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간·기말고사를 보지 않는 대신 학생들을 대상으로 토론과 실습 수업이나 직장 체험활동과 같은 진로교육을 받도록 하는 ‘자유학기제’ 제도가 활성화되고 있다.

학생들의 시험에 대한 부담감을 해소하고, 나아가 글로벌시대에 맞는 창의성을 가진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된 제도인데 이를 제대로 활용함으로써 공교육 발전에 보탬이 되고 있는 사례가 있어 주목받고 있다.

최근 여수의 한 중학교에서 전국 최초로 해양·관광자원을 타 도시 학교와 교류하는 공동 교육과정을 운영키로 하면서 학생들과 학부모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여수시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여수 충덕중학교는 나주 남평읍에 위치한 남평중학교와 ‘학교 간 공동교육 과정 운영 협약식’을 26일 여수세계박람회장 디지털갤러리에서 가졌다.

협약식에는 충덕중 1학년 107명, 남평중(다도분교장 7명) 1학년 36명, 학부모 16명, 교직원 16명 등 175명이 참석했다.

양 학교가 체결한 협약은 전국 최초의 사례로 여수의 경우 뛰어난 해양 관광 자원을, 나주의 경우 역사자원을 교류함으로써 학생들의 체험활동과 진로교육에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한 취지다.

해양 관련 진로 직업 체험을 비롯해 해상 안전교육, 해양 자원 탐색, 해양레포츠 체험(카약, 수상자전거) 등 조별 활동 과제를 부여한 뒤 보고서를 작성하고 홈페이지에 공유토록 할 계획이다.

학생들의 진로·직업체험을 위해 지역 관광업체에서도 적극 협력키로 했다.

남해안크루즈에서는 해상안전교육과 크루즈 체험을, 한화아쿠아플라넷에서는 생태계의 원리 및 아쿠아리움 체험을 무상으로 제공키로 했다.

오는 10월에는 충덕중 학생들이 나주 반남고분군, 박물관 관람 및 황포돛배 체험 등을 하기 위해 나주를 방문할 예정이다.

교육에 참여한 서도형(충덕중 1년) 학생은 “새로운 친구들과 사귀고 무심코 지나쳤던 우리 지역의 주변 환경과 직업에 관심을 가지는 기회가 됐다”며 “나주를 방문할 날이 기다려진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를 위해 여수 충덕중은 지난 6월 여수해양레일바이크, 남해안크루즈관광,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 한일고속, 와이오션 관광호텔 등 5개 관광·레져 업체와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학생들의 진로를 위한 멘토단 공동 운영과 진로탐색 및 설계활동을 위한 프로그램 지원, 진로 캠프 등을 공동으로 개최키로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지난 30년간 일선 학교에서 교편을 잡았고 또 교육기관에서 행정 분야에 몸담은 김해룡 교장의 지역 교육에 대한 남다른 철학과 고찰이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리 교육의 현실을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대안 마련과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은 덕분이기도 했다.

학생들의 진로진학과 인성교육에 대해서는 학교장의 열정도 중요하지만 교육과정의 변화에 따라 이제는 학교가 지역 자원 활용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 그가 강조하는 지론이다.

김해룡 교장은 “지역자원을 연계한 학교간 공동교육과정 운영으로 건전한 사회성 및 내 고장에 대한 자긍심 등 자유학기제가 추구하는 미래핵심 역량이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공동교육과정 운영의 내실을 기하기 위한 평가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전국의 참여 학교를 더욱 늘려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조승화 기자  frine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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