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수 농악의 산파 풍물잡이 김영씨.

30년 동안 풍물잡이로 살아 온 김영씨(50)의 아호는 ‘여수굿지킴이’다. 굿을 위해 태어났고, 굿을 보존하고 보급하기 위해 살겠다는 자신의 인생 철학이 아호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지난 90년 여수YMCA에서 여수 최초로 마당극을 공연하고, 그 다음 해 여수 신기동의 구 오작교예식장에서 여수 최초로 사물놀이 공연을 하고, 전국 8대 농악으로 평가받는 백초농악을 계승하고 있는 김씨는 명실상부한 여수 국악의 산파라 할 수 있다.

여수 화양면 창무리 백초마을에서 큰아버지와 삼촌들이 백초농악을 직접 해 온 탓에 농악은 그에게 태어나자 마자 가장 먼저 들은 세상의 소리였다. 백초마을은 임란 당시 말목장으로 유명했던 지역으로 이 곳에 탄생한 진영농악이 백초농악이다. 

이 농악은 1인 2역의 가장이 출현하는 전국 유일의 진영 농악이다. 군사들의 애환을 해학과 풍자를 담은 가장과 농악으로 풀어 낸 백초농악은 심우송 민속학 박사와 농악 교본 저자인 정병호 박사 등으로부터 국내 제일의 농악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농악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이가 바로 김영씨다. 김씨는 그동안 수천만원의 사비를 털어 몇차례 백초농악을 재현해 왔다.  김씨는  “백초농악은 호국문화 유산의 결정판이자 국내 농악을 대표하는 무형 문화재이다”며 “지역사회가 백초농악에 대한 모든 자료를 정리하고 보존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시절 탈춤 동아리에 들어갔다가 수배 생활로 전전긍긍한 자신을 보다 못해 병을 얻어 끝내 돌아가신 아버님을 가슴에 묻고 고향 여수에 돌아 온 그는 국악에 자신의 삶을 온전히 내던졌다.

그의 소원은 소박하다. 첫째는 백초농악을 살리는 것이고 둘째는 농악을 대중화하는 일이다. 그는 지금도 한 달에 10번 정도 여수지역 요양원 등을 방문해 무료 공연을 하면서 농악 보급과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김씨는 “농악을 재밌게 생활 속에서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젓가락 장단부터 가르쳤다”고 말한다. 어린 7-80년대 흔히 막걸리 선술집에서 들을 수 있었던 젓가락 장단이야말로 농악의 뿌리라고 그는 설파한다. 젓가락 장단은 입소문을 타 독일까지 퍼져나갔다.

재독 호남향우회와 강원향우회는 김씨를 초청해 강습을 받고 공연까지 선보이기도 했다. 이런 그의 노력은 여수지역 30개 마을 농악단을 만드는 일을 주도했고, 매년 국내 유수 대학 국악과에 학생들을 합격시키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김씨는 “국내 대학 국악과에서 한 해 뽑는 인원이 고작 10여 명인데 제가 가르킨 여수 학생들 7-8명이 매년 합격하다보니까 대체 여수에 누가 있냐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한다. 현재 그에게 농악을 배우려는 개인 회원은 약 4000여 명이다. 1개 연대 이상을 거느리고 있는 셈이다.

김씨는 “2002년 월드컵 당시 전국민이 연호했던 대한민국 장단은 다름아닌 휘모리 장단이였다”며 “이처럼 우리 농악을 통해 지역사회가 다시한번 대동의 힘을 발휘해 나갈 수 있는 동력을 찾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태 기자  yeosunews@hanmail.net

<저작권자 © 여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