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것의 소중함이 해가 갈수록 사라져가는 요즘, 전통혼례 음식 제조에 30여년  동안 인생을 바쳐 외길만을 고집해 온 명장이 있어 ‘온고지신’의 가치를 새삼 깨닳게 해주고 있다.

이경애(72) 전통혼례음식장. 지난 20년 동안 중앙쇼핑센터에서 자부심 하나로 오직 한 우물만을 팠다.  전통이라는 이름이 설 자리가 없는 현실에서 전통다과는 시대를 역행했다. 누가 알아주지 않는 모진 세월이었지만 지금 와보니 값진 인생이었다.

웰빙 열풍과 함께 반전에 나선 전통음식 산업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그가 만든 다과는 지금 지역에선 단연 최고로 인정받는다. 아니 전국 어디에 내놔도 최고라 칭하기에 손색없을 일류 경지의 반열에 오르내렸다.

전라남도 지정 전통음식상차림 명인인 그는 전남도가 주관한 남도음식경연대회 대상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3회 세계음식대회서 장관상을 수상했다.

그럼에도 이 명장은 “음식은 정성으로 평가받는 것이지 상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다”며 “상에 연연하고 싶지 않다”고 겸손을 표했다.

인근 연안에선 볼 수 없는 금오도 갯바위에서 따온 ‘군복’으로 만든 정과며, 전복초로 만든 깨강정, 약과 등은 재료부터 진귀하다.

각종 자연재료로 장식을 낸 각종 폐백음식은 맛도 맛이지만 자태가 일품이다.

싱싱한 재료를 정성껏 손질해 만든 다과는 그야말로 맛의 결정체다.

▲ 싱싱한 전복으로 만든 전복초.

그가 자부심을 보이며 최근 만든 ‘낑깡정과’는 사흘에 걸쳐 완성됐다. 금귤을 뜻하는 ‘낑깡’을 활용한 레시피다.

싱싱한 과육을 골라 씨를 반으로 쪼개 제거한 다음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설탕에 절여낸다.

금귤을 윤이 나도록 코팅한 설탕시럽의 새콤달콤한 조화가 오묘한 맛과 향을 자아낸다.

“생선이나 해산물 같은 비린내 나는 음식을 먹고 이것을 디저트로 드시면 입냄새가 금새 사라질 거예요” 천연재료로 만든 이 다과는 입가심용으로 제격이어서 남녀노소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다고.

“하루만에 준비되는 전통음식은 없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최소 2~3일부터 제조 과정에 복잡한 것은 일주일까지 걸리는 것도 있고요”

전통음식은 말그대로 정성과 공을 아낌없이 쏟아부어야 제 맛을 낸다. 하물며 백년가약의 축원 상징인 혼례 음식은 더더욱 말할 필요가 없다. 그 가치만 높고 보자면 여느 산해진미 가운데서도 최고의 것이라 부를 만하다.

마치 장롱 속 꼭꼭 숨겨온 신줏단지를 어루만지고, 밤을 지새 한 첩의 탕약을 끓여내는 듯한 지극정성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그야말로 명장이 되기 위해선 인고의 가시밭길을 걸어야 하는 모진 여정을 고뇌하며 묵묵히 걸어야 한다.  그래서 그 가치만큼은 기계에서 뽑아낸 즉석 제품과는 비할 바가 못된다.

전통다과의 맛과 멋을 은은히 느껴보며, 그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꽤 많다. 한번 찾아온 손님들은 다시 그를 찾는다. 단골손님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입소문이 나면서 VIP 주문도 제법 많다.

“표현이 무뚝뚝한 손님들도 툭 던지는 ‘맛있네’라는 말이 저한테는 얼마나 반가운 지 몰라요. 그분들이 저한테는 작게는 고객, 크게는 후원자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면서 말을 이어갔다.

“전통음식이 점점 사라지고 있잖아요. 요즘 젊은 사람들한테는 전통혼례가 신기한 세상이 됐지요. 하지만 우리민족 고유 전통음식 맛을 찾는 시대가 다시 올 것이라 저는 굳게 믿습니다”

찰나의 시간을 다퉈 찍어내는 정크푸드와 즉석식품이 판치는 현실에서 이 명장이 던진 메시지는 잔잔한 파동을 일으켰다.

▲ 폐백음식에 사용되는 각종 전류.

김현석 기자  arguskim@outloo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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