부르며 응원해주면 수줍게 웃으면서 따라 뛰는 걸 보면 신기할 따름이에요.  

Q. 전주마라톤클럽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요?
A. 네, 전주마라톤클럽에 속한 100명 남짓의 회원들이 다들 자식 같은 마음으로 동주를 대해 주세요. 혹시라도 민폐를 끼칠까 염려하는 저에게, 오히려 동주 때문에 많은 걸 배운다며 격려도 해주시고요.

사실 이번 대회 출전도 회원분들의 격려가 없었으면 힘들었을 거예요. 아직 초보인 제가 70kg이 넘는 아들을 데리고 10km를 뛰기란 쉽지 않죠. 이렇게 큰 대회에서는 특히나 변수가 많잖아요. 그런데 저희 클럽 마옥연 회장님이 부상에도 불구하고 같이 뛰어 주기로 하셔서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Q. 두 분에게 마라톤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A. 23년이란 세월동안 저는 아들이 뭘 좋아하고, 잘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어요. 동주도 자폐아이기 전에 하나의 인격체라는 걸 잊고 산 것 같아요. 동주에게 ‘마라톤’이라는,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줬다는 게 너무 기뻐요. 처음으로 부모 노릇을 한 느낌이랄까요.

클럽 내에서긴 하지만 동주가 한 개인으로서 사회의 일원이 됐다는 것도 큰 의미지요. 원래 자폐아들이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강하고 놀라면 갑자기 괴성을 지르기도 해요. 그런데 클럽 회원들을 보면 엄마보다 더 반가워해요. 먼저 가서 인사하기도 하고요. 처음으로 동주가 보여준 ‘사회성’인 셈이죠. 앞으로 또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 사뭇 기대가 돼요.

성지영 기자  isop0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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