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만 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가 본지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시립예술단이라는 존재는 성악가, 음악가라는 예술가에게  요구되는 철저한 성찰과 절차탁마 뿐 아니라 시민을 위해 복무한다는 공무적 역할도 주어지는 위치에 놓여있다.

깊이 있는 예술에 흠뻑 젖고자 하는 욕구와 가까이에서 편안하고 가볍게 배경으로서의 음악을 원하는 이들의 요구도 충족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이영만 상임지휘자는 “늘 준비된 상태에서 예술적 완성도를 높임과 동시에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가까이에서 선율을 전달할 수 있도록 전략적인 모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 우선 정기연주회의 음악적 역량을 집중하도록 노력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와 동시에 교육 현장을 찾아가 학생들에게 음악의 아름다움을 만나고, 이를 즐기며 사는 삶의 중요성을 알리는데 지속적인 노력을 할 것임을 밝혔다.

더불어 음악회나 연주회를 접하기 어려운 도서벽지를 찾아가서 시민들에게  따뜻한 음악을 전하는 것 또한 중요하게 여긴다고 덧붙였다.

현재는  “여수시립 합창단만의 색깔을 찾아가야 한다는 과제와  음악적으로 열악한 부분들을 명확하게 드러내어 보완해야 한다”는 지휘자가 갖는 여러 고민들을 풀어가는 중이라면서도 “여수시립합창단은 그 어느 곳보다  단원들의 열정과 음악에 대한 욕심이 많은 것은 분명하다”며  “이는 여수시립합창단이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고 있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영만 상임지휘자는 따뜻한 발성과 ‘말’의 참 맛을 추구하는 지휘자로 평가받고 있으며, “노래는 말이다“라는 음악철학을 갖고서 노랫말이 주는 의미를 살릴 수 있는 발성법을  요구하는 지휘자로 알려져 있다.

▲ 여수시립합창단 정기연주회 모습.

가장 찬란한 순간도,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도 바로 지금

지휘자로서 선율을 자아내는 일, 40여명의 각각의 다른 음악가들의 앙상블을 이루어가는 일 이전에 음악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것은 그에게 매 순간순간 뜨거워져야 함을 의미한다.

그에게 언제나 음악적으로 가장 빛나는 절정기는 바로 ‘지금’, 함께 노래하는 그 순간들인 것이다.

그 찬란한 순간은 시간 속에서 사그라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음악이란 시간들 속에서 따뜻한 그 무언가를 붙잡아두려는 몸짓이지만, 그를 지속해 보려 매 순간 안간힘을 써야 하기에 역설적으로 동시에 가장 고통스러운 형벌이기도 하다.

무형의 것, 유한한 것에 감히 무한한 의미를 부여해 보겠다며 형상을 부여하고, 현란한 색감을 익힌 멜로디로 허공을 울려보고, 상상의 여백을 담아내는 스토리로 창조해 보려는 일. 이 작업은 끝나지 않는 뫼비우스띠처럼 반복되는 힘겨움이다.

더불어 합창은 서로와의 교감이 우선시 되니 단원들끼리의 감정과 화음의 앙상블을 이루는 것은 물론 연주회에서 만나는 청중의 반응과 감흥에 대응하며 끊임없이 교신한 것들을 담아내야한다.

그러니 음악을 울려 퍼지게 하는 일은 행복하고 찬란한 순간이라는 자각이나 각성 이전에 온 몸으로 부딪혀야 하는 일상이며, 이것이 주는 강한 압력과 치밀한 밀도는 지휘자 이영만의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들이 된다.

연주회에서 놓쳐버린 순간들의 삐끗했던 결절들에 대한 후회와 열띤 호응과 박수갈채의 여운에 공명되어 되돌아오는 엄청난 크기의 허전함이 그것이다.

수없이 반복했던 일이지만 매번 다른 결의 허전함은 여전히 그만큼씩의 힘으로 그를 덮친다는 것이다.

이영만 지휘자에게 음악을 한다는 것, 예술을 한다는 것은 환희와 고통, 후회와 회한, 그리고 외로움의 끝나지 않는 회귀를 감당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와의 거리를 지우고, 유리벽을 열고 보니 역시 그 또한 평안한 코스모스만은 아닌 것이다. 연주회에서 보여주는 합창단의 완벽한 질서의 앙상블 뒤에, 저 고요하게 동동 떠있기만 하면 되는 것 같아 보이는 창밖 바다 위 물오리떼들 속에는 일상의 힘겨운 안간힘이 버텨주고 있는 것이다. <글 - 송은정>

▲ 이영만 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 프로필 사진.

이영만 지휘자는?

이영만 지휘자는 서울음대 성악과(박 인수, 박 수길 김 태훈 교수 사사)를 졸업하고 러시아(St. Petersburg Conservatory)와 이탈리아(Academia Internazionale di Ninorota)등지에서 수학한 후(Diploma 취득) 미국으로 유학을 하여 University of North Texas에서 합창지휘로 석사학위를(MM), American Conservatory of Music에서는   ‘Handel 의 오라토리오 Israel in Egypt 에 등장하는 10가지 재앙에 대한 음악적 표현과 발전에 대한 연구’란 제목의 논문으로 박사학위(DMA)를 취득하였다. 

르네상스 작곡가로부터 현대 작곡가들의 작품까지 폭넓게 공부하고 직접 지휘하며 ‘정확한 지휘(Definite Conducting Gesture) 와 화려하고 풍부한 감성(Gorgeous and Rich)의 지휘자’란 평을 받았다.

2006년 2월 귀국 후 추계예술대학교(겸임교수), 인제대학교(겸임교수), 서울시립대학교, 목원대학교, 서울대학교(합창, 합주 지도법과 교양합창), 배재대학교  등에서 지휘법과 합창강의, 전공실기를 지도하며 후학을 양성하여 왔으며  동시에 j여러 세미나,  한국합창 심포지엄 및 각 교회 성가대 세미나와 클리닉을 인도하는 강사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07년 2월부터 김해시립합창단의 지휘자로 선임되어 8년간 재직하였으며, 2015년에는 인천시립합창단을 객원지휘 하였다. 

2016년 10월부터 여수시립합창단의 상임지휘자로 선임됐다.

이원용 기자  rain55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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