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러시아공사를 지낸 박종수 교수(중원대)는 지난 달 29일부터 3일간 미하일 본다렌코 주한 러시아무역대표부 관장을 여수로 초청해 의료관광과 자원외교 가능성을 타진했다. 본다렌코 관장은 러시아 관광객을 잡아라는 주문을 직접 하기도 했다.

지난 달 29일부터 3일간 미하일 본다렌코(54) 주한 러시아 무역대표부 관장이 여수와 순천, 전남도 등을 방문해 의료관광과 자원외교 등에 상호 교류와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본다렌코 관장은 여수세계박람회 개최 당시 러시아관 운영 책임자로서 그동안 박람회장을 20여 차례 방문했지만 여수와 순천 등을 둘러보기는 처음이였다. 그의 이번 방문은 박종수 중원대 교수(전 러시아공사)의 적극적인 권유에 따라 이뤄졌다. 푸틴 대통령과 이낙연 전남지사의 면담 성사 약속도 받아내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박교수를 4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무역대표부란 어떤 기구인가.
-대사관은 전 세계에 있지만 무역대표부는 전 세계 20여 곳밖에 없다. 경제적으로 아주 중요한 나라에만 설치하는데 이번에 여수에 온 미하일 본다렌코 관장은 부총리급이다. 본다렌코 관장은 국가를 대표하는 분이기 때문에 공신력있는 비즈니스 파트너로 볼 수 있다.

방문 목적은.
-의료 관광과 여수산단과의 자원외교, 여수시와 전남도 등과의 자매도시 협약, 러시아 마을과 숲 조성 등과 푸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극동경제포럼에 전남도지사와 여수시장에게 초청장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국내 최초 한센병 치료병원이자 관절 전문 병원으로 알려진 여수애양병원을 첫 날 방문해 의료 관광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안다.
-러시아는 추위와 비만으로 관절염 환자가 많다. 따라서 의료 수준이 높고 의료 수가가 낮은 국내 전문병원과 MOU를 체결한다면 많은 관광객이 유입될 수 있다. 실제 서울 분당병원과 강북 삼성병원 등과 MOU를 체결해 방문하고 있고, 대전의 경우는 연간 1500명 정도가 종합 검진을 받으러 오고 있다. 본다렌코는 김인권 여수애양병원장의 설명을 듣고 이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의료수준과 의료비가 최대 장점이였다. 하지만 여수까지 거리 문제와 러시아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염려했지만 충분히 보완될 수 있다고 본다. 올해안에 의료관광 한 팀이 여수로 올 계획이다.

러시아는 그동안 제주도나 부산쪽으로 관광을 오지 않았나.
-맞다. 아무래도 따뜻한 남쪽을 선호하기 때문에 그런데 이제 제주나 부산은 한계치에 이른 것으로 알고 있다. 본다렌코관장은 나에게 "러시아 관광객을 잡을 찬스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현재 미국이 대러경제제재 조치를 풀지 않아 유럽쪽은 여행금지령이 내려 갈 수가 없고, 중국이나 일본은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러시아 사람들이 갈 데가 없다는 것이다. 이 수요를 잡아라는 것이다. 중국인들이 소비성향이 크다고 아는데 러시아인들은 중국의 10배 정도 소비성향이 크다. 이 수요를 잡기 위해 의료 관광과 러시아마을과 자작나무 숲, 청소년캠프 등을 조성이 시급하다. 이를 이낙연지사에게 제안했는데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 본다렌코 관장이 조충훈 순천시장을 만나 순천만정원 설명을 듣고 즉각 러시아정원을 짓겠다고 약속한 것은 중요한 성과다.

여수산단을 둘러 본 이유는.
-러시아는 석유, 가스,석탄이 풍부한 나라다. 모두 여수산단에서 필요한 자원이다. 하지만 그동안 중동에 너무 의존하다보니까 러시아를 이용하지 못했다. 러시아는 최근 시베리아에서 극동 블라디보스톡까지 9500Km에 이르는 송유관을 연결했고, 사할린에서 극동 블라디보스톡까지 1700km에 이르는 송유관도 연결하는데 성공했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자원외교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다. 여수산단이 시장의 다변화에 따른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한다면 러시아는 핵심 시장이 될 것이다. 여수산단 주재 임원들이 어떤 결정권한이 없기때문에 구체적인 얘기까지 할 수 없었던 게 아쉬웠다.

푸틴 대통령과 이낙연지사의 면담 약속을 시사했다는 데.
-그렇다. 본다렌코 관장이 오는 9월3일부터 5일까지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리는 극동경제포럼에 이지사를 초청하면서 그 말이 나왔다. 이 포럼에 푸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데 이지사가 포럼에 참석할 경우 면담을 성사시켜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통역이 이 중요한 말을 빼먹어 내가 통역을 해줬다.(웃음) 전남도와 러시아 주의 자매결연에 대한 얘기도 있었는데 본다렌코 관장은 러시아 캄차카 주를 소개했다.

러시아는 아무래도 사회주의 국가라서 그동안 교류 협력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던 것 같다.
-러시아는 세계 최강 국가다. 우리 외교도 미,일에 치중하고 의존해서는 외교 강국이 될 수 없다. 균형 외교가 절실하다. 저는 지난 2001년부터 9년간 1등 서기관에서 공사까지 역임하면서 러시아를 공부한 러시아 전문가다. 특히 여수 거문도는 1854년 5월 러시아 팔라다호가 1주일간 머문 곳이다. 세계 열강 중 가장 빨리 우리와 접촉해 개항을 요구했을 정도로 인연이 깊다. 이 인연은 여수세계박람회를 통해 한층 강화됐지만 실질적인 교류 협력으로 발전하지 못한 것 아니냐. 예를 들면 선박 수리만 해도 러시아 배들이 모두 부산으로 간다. 여수도 조선소를 집단화해 러시아 선박 수리를 유치하면 도시 경쟁력이 커질 것으로 본다. 본다렌코 관장이 러시아 관광객을 잡아라고 한 말을 결코 가볍게 들어서는 안된다. 기회를 서둘러 잡아야한다.

박성태 기자  yeosu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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