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대한민국에는 스티브잡스가 없는 것일까. 대한민국에는 노벨상 수상자가 더 이상 탄생하지 않는 것인가. 누구나 한 번씩 떠올리는 이 의문은 대한민국이 처한 교육과 역사 등 사회전반에 대한 모순과 아이러니가 얽힌 난제에서 비롯된다. 21세기는 창의력과 감성이 지배하는 시대. 그러나 우리사회는 세계최고 수준의 노동량과 교육열기 속에서도 정작 생산성은 OECD 최하위권을 맴도는 풍요 속 빈곤을 호소하고 있다.

말썽꾸러기였던 에디슨과 같은 글로벌 무대를 리드할 창의적인 인재를 갈망하고 있지만 우리 현실은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는 듯한 인재를 양산하고 있다. 인간의 가치관은 유년시절 경험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고 한다.‘창의와 인성’으로 차별화된 초등교육을 펼치고 있는 소호초등학교 김준(58) 교장을 이번호에서 만나봤다. <편집자 주>

▲지난 6일 소호초교 김 준 교장(오른쪽)이 본지 김현석 편집국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김교장은 무엇보다 학생들의 자율과 창의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정책을 펴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들 직업관 심어주는 현실적 교육…중국어 교육 강화
“정해진 공식없어,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해결 능력 고취”

-. 교내에 교장실이 보이지 않는다. 문패도 없어 찾기 어려웠다. 교장실을 따로 마련하지 않은 이유가 있나?

소호초등학교 교장 김준입니다. 제가 교장으로 취임하면서 우선 3가지부터 없애자고 작정했습니다.

첫째가 교장실이고요, 둘째가 교장 명패, 마지막이 교장 권위입니다. 일선 선생님들로부터 책임자로 보고받는 것보다 그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선생님들과 소통해야 아이들의 자율성이 보장된다고 봅니다.

-. 교육철학은 주로 어디서 영향을 받았나.

이곳에 오기 전 장성 백양사 근처의 부기초등학교에서 교장으로 4년간 재직했습니다.
무지개학교였는데 학생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매우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고 기조를 유지하며 교육을 해왔습니다.

그러한 것들이 자연스레 몸에 뱄다고 생각하고요, 그곳에서도 국악단을 창단해 2년 동안 운영을 해왔는데 소호초등학교 오케스트라 운영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 여수와의 인연은?

작년 3월1일 소호초등학교 교장으로 왔습니다.
젊은 시절 주로 타지에서 근무를 했지만 여수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이곳에서 보냈습니다.
교직생활 40년을 외지에서 했는데, 마지막 정년 5년을 고향에서 보내고 싶단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어린 시절 향수는 많습니다만, 40~50년 전 여수가 수산업으로 번창한 시절, 아버지가 중앙동에서 약방을 운영했던 기억이 납니다.

-. 교장 취임 이후 학교가 많이 달라졌나.

1963년 개교한 저희 학교는 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원래 쌍봉초등학교 분교였는데 지난 2000년 소호초교로 정식 독립된 학교입니다. 세월의 흐름에 건물도 노후화 돼 리모델링을 한지는 4년 정도 됩니다.

제가 취임한 이후 달라진 점은 무엇보다 보이지않은 내부의 장벽을 허무는데 공을 들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교장실을 따로 두지 않고 권위와 격식을 버린점도 교장이라는 직책이 원래 학생들과 교사들이  어려워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선 교사님들,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춰 대화를 해야겠다 생각한 겁니다.

▲ 소호초등학교 축제인 한마당 축제. 이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협동과 배려를 중점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 학생들의 역량을 어떤식으로 키워주고 있나?

미래사회 중요한 것은 인성과 배려, 소통이 될 것입니다. 우리사회는 지금 너무나 각박합니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너무나 극심한 세상입니다.

지식을 쌓기보단 타인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과 인성을 키우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창의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어학능력, 소프트웨어 창조 능력을 키우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앞으로 2040년이 되면 지금 학생들이 서른살이 되는 나이입니다. 그때 그들이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하는 부분을 고민하게 된다면 저는 지금 소통과 자율을 아이들에게 심어주고 싶습니다.

-. 학생들의 진로 역시 앞으로 더욱 현실적인 시대가 올 것으로 보여지는데.

선진국에서는 일생동안 직업이 10번 바뀐다고 합니다. 평생 직업을 가지고 일을 사랑하며 산다는 얘기지요.  우리나라 실정은 어떻습니까. 사오정, 오륙도라는 단어가 난무하는 현실은 우리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다보스 포럼에서 현재 우리나라 초등학교 학생들의 60~70%는 현재 없는 직업에 종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그러면 그들이 어떤 직업관을 가져야 하는가는 ‘자율’이 관건이 될 것입니다.

즉 스스로 하는 능력, 새로운 생각, 어떤 역경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을 수 있는 의지 등 이런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바로 학교와 교사의 몫입니다.

만일 수학문제를 푼다고 하면 딱 정해진 공식이 아니라 도구를 가지고도 해보고 그림으로 그려서도 해보는 등 다양한 방법을 터득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

▲ 리코더 공연 장면. 오케스트라에서는 저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리코더를 권장해 음악에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오케스트라 규모 매년 확대…올해 6월 예울마루서 한독 협연
소수 정예보단 ‘다함께 가자’ 철학…기다리는 참교육 실현

-. 학생들에게 중점적으로 실시하는 교육이 있나.

바로 중국어교육입니다. 여수는 이제 국제적 관광도시 반열에 접어들었고, 제주와 마찬가지로 중국인들을 끌여들여 다양한 관광마케팅을 추진해야 합니다.
내수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어를 배워야 합니다.

여수는 중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가장 큰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 사람들 평생소원이 바다를 보는 것이고, 더큰 소원이 섬에 가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여수는 365개의 섬이 있습니다. 가는 곳마다 풍경이 다릅니다. 아름다움을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것이 큰 무기입니다. 중국인들이 유입되면 최고의 관광성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작년부터 방과후 수업으로 중국어를 시작했는데 의외로 학생들의 반응이 좋습니다.

-. 학생들 학력 신장을 위한 정책은 있나.

초등교육은 고교 평가 및 당해 수능 방침에 따라 교육방침이 크게 휘둘립니다.
단순 암기가 아니라 주제에 대한 접근과 분석력 등의 사고를 길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가도 그런부분에 맞춰져야 하고요.

그런데 그런 방식을 도입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선진화된 시스템이 전무하기 때문인데요,  앞으로는 공부를 하는 과정을 평가해야 하는데 그게 어렵습니다.

지금 현실을 보십쇼. 서울대를 졸업해도 직장을 구하기가 어려운 현실입니다. 동네 의원도 문을 닫는데가 속출하고, 일반 직장인보다 못버는 변호사도 있습니다.
지금 자라나는 애들한테 앞으로 의사되라, 변호사되라는 말이 필요없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저희 학교에서는 진로교육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모든 프로그램을 진로교육에 맞추고 있고요, 특히 진로공책이라는 것을 만들어주고 있다.
6년 동안의 기록을 합니다.

시험성적부터 해서 공부는 못했어도 다른 잘했던 분야나 성격, 적성, 방과후 활동 등을 담게 됩니다. 이 노트 한권이면 중고교로 진학해서 앞으로의 진로나 관심분야를 선택할 때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끔 기초자료로 들어주는 겁니다.

-. 학생들의 진로에 대한 인식은 어느정도 인가.

27년전에 처음 독일이란 나라에 갔고, 작년에도 오케스트라를 데리고 독일을 갔는데 독일인들에게서 놀란점은 초등학교 5~6학년이면 자신의 진로를 결정한 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철저히 담임교사의 조언에 따르고 지도에 따라 자신이 가진 장점과 특기 등을 파악하는데 고민하고, 열중한다는 겁니다.

유럽인들의 대학 진학률은 10%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학을 가면 학점 획득이 어려워 졸업하기도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그래서 프랑스나 독일 대학에서 학위를 받기 어려운 점도 그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들에게 대학은 삶에 있어 중요한 가치가 아닙니다. 직업에 귀천이 없고 자신이 맡은일에 대한 자신감과 즐거움에 항상 가득차 있습니다.
그것이 그 나라 인재들의 미래입니다.

우리나라도 바뀌어야 합니다. 조선시대처럼 선비가 최고인 시대는 아닙니다. 화이트컬러를 고수할 필요도 없습니다.

-. 직업교육을 위해 추진하는 방안이 있나?

올해는 소호초교 개교 45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졸업생 한분 한분을 모셔서 소호아카데미를 열 생각입니다. 학생들에게 졸업생들은 좋은 강사가 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저명인사보단 한 우물만 파서 그 분야의 최고가 된 사람들을 모셔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직업관도 그렇습니다.
직업을 교과서 속에서 보여줘봐야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직업의 전문가를 초빙해 직접 대화해보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그것이 직업사회 공부의 첫걸음이라 생각합니다.

-. 오케스트라 활동으로 유명한 학교가 됐는데.

오케스트라는 지난해 85명으로 구성했습니다. 작년 독일에 50명의 학생들이 12일간 머물면서 협연을 했습니다.
단 한차례의 사고도 없이 무사히 끝마쳤습니다. 오케스트라는 한 악기만 틀려도 불협화음이 돼 하모니를 망치고 맙니다

협동과 배려가 중요한데요, 미래사회에 필요한 덕목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일은 고전 클래식음악의 고향입니다. 독일 베를린 음대 교수의 지도아래 학생들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 독일과 다른점이 있나.

독일 아이들은 5~6살때부터 합주단에 참여를 합니다. 초급반이 리코더부터 시작을 하는데요 학부모들이 물심양면 지원합니다.
어려서부터 음악과 가까이하고, 진정 음악을 즐기면서 참여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200여명 가까운 어린이들이 합주를 하면서 실수가 거의 없습니다.

오는 6월이면 독일 어린이들이 한국으로 옵니다. 예울마루 공연 일정을 계획하고 있는데, 가능하면 판문점에 가서도 연주회를 가질 생각입니다.
독일과는 지난 2014년부터 자매결연을 맺어 협주를 해오고 있습니다.

서울이나 수도권 학생들이 아닌 지방 소도시의 초등학생들이 유럽의 문화 중심에 가서 공연을 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현재 여수에는 20개가 넘는 초등학교 오케스트라가 운영중입니다. 저희 학교는 후발주자에 속합니다.

그러나 열정만큼은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오케스트라 담당 최재식 선생님의 열정이 대단합니다. 남몰래 고생도 많이 하고 있고요. 그런 분들을 조금이라도 후원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일 원정 공연이나 예울마루 같은 정식 시설에서 공연을 해야 하다보니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러나 학부모나 개인분들에게는 지원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교육청이나 동문회의 발전기금을 충당해 운영하는 것이 학교의 방침입니다.

뒤늦게 소호초 오케스트라 지위자인 최재식  교사가 인터뷰에 합류했다.

-.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이 많을 것 같은데요.

학생들이 본인의 수준에 만족하면서 참여해 줄것으로 주문합니다. 잘하면 잘하는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데로 참여하면서 즐기라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처음 시작한 아이들은 채 1분도 연주를 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귀로듣고 나중에는 손으로 연주하게 됩니다. 기다려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난해 90명 수준이던 학생들을 올해에는 100명까지 늘릴 생각입니다 해마다 10명씩 자연스럽게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 지난 5년동안 아이들을 가르친 노하우가 있나.

모든 악기가 그렇듯 왜 음악을 해야하는 가 동기부여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학년때는 리코더를 먼저 접하게 해줍니다. 음악의 맛을 느끼게 하는 건데 고학년이 되면 적성에 맞는 악기를 배치해 줍니다 .

그 이유는 리코더는 배우기가 쉽고 협연도 용이해 아이들의 성취감을 높이는데 아주 효율적입니다 . 아이들의 독보 향상이나 음정 파악 능력을 키우는데는 리코더 만큼 좋은 악기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소호초 오케스트라 출신 학생중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들이 있나.

아직 첫 졸업생들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지만 예술고로 진학을 계획하는 등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긍정적입니다 .
작년 독일 협연 때 어떤 아이들은 기량이 뛰어나 유학을 권유받은 아이도 있고요.

-.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다.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나.

잘하는 아이들도 많습니다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도 많습니다.
열손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 어디 있겠습니다. 오히려 이 아이들에게 마음이 많이 쓰입니다.
학업성취도가 낮고 따돌림을 받는 아이들이 대개 그렇습니다.

그저 묵묵히 지켜봐주고 칭찬해 줄 때 이 아이들이 진가를 발휘하게 됩니다. 그렇게 해주면 자연히 음악에 열정을 가지고 몰입하게 됩니다.

이런 저런 아이들을 지도하다 보면 교육에 대해 다 시 한 번 생각하게 끔 합니다. 부족한  아이들을 보호하고 길러주는 것이 참교육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을 보면서 오히려 교사로써 책임과 임무를 다하고 있는지 성찰할 시간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 지난 6일 김 준 교장이 본지와의 인터뷰가 끝난뒤 오케스트라 지위자인 최재식 교사(맨 오른쪽)와 학교 운동장에서 학생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현석·조승화 기자  arguskim@outloo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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