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단체 화재 참사 10주기 기자회견. 추모객들은 강제추방 반대와 폭력단속을 규탄했다.

지난 2007년 2월11일 새벽 4시께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외국인 보호실 3층에서 불이 났다.

당시 CCTV화면에 잡힌 영상들을 보면 화재가 일어나자 보호외국인들이 일어나서 소리를 지르고 쇠창살을 두드리는데도 10분 가까이 아무 직원도 나타나지 않았다.

연기가 보호실 복도까지 차오를 때가 되어서야 용역경비직원들이 소화기를 들고 나타났지만 삽시간에 번진 불을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었다.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이날 화재로 10여명의 보호외국인이 사망했고, 17명이 부상을 입었다.

감호 외국인들은 보호실 내 바닥재와 천장재 등은 화재에 취약한 소재가 타면서 내뿜은 유독가스를 들이마시고 질식사했다.

스프링클러도 없었다. CCTV를 감시해야 할 직원들은 숙직실에서 잠을 자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원인은 방화로 최종 결론이 났지만 외국인 인권 문제 등이 사회적 이슈를 타며 여수참사는 당시 한국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재난대응 시스템 허술..사상 최악의 외국인 사망 사고

화재에 대한 초기대응이 너무나 미흡했다.

당시 직원들은 보호외국인들의 도주를 우려해 보호실 철창을 한꺼번에 개방하지 않고 한 개의 보호실씩 열어 그 안의 보호외국인들을 다른 곳으로 옮긴 후 다시 돌아와 다음 보호실을 여는 식으로 대응했다.

화재가 발생한 3층의 경우 301호실만 개방되어 보호외국인들을 대피시켰고 나머지 5개의 보호실은 소방관들이 출동하고 나서야 열렸다.

당시 참사로 사망한 피해자들을 포함하여 많은 보호외국인이 짧은 기간 내에 출국하는 것이 아니라 몇 달 내지 몇 년 동안 장기간 보호소에 구금되어 있던 처지였다.

이들은 대부분 임금체불이나 미지급된 임대보증금이나 채권채무관계 등으로 1년3개월의 보호 기간 구금되어 있었다.

일부 피해자는 수갑을 채운 채 병원 치료를 받았으며, 정신과 진료도 없이 강제 출국시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부상자들이 후유증 치료 과정에서 국가로부터 제대로 지원과 보상을 받지 못한 점도 밝혀졌다.

하위직 공무원들과 경비 등 정작 출입국관리소의 책임자들은 처벌을 피해갔다. 꼬리자르기식 처벌이었다.

시민단체는 “여수참사가 한국사회에 준 충격은 단속과 추방으로 일관해온 한국의 미등록이주민에 대한 정책의 민낯”이라고 평가했다.

10년 지난 지금, 출입국관리소 시설 개선 얼마나?

여수 화재 참사 10주기를 맞아 출입국관리소 측은 이례적으로 내부를 개방하고 시설이 개선된 점을 홍보했다.

유독가스로 대형 인명피해를 냈던 보호실 실내바닥의 우레탄을 불연내화재로 교체하고 화재 초기 진화 실패의 원인이었던 스프링클러를 보호동 전체에 설치했다.

소화기, 소화전, 방독면 등을 추가하고, 열 감지기 177개를 비롯한 화재감지기 224개를 설치했다. 이 밖에도 보호실 환기 배출구 설치, 보호실 내부 감시실 비상열쇠함 설치, 보호 외국인 전용 야외 운동장 설치, 보호실 자동제어 출입문 설치, 대피 유도등 설치 등도 개선했다.

도주사고, 집단 난동, 응급환자 발생, 전염병 환자 발생, 지진 등 유형별로 대응 매뉴얼도 마련했다.

▲ 10년 전인 2007년 2월 11일, 화재가 발생한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외국인보호소 304호실 당시 화재 현장에서 추모객들이 여수출입국관리소 직원들과 묵념을 하고 있다.

외국인 인권 여전히 제자리걸음 현실 '성토'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 10년. 그러나 외국인 인권을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월 11일. 10년전 참사로 숨진 이들의 원혼을 달래고 보호외국인들의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추모제와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여수 시민단체는 “단속과 추방으로 일관해온 한국의 미등록 이주민 정책과 고용허가제 안착을 위한 이주민 단속활동 등의 연장선에서 비극적인 여수 참사가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시민단체는 보호외국인들이 형사범죄자가 아님에도 철창으로 차단된 좁은 방에서 열 명 이상이 함께 지내며 공중전화와 면회 외에는 외부와의 연락도 할 수 없는 등 교도소에 수감된 재소자와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노총도 하루전인 10일 출입국관리소 앞에서 추모식과 기자회견을 갖고 “외국인 인권 개선은 1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에 지나지 않다”고 성토했다.

외국인 인권유린 조장 ‘출입국 관리법’ 개정 목소리

국내 외국인보호시설은 여수출입국관리소를 비롯해 경기도 화성과 충북청주의 외국인보호소 등 전국 각지에 외국인보호소시설 등이 운영되고 있다.

시민단체는 “전국 각지에서 지금도 미등록이주민들을 인간사냥을 하듯 단속하는 야만적인 폭력이 자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는 ▲단속추방 중단 및 모든 미등록 이주민 합법화 ▲ 출입국관리법 개정 ▲출입국외국인정책 전면 수정 ▲ 보호’없는 외국인보호소 폐쇄 ▲ 외국인력도입제도 개선 등을 촉구했다.

조승화 기자  frine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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