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들어설 웅천택지지구 관광휴양상업 1단지 3블럭(현 한화 모델하우스 옆).

여수 웅천지구 창고형 이마트 ‘트레이더스’ 입점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여수시와 지역사회에 그간 시간적 기회가 충분히 주워졌음에도 능동적 방어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시가 사안을 접수받은 지 2년 넘도록 지역사회 공론화는 커녕 예상 피해에 대해 논의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선 입점 허가를 위한 ‘예견된 수순’ 아니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웅천 입점 계획 숨겨왔나?

이마트는 최근 여수시에 웅천동 웅천택지지구 관광휴양상업 1단지 3블럭에 지하 2층, 지상 6층, 전체면적 5만5366㎡(판매시설 2만9127㎡, 주차장 2만6238㎡ 715대) 규모의 창고형 대형할인매장 건립을 신청했다.

사업비는 1000억원으로, 2019년 3월 개점 예정이다.

앞서 이마트 측은 트레이더스 건립을 위해 지난 2014년 9월 블루토피아(웅천지구 택지개발사업 투자자)와 ‘토지매매 약정’을 체결했다.

이는 민선6기 시작이 얼마되지 않은 시점으로 이때부터 창고형 마트 건립이 추진된 정황이 확인됐다.

더군다나 웅천택지에 대한 관리 권한이 있는 여수시에 보고가 됐음에도 지금까지 외부 자문이나 공론화 과정은 전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끼칠 창고형 대형마트 건립안이 2년간 수면 아래 있다가 지난 6월 시가 창고형 마트가 들어설 수 있도록 토지사용승낙을 내준 정황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지역사회의 ‘핵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때부터 행정절차도 일사천리 진행되고 있다.

지난 9월8일 전남도의 교통영향평가 심의를 받은 이후 같은 달 23일 여수시 경관·건축 공동위원회 심의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건축물의 디자인과 야간조명, 조경 등 경관부분에 대해 미비점을 보안한 뒤 차후 재심의를 하겠다는 방침이나 사실상 승인을 해주는 처사나 다름없다는 게 시 안팎의 견해다.

이마트는 내달 시에 건축허가 신청을 할 계획으로, 시가 건축허가를 내주면 사실상 입점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셈이 된다.

▲ 15일 여수시 별관(구 보건소) 내 여수시민위원회 회의실서 지역경제분과 회의가 열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웅천 이마트 트레이더스 입점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갖고 있다.

입점 따른 정확한 예상 피해 규모도 파악 안 돼

지난 15일 열린 시민위원회 지역경제 분과 회의에서는 이마트 트레이더스 입점에 따른 지역 상권의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며 만장일치 반대입장을 밝혔다.

자금 역외 유출로 인한 지역 경제 타격 불가피, 기존 상권 공동화, 교통 혼잡 유발 등이 가속화 등의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점을 들었다.

일각에서는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으나 전국 창고형 대형마트가 고용유발 효과고 예상만큼 높지 않다는 점에서 지역경제 순기능 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것이 시민위원회 위원들의 견해였다.

특히 29만이 채 되지 않은 중소도시에 대형마트 3곳에 창고형마트까지 가세하게 된다면 영세상권 몰락은 두말할 것도 없는데다 기존 대형마트 조차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역사회 반발 확산되자 ‘공론화’ 시늉만

골목상권 상인회를 중심으로 반발이 확산되고 있지만 시는 지역경제 파괴력이 막강한 대형마트 입점을 인지하고도 그동안 시민 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을 일체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진남상가연합회, 흥국상가연합회, 서시장 등 지역 12개 상가·상인 연합회로 구성된 여수·여천상가 상인연합회는 최근 비상회의를 갖고 조직적 대응에 나설 채비를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시도 언론보도 이후 지역사회 반발이 확산되자 부랴부랴 시민위원회를 소집하는 등 공론화 모양새 갖추기에 나섰다. 그러나 요식행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여수시가 지난 15일 배부한 시민위원회 지역경제분과 회의 자료. 순기능, 역기능을 기재한 단락이 단 6줄에 그쳐 부실자료 논란이 일고 있다. 분과 위원들은 “창고형 마트 입점에 따른 보다 정확한 데이터와 면밀한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느냐”며 질책했다.

현지법인화 현실 가능성 낮고 사회공헌 여부도 미지수

창고형 대형마트 입점에 따라 상권 쏠림 현상 등 지역 상권의 상당한 피해가 예상되지만 시는 예상 피해 액수나 대책, 기타 상권에 대한 활성화 대책 등은 마련하지 않아 시가 졸속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5페이지에 불과한 시민위 지역경제분과 회의자료에는 입점 시 우려되는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 지역 중소상인, 골목상권 위협, 입점저지 민원발생, 교통혼잡 유발 등 면밀하고 정확한 분석 없이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상황들만 서술하고 있어 부실자료 논란이 일고 있다.

더군다나 시가 사업자 측이 제시한 상권영향평가서나 지역협력계획서에 대한 평가를 ‘건축 허가 조건’에 반영하기 힘들다는 부분도 큰 문제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점포 개설 등록 전 여수시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 의견을 청취한다는 명목으로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시에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사실상 지역에서 요구하는 ‘법인현지화’라든지 ‘사회공헌 이행 각서’ 등 민감한 협약들이 건축허가 이전 단계에서 강제성을 띄고 체결되어야 함에도 이미 완공 후 점포 등록을 수일 앞두고 단순히 형식적인 협의차원에서 그칠 것으로 보여 자칫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불상사로 전락할 것이라는 염려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전국적으로도 대형마트 현지법인화 사례가 드물고, 지난 2003년 이마트 오림점 입점 외에는 사실 여수와 별다른 인연이 없는 이마트가 조건을 수용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일체 논의된 바 없어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시민위원회는 애초 부지 매입이 시작될 때부터 논의했어야 할 사안인데 이미 결정해 놓고 통보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에 시는 중소상공인을 절대적으로 보호해야 책무가 시에 있는 만큼 건축 허가 이후 향후 제출될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에 대한 평가 등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입점 불허 행정 제재 가능한가?…정치인 책임론 부상

특히 자료의 추진 현황을 보면 지난 6월20일 토지사용승낙, 9월8일 교통영향평가 심의 등 행정절차가 3개월 만에 급속도로 진행된 점에 대해서도 의혹이  집중되고 있다.

시민위원회 위원들은 2014년 9월19일 이마트가 블루토피아와 토지매매 약정체결을 했는데, 2015년도에는 아무것도 안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는 “입점 추진이 실질적으로 시작된 것은 시 공영개발과에서 토지사용승낙을 받은 지난 6월20일부터”라며 “현재 경관·건축 재심의 결정을 내린 상태로 향후 일정이 남아 있으며, 갑자기 추진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웅천 이마트 트레이더스 입점에 대해 여수시가 법률·행정적 제동이 가능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시의회는 논란에 대한 공식입장을 조만간 내놓겠다고 했으나 여태까지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아 지역의 민감한 사안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질책이 이어지고 있다.

예상 피해지역 상인들은 창고형 이마트 입점 허가를 내주면 정치인들에 대한 낙선운동을 벌이는 등 결사항전도 불사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시민위는 이마트와의 행정소송에 지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입점을 반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여수시에 주문하기도 했다.

특히 인근 순천의 경우 지난 2014년 지역 내 반발에 부딪혀 코스트코 입점이 무산된 사례가 있고, 여수 역시 세계박람회장에 명품아울렛이 들어서려 했으나 지역사회와 시민단체가 중심돼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거센 반발에 막혀 수포로 돌아간 사례가 있다.

모두 단체장의 의지가 컸던 만큼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정치인들의 역할 및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역민의 생존권이 걸린 사안을 놓고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기 보다는 차원에서 면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미 행정제재의 단계를 넘어섰다면 건축승인 이전 현지법인화가 약속되어야 하고, 사회공헌 비율도 3% 이상으로 크게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조승화 기자  frine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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