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된 지 30년이 넘은 여수 오천산단의 극심한 환경오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부의 ‘산업단지 재생 사업’ 선정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국비 사업은 사실상 올해가 마지막이 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3개 산업단지를 선정하는  공모에 모두 8개 지자체가 참여하면서 치열한 각축이 예상된다.

특히 지역 국회의원들이 해묵을 숙원사업을 해결할 수 있을지 귀추를 놓고 임기 첫 ‘정치력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여수시는 오천산단에 대한 재생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지난 7월초 정부 사업 공모에 참여했다.

사업에 선정되면 내년부터 오는 2023년까지 총 375억원의 국비를 지원받아 산단 도로 확포장을 비롯해 관로 폐수처리시설 정비, 공동 냉동냉장창고 및 웰빙산업지원센터 건립, 근로자기숙사, 공동직장어린이집 설립 등 9개의 크고 작은 사업들을 추진하게 된다.

정부는 현재 접수된 총 8개 지역 가운데 3개 지역을 최종 선정해 내주 초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1개 산단을 뽑는 공업지역에는 부산 금정구 금사산단이 단독 참여해 선정이 확정된 상태다.

2개 산단을 뽑는 산단지역에는 여수 오천산단을 비롯해 경기권에서는 인천 시화국가산단과 송탄일반산단, 충청권에서는 천안일반산단, 강원권에서는 원주문막일반산단, 경북권에서는 대구 달성1차 일반산단과 경주외동일반산단, 경남권에서는 창원국가산단 등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인 조정식 의원(더민주)의 지역구인 인천 시화국가산단의 경우 소관 상임위원장 직권으로 사실상 낙점이 예상됨에 따라 나머지 한 곳을 놓고 각 지자체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경기 송탄산단은 원유철 새누리당원내대표 지역구인데다 경남 창원은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2명의 새누리당 의원이 포진해 있다.

충북 천안과 강원 원주 역시 더민주 소속 박완주, 송기헌 의원이 산업통상위 소속이어서 이번 국비사업 공모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측된다.

앞서 여수시는 지난 7월 프리젠테이션 작성, 현장 실사를 거쳐 지난달 최종 계획을 내놨다.

사업계획을 사전에 준비해 공모에 참여한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 준비 시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호남권에서는 유일하고, 그동안 전남지역에서 정부 산업단지 재생사업에 선정된 사례도 있어 전망은 나쁘지 않다.

가까운 순천의 경우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보궐 선거 당선 이후 지난해 7월 순천 서면 산단이 정부 ‘노후산단 재생사업’ 대상지로 선정됐으며, 광주 하남산단도 국민의당 장병완 의원이 국회 산자위원장을 역임하면서 같은 시기 ‘노후산단 경쟁력 강화 사업’에 선정되는 등 수혜를 입었다.

오천산단의 경우 노후화에 따른 하수관로 부식과 지반침하 등으로 각종 오폐수가 바다에 무단 방류되면서 이에 따른 환경오염과 악취 등으로 지역민들이 고통받고 있으나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여수시가 수십 년째 묵인·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는 올해 3월 송하진 여수시의원이 제166회 임시회 시정질의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그 심각성이 표면화됐다.

51개 업체 741명이 근무하고 지난해 1112억원의 매출을 내는 등 중견 규모의 지방산단임에도 30년 넘게 노후화된 하수관로로 인해 오폐수가 바다로 유출되고 이에 따른 악취발생과 지속적인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지역 정치권에서도 그동안 골머리를 앓았다.

▲지난 7월5일. 여수시 오천동 주민들이 오천산단 오폐수 무단 방류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포크레인을 동원해 해안가를 파고 있다. 30여개 업체가 입주해 있는 오천산단 인근 해안가를 오천동 주민들이 굴삭기를 동원해 직접 파 내는 작업을 한 결과 검게 변한 돌덩이와 자갈, 모래까지 쉴새없이 쏟아져 나와 충격을 줬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이번 재생사업에 오천산단이 반드시 선정될 수 있도록 지역 국회의원들이 정치력을 십분 발휘해 주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주승용 의원의 경우 소관 상임위인 국토교통위 위원이어서 지역의 입장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데다 이용주 의원도 자신의 의정보고서에 오천산단 재생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밝히는 등 초선의원으로써 강한 의지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14년에도 여수시가 오천산단을 재생사업 공모에 참여했지만 참패한 전례가 있어 심기일전을 바라는 지역민들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미평동 한 시민은 “순천 이정현 국회의원은 중소기업청과 잡월드 같은 생산성과 파급효과가 높은 국비사업들을 연이어 유치하면서 순천시민들로부터 큰 신임을 얻고 있다”면서 “29만 도시에 국회의원이 3명(비례대표 포함)이나 있는데 그 효용성과 역할론에 있어 시민들의 기대감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시민은 “이번 오천산단 재생사업 당첨 여부가 지역 국회의원들의 정치력 검증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여수 지역 국회의원들의 노력 차원과는 별개로 집권여당 대표인 이정현 의원에게 ‘지원사격’을 요청해야 하지 않느냐는 여론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여수시 산단지원과 박용욱 과장은 “지역사회에서 다각적 채널을 통해 이정현 의원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행정차원에서 할 수 있는데 까지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말했다.

조승화 기자  frine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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