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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문화·예술담은 희극, 국내외 어디서도 통한다”POWER INTERVIEW> 강기호 여수극단파도소리대표
  • 글·사진=조승화 기자
  • 승인 2017.07.06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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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강기호 파도소리 대표. 지난 30년간 극단을 이끌어 온 그는 작품 활동을 멈추지 않는 이유에 대해 “현역에 있을 때 문화예술의 꽃을 피우는 것보다 후진들의 위해 좋은 토대와 양분을 마련해 주고 싶다”고 전했다.

여수 극단 파도소리는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지역의 대표 극단이다. 지역의 근대사를 시민들과 함께 하며 악극의 재미와 볼거리를 선사한 유일한 극단이기도 하다. 사랑의 원자탄 손양원 목사, 거문도의 전설 오돌래, 여순사건의 슬픔, 오동도의 설화 등 유서깊은 지역의 문화·역사가 희극으로 되살아났다. 해학과 풍자로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고, 비극적인 장면을 연출해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30년간 쉴 새없이 무대를 누비며 지역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해 왔다.

극단 파도소리를 지난 30년간 묵묵히 견인한 강기호(56) 대표는 여수 연극계의 선구자이자 산증인으로 통한다. 젊음을 바쳐 지역색이 또렷한 연극 외길을 묵묵히 걸어왔다. 수십년 지기 단원들은 가족이나 다름없나. 가족보다 더 애뜻하다. 눈빛만 봐도 척이다. 극단파도소리는 지난 6월 대구서 열린 대한민국연극제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극단으로써 받는 최고 영예의 상이다.연극계의 황무지 아니 불모지나 다름없는 여수에서 전국의 유수 극단들을 제치고 위업을 달성한 것은 진흙탕에서 진주를 찾은 것과 비교되곤 한다. 강기호 대표와 만나 대화를 나눴다. <편집자 주>

대한민국연극제 대통령상 영예…열악한 현실 딛고 최고 반열
지역문화 소재로 한 독창적 창작 활동 주목…국내외서 호평

-. 대한민국연극제 대상 수상을 축하드린다. 이번 연극체 참가한 소회는.
과거 35년간 이어져왔던 전국연극제가 지난해부터 대한민국연극제로 명칭이 바뀌면서 올해로 2회차를 맞았다.
15개 광역시도와 지자체 대표 극단들이 참가해 1차로 지역예선을 거쳐 치열한 각축을벌인 끝에 영예의 무대에 서게 된 것이다.
지난해부터는 서울이 참여하면서 규모가 커졌는데 체육행사로 치자면 전국체전 같은 우리나라 연극계의 대잔치로 치러지고 있다.
파도소리는 이번 연극제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피나는 연습과 맹훈련을 하는 등 상당히 많은 준비 끝에 대상의 영예를 안게 된 것 같다.

-. 여수 극단 파도소리는 어떠한 단체인가. 간략하게 설명해달라.
파도소리는 여수에서 창단된 지 올해 30주년을 맞은 극단이다.
1987년 9월 창단돼 지금껏 마술가게를 비롯해 250여편의 작품을 공연했고, 미국 5개 주에서 순회공연도 가진 바 있다.
전남연극제에서 4차례 대상을 받았고, 전국 연극제 최우수작품상 7회, 우수상 5회의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연극대상 베스트 작품상을 받기도 했다.
전남 최초의 전문예술단체로 지정된 전문연극단체로 20여명의 연극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1992년 180석 규모의 파도소리 소극장을 개관해 지역연극 활성화에도 힘쓰고 있고, 2014년 예비 전남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돼 10명의 인력지원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무대 전문 예술인 1인 지원을 받아 활동하고 있다.
지역문화를 소재로 한 작품창작으로 독자적인 레파토리를 확보하고 있으며, 문화상품 브랜드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 그렇다면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극단인가.
과거 지역에 몇 개의 극단이 있었으나 재정이 열악해 대부분 문을 닫았고, 종사자들도 생활이 어렵다보니 외지로 떠났다.
연극인들의 열정도 뜨거웠고, 휼륭한 극단도 제법 있었지만 아무래도 생계수단으로는 어렵다보니 뿌리를 내리지 못한 것 같다.
파도소리 창단 30주년이 됐지만 지역 연극계에서 한 우물만 파기란 외롭고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 극단을 창단한 계기가 있었나.
나만의 색깔을 가진 연극을 해보고 싶었다.
주로 지역을 소재로 한 창작극을 다뤘는데 일반 극단이 하기 힘든 공연들 위주로 했다.
덕분에 지역 문화와 예술, 역사에 대한 레파토리와 풍부한 경험을 쌓게 되었고, 이런 것들을 활용해 지속적으로 지역의 설화나 역사, 인물을 조명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 사랑의 원자탄 손양원 목사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 ‘용서를 넘어선 사랑'. 2004년 미국 5개 지역 순회공연을 통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극단 파도소리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 대표적인 작품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
애양원을 설립한 손양원 목사 일대기를 담은 작품 ‘용서를 넘어선 사랑’은 지난 2003 창작돼 10년 넘게 공연을 하고 있는 대표 작품이다.  이밖에 오돌래와 거문도의 노래, 동족상잔의 비극인 여순사건을 다룬 ‘10월의 노래’, 오동도 설화를 다룬 ‘토끼가 기가 막혀’, 오동도의 세가지 설화를 그린 ‘설화 그리고 오동도’ 등 다양한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 무대에 오르고 있다.

-. 극단 구성은 어떻게 되나.
전문 연극배우가 15명가 소속되어 있다. 스텝과 객원 배우 등은 각 작품에 맞게 외부 인력을 고용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 지역 극단들이 처한 입지나 여건이 매우 열악할 것 같은데.
말도 못한다. 1년을 놓고 볼 때 평균 6편에서 많으면 7편까지 공연을 하는데 공연을 한번 할 때마다 빚이 늘어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만큼 힘이 든다.

-. 전국을 무대로 공연하다보면 지역색이 강한 작품의 경우 관객 반응은 어떠한가.
예전에는 여수가 어디에 있는 도시인 줄도 모르는 분들도 계셨다. 그런데 공연을 통해서 여수에 이런 전설과 역사가 있다는 사실을 깨닳게 해주면서 여수라는 도시에 대해 많은 분들이 아름다운 도시로 생각하고 있다.
사실 여수에 살면서도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도 많다.
외지분들이 여수에 어떤 문화가 있느냐고 물어볼 때 당당하게 설명하려면 우리 시민들부터서 아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우리가 지역의 문화를 먼저 알고 있어야만 외지분들에게 설명을 할 수가 있다. 이것이 바로 문화자산이다. 그런 것들이 한단계 발전해 여수를 대표하는 문화 브랜드상품이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 지난 6월 대한민국연극제서 대상을 받은 '굿모닝씨어터'. 지역극단이 처한 현실을 또다른 시각에서 보게 한 작품.

-. 시민들이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연극은 주로 시립국악단이나 합창단 정도로만 떠올리게 된다. 민간단체에서 홍보가 잘 되지 않다보니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지역 연극계의 현 주소는 어떠한가.
어렵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진데 지금이 가장 극심한 것 같다. 10~20년 전보다 더 그렇다. 예전에는 기업 후원도 제법 있었으나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이마저도 사라졌다.
과거에는 티켓판매율도 좋았지만 지금은 매우 저조하다.
워낙 공공기관에서 후원하는 공연들이 많다보니 초대권이 남발되고 있다. 티켓을 사서 공연을 보면 마치 손해를 보는 기분이라 하니 씁쓸하다. 물론 지역민들을 위한 무료 공연도 좋지만 그런 것에만 의존하는 기형적인 공연 문화가 오히려 지역 문화·예술의 쇠퇴를 부추기고 있는 형국이다.
티켓 한 장 구매가 지역의 예술단체를 살리는 작은 실천이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 시에서의 보조금 지원은 어느 정도인가.
극단에 직접 지원되는 경우는 없고, 협회에 지원이 되는데 그것 마저도 턱없이 부족해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 수 없는 실정이다.
연극협회는 협의체의 성격인데 반해 전문 극단은 공연을 수행하는 직접 단체이다.
극단에 실질적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 대목이다. 타 도시의 경우 대부분 극단에 직접 지원이 되는데 여수는 그렇지 못하다.
아마도 시에서의 지원근거 역시 산하 협회에 지원을 하도록 되어 있어 그런 것 같다.
아까운 혈세를 들이고도 지역 연극계의 발전에 보탬이 되지 못하는 것아 안타깝다.

-.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키기 까지 어느 정도의 노력이 수반되는가.
우선 원작이 있어야 하고, 작가가 있어야 한다.  작가가 부족하면 시나리오를 쓸 수가 없다.
그러면 기존 작품을 가져와서 희곡을 써야 되는데 이런 경우 누구나 할 수 있고, 식상해진다. 우리 극단은 창작공연을 표방한다.
두 번째는 캐릭터에 맞는 배우가 부족하다. 대도시의 경우 캐스팅이 용이한 반면 지역에선 선택의 폭이 매우 협소하다보니 작품의 퀄리티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세 번째는 스텝의 부재다. 연극을 하려면 무대가 있어야 하고 무대미술가, 조명디자이너 등 각 분야의 전문 스텝이 있어야 하는데 외부에서 불러오다 보니 투자금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공연에는 많은 돈이 든다. 창작의 고뇌보다 경제적 어려움이 더욱 힘이 들게 한다. 

-. 그럼에도 작품 활동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선택한 길이고 평생을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명감도 있다. 그런 마음가짐이 있고, 나같은 사람이 있어야 지역 연극과 예술을 지켜나갈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선 누군가의 희생도 필요하다. 본인이 현역에 있을 때 문화예술의 꽃을 피우는 것보다 앞으로의 후진들의 위해 좋은 토대와 양분을 마련해 주고 싶다.

▲ 연극가스펠.

-. 무대위의 인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연극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과 아쉬웠던 점은.
‘용서를 넘어선 사랑’은 가장 아끼고 애착이 가는 작품이다.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도맡았기 때문이다.
2004년 미국 공연을 위해 출국을 해야 하는데 당시 테러 사건도 있고 미국 내 사회적 분위기가 어수선해 입국 비자가 잘 나오지 않은 시기였다. 다행히 63명 전원의 비자가 발급돼 무사히 공연을 마칠 수 있었다.
시카고, 디트로이트, 필라델피아, 뉴욕, 미네소타 지역을 35일 동안 밤낮없이 순회했다.
정말 열과 성을 다해 공연했고, 전 회에 걸쳐 기립박수를 받았다.
국내에서도 450차례에 걸쳐 대극장에서 공연을 했는데 20만 관객을 동원했고, 관객의 90% 이상이 기립해 갈채를 보냈다.
갈채라는 것을 제대로 느껴본 작품이다.
이 작품이 무대에 오를때마다 1억 정도가 든다. 워낙 대작이고, 연출이 복합하다 보니 그렇다. 언젠가 다시 하고 싶다.

-. 이 작품은 어떤 교훈을 시사하는가.
손양원 목사는 경남 함안 출신이다.
그 분이 우리지역에 와서 나병환자의 피고름을 빨고 병수발을 했던 것은 진정한 인간애이며 소외계층에 대한 고귀한 희생으로 대변된다. 두 아들을 죽인 원수를 양아들로 삼은 사랑의 실천자로써 우리 사회이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고 본다. 작품을 통해 이기주의로 치닫고 있는 사회가 배려와 양보, 사랑으로 변화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 있다.

-. 이밖에도 애정이 가는 작품이 있나.
2007년 창작한 ‘상화와 상화’라는 작품이 있다. 이상화 시인의 시를 반영한 작품인데 그해 울산 전국대회에 참가해 호평을 받았다.
모든 감독 및 연출가들로부터 높은 평을 받은 작품이었다. 그런데 심사 결과 꼴지를 했다.
당시 연극계의 부조리한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다. 생각하면 울분이 차 오른다.
몇 년 뒤라도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

-. 올해 대한민국연극데 대상을 받은 굿모닝씨어터는 어떤 작품인가.
지역극단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관객들은 무대위의 연극만 보게 되지, 그 이면에 대해선 잘 모른다.
극단이 구성되는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배우들과 조명, 스텝, 작가 등 모든 구성원들이 모여 극단을 이루고 더 좋은 작품을 배출하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들을 조명한다.
평범한 극단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현실과 꿈을 오가는 스토리가 전개되는 2중 구조의 매칭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 창작극인가.
그렇다. 지난해 10월 '오거리사진관'이라는 작품을 시연했는데 작가의 독창성이 놀라워 희곡을 의뢰해 만든 것이다. 그런 점들이 심사위원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것 같다. 

-. 대도시 극단의 경우 여수보다 여건이 훨씬 나을 것 같은데 여수가 대상을 받은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차별화라 생각한다. 다른팀들의 작품은 주제가 무겁고, 기성 작품들이 많았다.
지난 30년간 많은 작품을 배출하다 보니 경험도 있었고, 희곡 단계에서부터 치밀하게 보완하고 연습하기를 반복했었다.
우선 작품자체가 좋았고, 훈련량도 많았다. 그러니 호흡도 척척 맞았던 것 같다.

▲ 연극 가시고기.

-. 예울마루 등 지역 내 전문 공연 인프라가 확충됐다. 이 부분에 대한 견해는.
예울마루가 생기면서 지역 극단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 시민회관은 대관료를 소극단이 감당할 수 있지만 예울마루를 그럴 수 없는 처지다. 비싸서 공연을 할 수 없거니와 희망 날짜에 잡기도 힘들다. 시민회관에 10배 정도 비싸다 보면 된다.

-. 예울마루는 시민공원이다.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와 발전을 위한 설립 목적이 분명이 있다. 관주도의 공연이나 인기공연을 기획한 특정 방송사의 배만 불리는 구조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드는데.
예울마루에서 워낙 유명한 공연만 유치하다보니 지역민 입장에서도 지역소재 공연은 보려하지 않는다. 시민회관에서 누가 돈주고 공연을 보려하나. 무료공연도 인기가 없다.
정말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지만 워낙 열악하다보니 여건에 맞춰 작품을 만들 수 밖에 없다. 완성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걸로 평가받다보니 비교가 된다. 더 외면을 받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 지역 내 연기 지방생들이 외지로 가는데.
지역에 관련 학과라도 있으면 그나마 여건이 나을 것 같다. 가까운 전주라든지 중소도시에도 관련 학교가 있고 배출 학생들도 많다.안타깝게 전남에는 하나도 없다. 다 외지로 떠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 앞으로 계획은.
문화관광부 주최로 오는 15~16일 서울에서 ‘굿모닝시어터’ 축하공연을 한다. 20~22일은 시민회관에서 ‘거문도의 노래’를 공연한다. 올 하반기 스케줄도 조만간 확정이 된다.

-. 강 대표의 출신지와 학교는.
여수출생으로 남초등학교와 여수중학교, 여수공고 졸업했다.

글·사진=조승화 기자  frine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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