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6일 여수 돌산 죽포마을 한 식당에서 주철현 여수시장과 와이씨텍 박수관 회장은 상기된 얼굴로 러브샷을 했다.

주시장이 여수밤바다 불꽃축제 지원을 제안하자 박 회장이 흔쾌히 3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함께 오찬 자리에 참석한 명진한마음봉사단과 재부산 호남 향우회원 30여 명은 함성과 박수로 두 사람의 의기투합을 환영해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었다.

본지는 다음 날 이 같은 소식을 최초로 알렸다.

이로부터 8개월 후 지난 11일과 12일 여수 이순신광장 앞 해상에서 '2016여수밤바다불꽃축제'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광복절까지 겹친 황금 연휴 기간에 열린 이번 축제에 무려 26만 명이 불꽃쇼를 관람했다.

한여름 밤, 여수밤바다를 수 놓은 2일간의 불꽃쇼는 인산인해 속에 환상적인 쇼를 연출해 탄성을 자아냈다.

기자는 직접 차를 몰고 아이들과 불꽃쇼를 보기위해 나섰다. 이순신광장과 해양공원 인근 도로에서 꿈쩍도 안하는 차량행렬을 빠져나와 고소대 인근까지 2Km를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가 간신히 관람할 수 있었다.

이런 수고를 자처하고 나선 것은 불꽃쇼가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이자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온 몸이 다 젖을 정도로 힘든 길을 걸어 왔다는 사실은 금새 잊혔고, 결코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만 가슴에 남는 시간이었다.

‘2016여수밤바다불꽃축제’의 성공은 박 회장의 기부와 행사 홍보에 자발적으로 나선 시민들의 열정으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수관 회장은 지난해 연말 돌산의 한 식당에서 주철현 여수시장과 오찬을 하면서 여수밤바다불꽃축제 개최를 위해 3억원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처음으로 밝혔다.

하지만 이런 자리에 박수관 회장은 없었다. 한 사람의 기부에 의해 치러진 행사에 정작 주인공은 안 보였다.

박 회장의 기부는 3억 원이라는 계량적 가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수시민들에게 꿈과 희망과 자신감을, 나아가 여수사람이라는 자긍심을 심어준 것에 있었다.

박 회장의 행사 불참에 박회장측이나 여수시는 어떠한 해명도 없었다. 다만 여수시는 행사 일주일을 앞두고 박회장이 어깨 수술을 하게 돼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못돼 불가피하게 참석 못했다고 전했다.

8개월 전 주시장과 박회장의 러브샷을 직접 현장에서 목격한 기자를 비롯해 많은 시민들은 이날 불꽃쇼 개막식 선언을 알리는 두 사람의 모습을 기대했지만 볼 수 없었다.

지난 8개월 동안 여수시가 불꽃쇼 성공 개최를 위해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했는지 여부는 일일이 따지지 않더라도 박 회장의 불참은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기자는 여러 채널을 통해 박 회장과의 통화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다만 측근 인사들을 통해 입원 치료 중이라는 말만 들을 수 있었다. 박 회장은 7월 중순 경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출장 중에도 자신의 페이스 북을 통해 이번 불꽃쇼 홍보에 상당한 애착을 보여줬다.

외국 출장 후 곧바로 시작된 여름 휴가도 부산 지역 유지들을 모시고 고향을 찾아 안내하는 열의를 보여줬다.

이 같은 행보를 보여 준 박 회장의 불참 소식은 그를 잘 아는 많은 이들에게는 적잖은 충격과 억측이 난무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여기에다 여수시는 지난 14일 여수밤바다불꽃쇼 성과와 관련한 공식 보도자료를 내면서 박 회장에 대해서는 단 한 줄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여수시의 생색내기로만 비쳐질 수 있는 소지가 충분한 보도자료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여수시의 해명은 가관이다. 그동안 여러차례에 걸쳐 박회장의 기부로 불꽃쇼를 하게 됐다고 알렸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외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26만명이 관람했다는 것이지 박 회장의 기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수시는 박회장의 기부와 관련해 얼마나 홍보를 했을까. 지난 6월28일자 박 회장이 불꽃쇼 3억원 기부 약정을 여수시와 체결했다는 단 한 건의 보도자료가 전부다.

전국 일간지와 지방지 지면 기사를 검색할 수 있는 ‘스크랩마스터’를 통해 이 보도자료가 게재된 매체를 확인한 결과 박 회장의 기부 사실이 언급된 매체는 지방지 5곳에 불과했다.

불꽃축제 성과를 다룬 여수시의 공식 보도자료와 관련해서는 중앙 일간지와 지방지 통틀어 광주일보가 한 줄 언급한 것이 전부다.

박 회장은 자신의 기부 사실 자체보다 불꽃쇼가 오로지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평가받도록 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하지만 여수시는 달라야 하지 않는가.

여수시를 위해 특정 개인이나 기업이 기부를 할 때는 시민적 예우를 최선을 다해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지속된 기부자나 새로운 기부자가 쉽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공익 기부는 민선6기 주시장이 이전 시장과 확실히 차별화를 보이는 정책이다.

하지만 순수한 공익 기부가 치적 쌓기나 생색내기용으로 전락해서는 안 될 일이다.

또 하나는 기존의 공익 기부가 제대로 실천될 수 있도록 정치력을 발휘해 달라는 것이다.

1000억원이 투입된 GS칼텍스의 대표적인 공익 기부 사업의 하나인 예울마루는 세계적인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의 설계가 결국 민선 6기 들어 반쪽 나고 말았다.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친 격이 되고 만 셈이다. 이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박성태 기자  yeosu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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