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지명위원회가 여수 적금-고흥 영남을 연결하는 연륙교의 명칭을 ‘팔영대교’로 재결정한 것을 놓고 양 시군의 지역갈등이 재차 불붙고 있다.

지난 25일 전남도 지명위원회의 결정이 내려지자 여수시 적금주민 및 적금향우회는 곧바로 “수용할 수 없다”며 결사항전 의지를 밝혀 갈등이 지역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여수시는 공식적인 의사를 아직까지 표명하지 않은 가운데 도 지명위 결정에 대해 시민들의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할 계획으로 여론 동향과 향후 추이를 살피고 있다.

적금 주민과 향우회는 지난 26일 입장문을 통해 “우리는 고흥군과 여수시의 오랜 우정을 고려해 적금대교만을 고집하지 않았다”면서 “그동안 여수시와 협의해 ‘고려대교’, ‘금영대교’, ‘여흥대교’, ‘팔영적금대교’ 등 두 지역이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전남도는 ‘연륙교는 종점부의 섬 지명을 따른다’는 원칙과 두 지역의 갈등 등 다양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지난 4월과 같은 ‘팔영대교’를 다시 결정해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은 지난 6월 29일 국가지명위원회 심의 의견인 ’양 시·군의 협의를 통해 재심의 하라‘는 요청을 묵살한 것“이라며 ”앞으로 국가지명위원회에서 또다시 ’부동의‘ 될 것이 자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전남도는 이번 결정을 철회하고 국가지명위원회 상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여수시도 이번 전남도의 결정에 대해 조속히 여수시민들 의견을 수렴하고 시민들의 의견이 국가지명위원회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요구했다.

고흥 쪽도 맞불을 놓으면서 팽팽히 맞서고 있다.

‘팔영대교 고흥군민대책위원회’(위원장 신태균)는 도지명위원회의 재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27일 밝혔다.

군민대책위는 “전남도가 중립적으로 전국의 지명 전문가 21명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자문을 충분히 구한 뒤 내린 결정이기 때문에 양시·군이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국가지명위원회는 이 과정을 감안해서 도지명위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반대하고 있는 여수 적금도 일부 주민들도 지역이기주의로만 판단할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오랫동안 함께 생활권을 형성해온 만큼 지역화합을 위해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며 “당장 다리가 개통하는 다음달부터는 고흥 땅으로 통행을 해야 하는 만큼 현명하게 판단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도지명위원회가 지난 4월말 적금~영남 간 연륙교 명칭에 대해 ‘팔영대교’로 명명하고 의결해 이를 국가지명위원회에 상정했다.

그러나 국가지명위원회에서는 ‘팔영대교’ 명칭에 대해 양 시군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점과 합의가 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이를 반려하고 도위원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도는 지난 10일 전국 지명 전문가 21명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자문한 뒤 도 지명위원회에서 이름을 결정하기로 두 시·군과 의결방법을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 24일 대전에서 열린 자문위원회에서 참석 위원 18명 중 다수가 팔영대교를 지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명칭은 다음달 중순에 열릴 예정인 국가지명위원회 심의를 다시 받아야 한다.

팔영대교는 고흥 팔영산에서 차용한 이름으로 여수시는 단독 지명 사용에 반대해왔다. 중재안으로 여수 적금도를 혼합한 ‘팔영·적금대교’ 또는 ‘적금·팔영대교’, 두 지역명의 첫 글자를 딴 ‘고려(高麗)대교’ 등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고흥군은 팔영대교를 고수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여수시 화정면 적금도와 고흥군 영남면을 연결하는 길이 2.98㎞(교량 1340m), 폭 16.2m의 다리를 건설 중이다. 2700억원이 투입되는 이 교량은 여수~고흥 간 연륙·연도교 11개 중 한 개로, 올해 말 완공될 예정이다.

조승화 기자  frine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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