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여수시의원님들, 애쓰십니다

여수시의회 개회 이래 처음으로 본회의장에서 의장이 의장석에 오르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11일 제170회 정례회에서 더민주계 의원 10여명이 피켓을 들며 회의진행을 저지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회의장은 고성이 오가며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민주당 의원들의 완강한 반대로 박정채 의장 대신 이선효 부의장이 회의를 진행하면서 일단락됐다.

이날 회의진행을 막은 더민주계 의원들은 ‘표매수가 웬말이냐’, ‘사퇴하라’고 적은 피켓을 들고 마치 시위대를 막아서는 전투경찰처럼 박정채 의장의 진입을 저지했다.

과연 이들의 행동이 원칙과 상식에 준한 행동이었을까?

지역사회에서는 더민주당계 의원들이 보여준 집단행동은 지방의회 의원으로써 수준 이하의 처사였다는 비난이 떠돌고 있다.

아무리 참고인 신분이라 할지라도 형을 선고받기 이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의원으로써 신분보장과 함께 직무를 계속할 의무와 권리를 보장받도록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만약 해당 사건이 의회의 명예를 훼손할 정도의 비윤리적 문제라면 의회 차원의 윤리위원회와 징계위원회 등을 소집해 의결 절차에 따라 처리하면 될 것이다.

최근 노순기 기획행정위원장이 보조금 사기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고 한다. 민주당 소속인 노 위원장의 거취는 차후 윤리위원회에서 결정되겠지만 심각한 도덕적 헤이가 아닐 수 없다.

하물며 해당 사건이 수사 기관에 입건조차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장의 사퇴를 운운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은 억측이다. 심하게 말하면 분명한 명예훼손이다.

‘내가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화양초등학교 학생 6명이 인솔교사와 함께 본회의장을 견학차 방문했다.

이들에게 회의장을 점거하고 회의진행을 막는 의원들의 행위는 불법농성을 불사하는 패거리와 같은 모습으로 비춰졌을지도 모른다.

‘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며, 의원 각자가 지역구 주민을 대표해 법안을 만들고 시정을 감시할 책무를 갖는다’고 명시된 초등학교 사회교과서의 의회상과는 거리가 멀었던 패거리 정치문화에 충격을 받진 않았을지 염려된다.

냉철하게 말하자면 여수시의회의 작금의 현실은 초등학생 수준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아니 그 이하일지도 모르겠다.

문제가 있다면 민주주의 절차에 의해 법과 원칙에 따라 해결해야지 떼법은 안 된다는 것은 초등학생 정도도 아는 상식이다.

기자는 상대를 깎아내리고 기득권을 차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열함에서 여전히 원칙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여수시의회의 그늘진 구석을 봤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형님 격인 국회의원들이 갈라놓은 패에 따라 상대 의원을 뺏고 뺏기면서 서로 헐뜯고 난투를 벌이는 모습은 세랭게티 초원의 치열한 먹이사슬을 보는 듯했다.

사실 의회의 계파정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민선4기 시절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대립하며 사사건건 상대편 발목을 잡으며 했던 제살 파먹기식 정치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2012세계박람회도 치루면서 시민의식 수준도 높아지고 시행정도 발전했지만 불행히도 의회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 큰 문제는 의정활동에 매진하고, 연구하고, 공부하면서 의원으로써 본분을 다하는 의원보다는 제 밥그릇 지키며 자신의 영달에 몰두하는 의원이 더 대접받는 의회 풍토가 근본적 원인이다.

의원발의는 물론 시정질문, 심지어 5분 발언 한번 하지 않은 일부 의원들도 수두룩하고 온갖 이권에 개입하며 기득권을 챙기는데 혈안이 된 의원들도 부지기수라는 사실은 의회를 출입해본 기자라면 알 것이다.

법정스님은 ‘녹은 쇠에서 생긴 것인데 그 쇠를 갉아먹는다’고 했다.

선거 땐 시민을 섬기고 주민을 위해 머슴처럼 일하겠다 해놓고 뽑힌 뒤에는 처음 약속 따윈 안중에도 없는 그들의 포퓰리즘 정치와 더불어 이들이 흘린 악성 루머를 기사화하면서 대중을 선동질하는 소위 ‘찌라시’라 일컫는 삼류 언론도 이제는 퇴출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올바르게 평가해야 한다. 아니 그전에 관심을 갖는 것이 먼저다.

인터넷생중계 등을 통해 의정활동을 실시간 시민에게 공개하고 있는 만큼 이제는 우리동네 의원이 제대로 일을 하는지, 주민을 위해 얼마나 발로 뛰는지 사사건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시민의 혈세로 5000만원에 가까운 연봉을 받고 온갖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누리는 만큼의 밥값을 하고 있는지 하나하나 따져봐야 할 것이다.

여수시가 민선6기 들어 공무원평가제를 통해 시공무원의 역량과 성과 등을 점검하듯 시민사회에서도 이제부터 ‘의원 평가제’를 도입해 의원 한사람의 자질과 역량을 철저히 평가해 이를 공개해야 한다.

언론에서도 늘 의회를 주시해야 한다. 언론의 쓴소리로 하여금 이들을 채찍질하게 해야 한다.

끝으로 말하고 싶다. 시집행부에게 소통 안한다고 떠들기 이전에 의원 자신이 소통할만한 자질이 되는가, 그럴 준비가 되어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원 각자가 자신을 냉철히 따져볼 때이다.

조승화 기자 frinell@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