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고흥을 잇는 다리 명칭을 놓고 진통을 겪은 것도 모자라 지역감정까지 촉발되면서 민심은 갈수록 흉흉해 지고 있다.

다리는 본디 두 지역을 연결하는 건축물로써 두 지역의 교류와 왕래를 통한 화합의 교두보로서 역할을 해왔다.

우리지역에서 가까운 곳만 봐도 다리의 역할이 얼마나 소중하고 막대한 지 알 수 있다.

일제강점기 광양과 하동 영호남을 연결하는 섬진강의 섬진교는 암울했던 시대적 상황 속에서 영호남 민족이 왕래하는 유일한 가교였으며, 지난 1984년 세워진 돌산대교는 섬마을로 인적이 드문 돌산을 오동도와 함께 전국적 관광지로 변모시킨 여수지역 근·현대사의 기념비적 건축물이다.

2012여수세계박람회 직전 놓아진 이순신 대교 역시 규모면에서 국내 3위권 안에 손꼽힐 만큼 어엿한 광양만권 상징 건축물로 부상하면서 일부러 이순신 대교를 구경하고 여수를 찾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하물며 다도해와 한려해상의 아름다운 섬들을 잇는 ‘국내 최초의 다리 박물관’, 범국가적 프로젝트인 연륙·연도교의 시작점이자 종착지라 할 수 있는 여수-고흥 간 다리 이름의 선정 시비는  어쩌면 당연한 순리인지도 모르겠다.

일각에선 다리의 이름이 뭐 그렇게 중요하냐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다리 이름에 따라 어느 지역에 관광객이 붐비고 장사가 더 잘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뜻에서 한 말일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나고 자란 우리 동네에 들어서는 다리인데 우리 지역 명칭이 필히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은 본인과 고향에 대한 일종의 자존심과 프라이드 같은 것이다.

작은 것이라도 득이 된다면 ‘눈뜨고 코 베어 가는 현실’에서 국가적 사업으로 건설하는 열 한개 다리 가운데 한 군데의 다리 이름 정한다고 하는데 주민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런데 양 시군을 자극한데는 오락가락하는 안일한 행정도 한몫했다는 비판이다.

애초 전남도지명위원회에서 양 도시의 충분한 의견수렴과 공론의 장 없이 ‘팔영대교’로 불쑥 명칭을 정했다가 여수 적금 주민들로부터 큰 반발을 산 것이 단초가 됐다.

분개한 적금도 주민들은 국토지리정보원이 있는 경기도 수원으로 상경해 집회를 벌이면서 언론에 크게 보도되기도 했다.

반대로 고흥군에서는 ‘팔영대교 명칭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내고 자극하면서 양 시군은 일촉즉발의 순간까지 치닫기도 했다.

결국 국가지명위원회에서는 ‘팔영대교’ 명칭을 반려했고 현재 전남도 지명위원회에 재의되어 있는 상황이다.

근본적으로 이 문제는 어디까지나 이성적 판단을 근거로 양 시군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이미 업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순 없는 노릇이나 양 지역 주민들이 서로 삿대질하고 지역 감정까지 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연출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기 전에 애초 지역 정치인들이 관심을 가졌어야 했는데 ‘무조건 우리 지역 명칭이 되어야 한다’는 샅바싸움에 몰두하기보다 상대방 의견을 존중하며 중재안 마련에 적극 나섰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이 문제와 관련해 초선인 이용주 국회의원(여수 갑)은 최근 국토지리정보원장을 만나 여수시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살펴보니 이 의원이 전달한 메시지는 여수시에 유리하도록 명칭을 정해달라는 무리한 요구가 아닌, 양 도시에 갈등이 빚어지지 않도록 신중하고 현명하게 명칭을 결정 지어달라는 배려 차원의 부탁으로 전해졌다.

국가기관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이 부탁을 한다고 해서 들어주고 말고 하는 성격의 문제는 아닐 것이나 어필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분명 하늘과 땅차이 일 것이다.

이에 앞서 여수시와 여수시의회는 지난 5월 전남도 지명위원회의 ‘팔영대교’ 명칭 결정에 대해 단 한차례씩 입장을 밝히는 성명서를 냈다.

하지만 그 이후 해당 안건이 국가지명위원회에서 반려돼 도지명위원회에서 재의되는 동안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다.

이 정도 했으면 모양새는 냈다는 판단일까? 뒷심부족이 우려된다.

어쩌면 본 게임은 지금부터 인데 말이다.

지역 간 이해관계는 특히 정치인들에게 있어 골치 아픈 문제임이 틀림없다.

지역 내 각종 사회문제와 주민 민원을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벅차고 힘들겠으나, 타 지자체와 얽히고 설킨 정치적 이해타산의 매듭을 풀고 관계형성을 원만히 다져가는 것이야 말로 정치인으로써 능력과 리더십을 십분 발휘하는 면모라 생각된다.

각설하고, 현재 7개 명칭이 중재안으로 제시됐으며 지난 20일 1차 중재 자리가 열렸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는데 그쳤다.

다수의 언론 보도대로 사태 해결이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양 시군 리더들의 화합과 소통의 협치(協治)가 절실한 대목이다.

조승화 기자  frine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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