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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오버와 심리적 오버데스크칼럼> 김현석 편집국장

지난 5월 9일에 치러진 19대 대선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아들 준용씨가 한국고용정보원에 특혜채용 됐다고 주장하며 국민의 당이 제시한 자료가 조작된 것으로 밝혀져 국민들이 큰 충격을 받고 있다.

당시 국민의당은 문 후보의 아들과 미국 파슨스 스쿨에 함께 다닌 동료의 음성이라며 해당 파일을 전격 공개하면서 선거 기간동안 문 후보의 책임을 요구하는 31건의 논평을 발표했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6월26일 오후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이 나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보된 카카오톡 화면 및 녹음파일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며 “당시 관련 자료를 제공한 당원이 직접 조작해 작성한 거짓 자료였다”고 고백하고 국민들을 향해 사과했다.

박 위원장이 밝힌 당원은 이 지역 출신 여성 이 씨로 현재 검찰에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과 언론은 이 증거조작 사실이 사전에 당 관계자가 인지한 상태에서 진행된게 아닌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선거기간에 준용씨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던 핵심 당직자인 이용주(여수,갑) 국민의당 전 공명선거추진단장은 자체 진상조사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당은 사전에 증거조작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만약 당 개입이 사실로 밝혀지면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겠다는 의견도 덧붙여 말했다.

국민의당 ‘전략적 오버’로 의심 받아

국민들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상대 대통령 후보에게 치명타를 입힐 수도 있는 메가톤급 의혹을 공당에서 철저한 사전 검증도 없이 줄기차게 제기해 왔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있다.

더군다나 국민의당에는 정가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정치인들이 즐비하고 또 공식 공명선거단을 이끌었던 단장 이용주 의원도 검사출신이고 부단장 김인원씨도 현직 변호사다.

증거를 검증해 보려는 최소한의 의지라도 있었다면 조작 사실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할 수 도 있었다는 게 국민들의 합리적 의심이다.

혹시 당내에서 당원 이 씨가 들고 온 증거가 처음엔 의심쩍은 부분이 들긴 했지만 이왕 선거 막바지까지 왔으니 구태여 확인해 볼 필요까지 있겠는가, 선거만 이기면 게임은 끝이다는 이런 분위기가 이심전심으로 작동돼 제출한 증거를 따져보려는 노력을 포기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다.

만일 당의 분위가 이랬다면 이는 소위 ‘미필적 고의’에 의한 당의 조작 가담이 되는 것이요, 흔히 하는 말로 ‘미친 척’하고 정치공세를 펼친 셈이 된다. 이를 심리학자 정혜신 박사는 ‘전략적 오버’로 설명한다.

‘전략적 오버’는 민주당도 전력 있어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2002년 그해 민주당은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지금의 국민의당이 했던 행태와 거의 유사한 의혹제기로 정국을 시끄럽게 했다.

4월, 설훈 의원이 기자회견을 갖고 “(로비스트) 최규선 씨가 한나라당 윤여준 의원을 통해서 이회창 전 총재에게 2억 5천만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해 여의도를 발칵 뒤집어 놨다.

나중에 설 전 의원은 증거로 삼을만한 테이프를 들어보지 않은 경솔함이 있었다고 인정했으나 고등법원은 11월 그를 명예훼손 혐의로 징역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증거를 확인해 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게 문제였던 것. 민주당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마치 의혹이 사실인 양 믿고 전략적으로 오버했던 것이다.

민주당 ‘심리적 오버’ 자제해야

민주당은 국민의당이 의혹제기한 증거가 조작된 것으로 밝혀지자 즉각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당 진상조사단이 발표한 내용을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윗선이 개입했을 것으로 의심하면서 안철수 전 대선후보와 박지원 당시 선대위원장을 겨냥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30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국민의당) 중간 발표는 박지원 선대위원장에게 향하는 시선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뻔하다”며 “한편으로는 윗선에 보고했다는 사실을 시인함으로써 그간 국민의당이 극구 부인했던 윗선 지시 가능성을 보여준다.

안철수 당시 대선후보와 박 위원장의 침묵은 짧으면 짧을수록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의 엄정수사와 함께 두 분의 책임있는 입장 표명을 기다리겠다”고 압박했다.

이에 박지원 의원은 “조작음모에 가담했다면 추미애 대표에게 목을 내놓겠다”면서 “내가 관련없다면 추미애 대표는 뭘 내놓을 건가”라며 격앙해서 언성을 높였다.

이번 의혹제기 증거조작 사건은 어차피 길지 않은 시간에 그 진실여부가 밝혀질 것이다. 지금은 대선국면도 아니다. 검찰이 조사에 착수했다.

따라서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 결과가 나오면 그때가서 법적 정치적 책임을 주장해도 늦지 않다.

그런데도 양당 대표 주자격 의원들이 과도한 주장과 격한 리액션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심리적 오버’ 상태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2002년에 민주당 설훈 의원으로부터 의혹 당사자로 지목 받은 윤여준 의원도 심리적 오버 상태를 보였다.

억울한 당사자는 윤 의원은 설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며 원내총무에게 조건부 사직서를 제출하고, 의원회관에서 철야농성에 돌입하고, 설의원을 상대로 20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하고, TV공개토론까지 요구했다.

그리고 조건부사직서를 들고 설의원 사무실을 찾아가는 장면을 연출했다.

사실규명을 과도하게 요구하며 대응했다는 평이다.

하기야 윤여준 입장에서보면 애초에 발생하지도 않았던 일을 증명해야 하는 황당한 상황에 처했던 순간이었다.

주로 심리적 오버는 누명을 썼거나 매우 억울한 상황에 몰렸을 때 일어나는 자연스런 심리현상이다.

이런 경우 몰린 사람은 자신의 결백을 격하게 주장하게 되고 그러다가 ‘반성할줄 모르는 인간’으로 찍혀 재판에서 더 억울한 결과를 얻게 되는 때가 있다. 물론 이와 반대되는 경우도 있다. 일종의 ‘반동형성’으로 “자신이 용납할 수 없는 감정이나 충동 등이 있을 때 그것과는 정반대로 행동하는 자기 방어를 위한 심리기교다.

내적으로는 매우 공격적인 사람이 겉으로는 더없이 예의범절이 깍듯하게 행동하는 것들이 그런 경우다.

얼마 전 어떤 고위 공직자는 뇌물을 받았다면 할복자살을 하겠다고 극단적인 공언을 했는데, 며칠 후 ‘할복자살할 일’이 사실로 밝혀지기도 했다. 반동형성에 의한 ‘심리적 오버’였던 것이다.” -정혜신의 삼색공감.개마고원.P28

최근 문준용씨 의혹 증거 조작 사건을 두고 정치권에서 벌이고 있는 행태들을 보노라면 꼭 2002년의 그해 그 사건이 오버랩 된다.

사전검증을 소홀히 한 증거에 도취돼 공세를 퍼붓는 모습들, 그리고 이에 과도하게 반응하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발언 등. 이런 것들이 더 이상 우리 정치사에 일상이 돼서는 안될 것이다.

국민들에게 피로감만 안겨줄 뿐이다.

김현석 기자  arguskim@outloo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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