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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과 화근의 뿌리를 찾아 ‘합종’, 그리고 ‘연횡’데스크칼럼> 김현석 편집국장

얼음장같은 겨울의 기상이 아무리 가상하다지만 오는 봄의 기운 앞에선 그저 속절없다.

매섭고 혹독한 계절이 지나면 꽃피는 춘삼월의 봄자락도 무르익는 법. 따뜻한 봄날의 기운이 우리 앞에 있을진대, 이제 봄을 노래하며 옷깃을 여며보자.

예나 지금이나 정치행태는 끊임없는 갈등과 분열의 모습을 띠며 이합집산을 거듭하면서 전개된다.

권력의 끄트머리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자들이 벌이는 음모와 암투가 횡행하는가 하면 정치권력의 지형을 바꾸려는 전략가들의 유세가 하늘을 찌르기도 한다.

‘싸움만 하는 나라들’이라는 뜻의 중국의 ‘전국(戰國)시대’에는 생존을 위한 투쟁이 어느 때보다 더 치열했다.

기원전 453년 난립해 있던 50여 제후국은 북쪽의 ‘진’이 ‘조’, ‘한’, ‘위’로 갈라지고 동쪽은 ‘제’, 남쪽은 ‘초’, 서쪽은 ‘진’으로, 다시 북쪽은 ‘연’으로 정리됐다.

이 때는 살아남기 위한 무수한 전략들이 사상의 옷을 입고 나타나 제후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기존의 토착세력들은 이들을 탄압했고 전략가들은 논리로 제후들 앞에 서야했다.

무엇보다 이들 전략가들은 각각 정치권력의 본질과 그 향배을 꿰뚫고 있는 자들이어서 제국의 존망을 염려하는 제후들로서는 매번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소진’은 기원전 334~320년에 활동한 전략가로 그 유명한 ‘합종론’을 내세워 ‘제?연?한?조?위?초’ 여섯 나라의 재상을 지냈다.

이 여섯 나라는 당시 패권국이었던 진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세력을 확장하려는 것을 막기 위하여 군사협정을 맺고 맞서고자 했다.

반면 이 합종론과 대척점은 연횡론이었다. ‘연횡’은 동에서 서로 연결된 나라들이 진의 속국이 되어 자국의 지위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이른바 대세론이다.

연횡론의 주창자는 ‘장의’이다.

합종과 연횡은 제국의 생존을 결정해야 하는 제후들에게는 피하고 싶지만 결코 그럴 수 없는 진퇴양난의 선택지인 것이다.

중원의 강자 진나라가 행동을 개시하기 전에 합종이냐 연횡이냐를 결정해야 한다.

다급한 순간의 연속이다.

이 무렵 소진은 ‘주서’에 나온 말대로 화근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관찰한다.

당시 정세를 살펴보니 화근의 뿌리와 이익의 뿌리가 모두 조나라에 닿아 있었다.

조나라는 연나라와 진나라 사이에 위치해 있어 만약 진나라가 연나라를 치려면 조나라의 보급로 차단을 극복해야 하고 양쪽의 협공도 감수해야 한다.

반면 조나라가 연나라를 치기는 쉽다.

조나라에서 연나라 수도까지는 불과 닷새 거리이며 게다가 조나라는 패권국 진나라와 다섯 번 겨뤄 세 번을 이길 정도로 강국이다.

따라서 연나라는 조나라와 손을 잡아야만 진나라의 위협에 맞설 수 있는 형국에 놓였다.

소진은 연나라에게 ‘조나라가 바로 이익과 화근의 뿌리’임을 인식시키고 향후 이를 기반으로 합종론을 적극 설파하고 나선다.

조나라 입장에서도 화근의 뿌리는 따로 있다.

진나라가 한나라와 위나라를 잠식해 들어올 경우 이미 진나라와의 싸움에서 적지 않은 국력을 소진한 조나라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했다.

어떻게 해서라도 진나라가 주변 6개국을 합병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화근의 뿌리가 목전에 있으니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 역시 합종은 불가피한 선택이 된다.

하지만 합종론은 권력의 속성을 거스른다는 맹점을 안고 있다.

이른바 권력은 나눠 가질 수 없다는 속설을 상기시킨다.

연나라와 조나라, 제나라, 초나라 등이 합종해 패권국 진나라를 무너뜨린다 해도 결국 강대국의 처분을 기다려야 하고 그 주체가 누가 될지를 두고 또 물밑 싸움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합종론은 역사가 사마천이 극찬한 설득과 연기의 대가 장의에 의해 ‘연횡론’으로 대체되고 결국 그 대세의 자리를 장의에게 넘겨주게 된다.

구정연휴 기간 들어 본 우리 지역여론을 대략 정리해 보면 현 다당체제로 전개되고 있는 정국상황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대선후보는 ‘문재인이냐 아니냐’로 모아지고, 곧 취임할 새 대통령도 결국은 다수당 지위를 선점하지 못할 것이므로 예전과 같은 권력투쟁의 수렁에 빠져들어가 헤어나오기는 좀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특히 현 대통령제 하에서는 오랫동안 정치지도자 주변에서 맹활약해 왔던 측근들이 다시 권력의 자리에 들어서게 될 것이고 이들 중에는 제2의 최순실, 제3의 문고리 3인방이 등장하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는 냉소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올 대선 권력쟁취를 목표로 하고 있는 각 정당들이 합종연횡을 모색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권력은 나누면 혼란스러워지고 휘두르면 불상사를 낳는 법.

대한민국 정치를 바라보는 우리 민초들의 마음은 올해도 그리 밝지만은 않는 듯하다.

답답하기만 한 우리정치, 그 페이소스에 취해있는 것도 이제 그만.

정치에서 우리의 봄날을 느껴보기란 요원한 일, 우리의 봄날은 우리가 만끽하며 누려야 할 일상의 과제가 아닌가.

김현석 기자  arguskim@outloo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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