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코스 남자부 우승자 단체사진

"마라톤은 내 삶을 만들어 준 동반자"

▶ 풀코스 남자부 1위 이홍국(43․사진), 수원사랑마라톤클럽

"18세부터 체육선생님 권유로 마라톤을 시작해 2009년까지 코치 겸 선수로 활동했습니다. 은퇴 이후 3년 간 운동과 담을 쌓고 지냈는데 한없이 무기력해지고 왜 사는가 싶더라고요. 그래서 2012년 아마추어로서 다시 마라톤을 시작했습니다. 선수로서의 기록에 대한 집착을 버리니 마라톤은 좋은 취미이자 따뜻한 동반자가 되어 주더군요. 마라톤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매번 포기하고 싶은 자신을 이겨내면서 어디 가서 무엇을 하든 이겨낼 수 있는 내적 힘이 생기지요"

2시간36분48초의 기록으로 제9회 여수마라톤대회 풀코스 남자부 1위를 거머쥔 이홍국 씨가 과거를 회상하며 말했다. 그의 인생에서 힘든 시기 끝에는 늘 '마라톤'이 있었다.

그는 항상 가족과 함께 움직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마라톤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매년 수십 차례 전국 여행을 다니겠냐"며, "여행 비용도 상금으로 현지 조달하니 아내가 특히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현재 클럽 내 훈련팀장을 맡고 있는 이 씨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으로 회원들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한편, 수원 내 마라톤 붐을 일으키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마라톤은 전략과 전술의 싸움"

▶ 풀코스 남자부 2위 최진수(46․사진), 과천마라톤클럽

 "어떤 분들은 그냥 뛰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포기하고 싶으면 그래도 되지요. 하지만 42.195km를 완주하기 위해서는 코스마다 전략과 전술이 필요합니다. 체력과 컨디션이 비슷한 사람들끼리의 수 싸움도 엄청나지요. 대회 참가 전 풀코스 완주를 위해 매일매일 연습하지만 그 연습 내용도 다 다르답니다"

2014 새해 첫 마라톤대회의 풀코스 남자부 2위에 오른 최진수 씨가 이렇게 수상소감을 밝혔다. 그의 기록은 2시간38분36초. 최 씨는 지난 2000년, 회사 홍보 차 마지못해 5km를 뛰다가 마라톤의 매력에 빠졌다. 직장 생활의 3요소인 술, 담배, 스트레스로 부쩍 건강이 안 좋아지는 걸 느끼던 차에 마라톤은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처음 뛸 때부터 느낌이 좋았습니다. 건강해지는 느낌이랄까요? 정석으로 배우고 싶어서 '마라톤 교실'도 다녔지요"

최 씨는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많은 게 바뀌었다"며 "우선 담배를 끊었고 술은 마시되 과음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긴다며 반대하던 아내도 지금은 든든한 응원자가 됐다. 그는 "이제는 아내가 먼저, 가고 싶은 여행지에서 열리는 대회에 신청해준다"며 흐뭇해했다.

현재 과천마라톤클럽 감독을 맡고 있는 최 씨는, 회원들과 '초록우산'이라는 자원봉사단체를 꾸려 달리기를 좋아하는 불우어린이도 후원 중이다.

"내 몸과 가정이 건강해지니까 주변의 불우한 사람들도 보이더라구요. 내가 가진 것 중에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을 찾아봤지요. 단발성이 아닌 지속적인 후원이 되도록 노력할 겁니다" 

"마라톤은 '남'을 '우리'로 만드는 힘"

▶ 풀코스 여자부 1위 이정숙(49․사진) 씨, 천안마라톤클럽

 "마라톤클럽에는 남자도 여자도, 정상인도 장애인도, 상사도 부하도 없습니다. 모두 다 같은 마라토너일 뿐이지요. '마라톤'이라는 공통 주제로 한참 얘기하다 보면 '남'이었던 사람들이 어느새 '우리'가 되어 있는 걸 느낍니다"

2시간57분30초로 '2014 여수마라톤대회' 풀코스 여자부 1위의 영예를 안은 이정숙 씨의 말이다. 초등학교 체육선생님인 이 씨는 2003년, 육상부 꿈나무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같이 달리기 시작한 게 계기가 됐다. 체대를 졸업했고 지금도 일선 교육 현장에 있으니 체력적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마라톤에서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처음부터 걷든 뛰든 몇 시간이 걸리든 끝까지 완주하는 걸 목표로 했습니다. 어떤 코스이건, 여건이 좋든 나쁘든 30~35km에서 꼭 한 번 고비가 와요. 정말 포기하고 싶어지지요. 그 고비를 잘 넘기면 좋은 기록으로 이어지고 못 넘으면 포기하게 돼요. 결국, 정신력 싸움이더라고요. 그래서 마라톤클럽은 정신력 강한 사람들의 모임이라 할 수 있지요. 긍정 에너지가 넘쳐난답니다. 그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축복이에요"

 

 

"마라톤은 방심할 수 없는 애인이다"

▶ 하프 남자부 2년 연속 1위 서건철(43․사진)

"앉으나 서나 늘 생각하고 연구해야 하는 대상이니 애인보다 더 까다롭죠. 10대 후반에 마라토너의 꿈을 안고 시작해 벌써 25년째 달리고 있지만 이제야 조금, 마라톤이 뭔지 알 것 같습니다. 여건 상 선수는 못 됐어도 좋은 애인을 얻었으니 그걸로 만족합니다"

지난 5일 열린 '제9회 여수마라톤대회' 하프 부문에서 3년 연속 남자 1위를 거머쥔 서건철 씨의 말이다.

이번 기록은 1시간13분00초. 좋은 기록을 세우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연습만으로 부족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출전에 앞서 음식 조절이나 컨디션 조절이 필요하고 출전해서는 페이스 조절이 중요하다. 평소에 자신에게 맞는 주법, 즉 달리는 자세를 연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달릴 때든 그렇지 않든 항상 마라톤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 마라톤을 방심할 수 없는 애인에 비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마라톤은, 성취감이다"

▶ 하프 남자부 2위 김회묵(42․사진), 수원사랑마라톤클럽

 하프 남자부 2위인 김회묵 씨도 서 씨와 같은 생각이다. "출발선에 섰을 때의 설레임은 사랑을 시작할 때의 느낌 같고 결승선에 들어왔을 때의 희열은 사랑을 쟁취했을 때의 느낌 같다"는 게 그의 부언.

수원사랑마라톤클럽 회원인 그는 이번 대회에서 1시간14분22초로 하프 코스를 완주했다. "7년 전 운동 삼아 시작했지만 결승선을 통과할 때의 성취감에 중독돼 버렸다”며 “매년 약 20회 이상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라톤은 내 이름 석자를 지켜주는 것"

▶ 하프 여자부 1위 이연숙(43․사진), 대구마라톤연합회

"특히 여자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자기 이름 석자를 지켜내기가 힘들잖아요. 아줌마, 누군가의 딸이나 아내 또는 엄마로 불릴 뿐이지요. 그런데 마라톤대회에서만큼은 가슴에 오로지 내 이름 석자를 달고 뛸 수 있잖아요. 아름다운 내 이름, 내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계속 뛸 거예요!"

2시간26분15초로 하프 여자부 1위에 오른 이연숙 씨가 소회를 밝혔다. 그는 작년 여수마라톤대회 10km 부문에서 1위에 오르기도 한 실력자.

갑자기 살이 찌면서 마라톤을 시작하게 된 이 씨는 지금까지 14kg 이상 몸무게를 감량하며 건강을 되찾았다. 그는 "매 대회 때마다 목표 시간을 정하고 그걸 달성하는 기쁨도 크다"고 덧붙였다.

성지영 기자  isop0801@naver.com

<저작권자 © 여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