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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정치의 명과 암<데스크 칼럼> 김현석 편집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이 반려견을 데리고 북악산 산책길에 오르는 모습을 공개한 때는 사드 추가 배치로 여론이 악화된 바로 그 다음날이었다. 절묘한 타이밍이요 콘셉트가 명확한 이미지 연출이 아닐 수 없다.

반려동물 천만명 시대에 들어선 우리나라에서 반려견과 다정하게 지내는 모습이 담긴 사진은 실제 사진 속의 그 사람이 매우 다정다감하고 친절한 성품의 소유자라는 이미지 효과를 낳게 한다.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들이 틈만 나면 반려동물과 찍은 셀카 사진들을 온라인에 공개하는 이유도 아마 그런 효과를 기대해서일 게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들을 임명한 후 함께 티타임 산책 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도 이미지 효과를 기대해서다. 티타임 사진 속의 모습은 꾸밈이 많다. 하나같이 겉옷을 탈의한 채 하얀 셔츠 차림을 드러냈다. 오른 손엔 커피, 왼손에는 겉옷이 들려있다. 호감형인 조국 수석이 문 대통령과 프레임 중간에 위치해 있고, 포즈와 복장에 콘셉트가 명확하다. 사진 속 모델들은 전방에 카메라가 있다는 걸 의식한 체 환하게 웃고 있다. 미디어를 향해 ‘인간 문재인’을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과 이미지 연출은 뗄 레야 뗄 수 없는 불가결한 관계다. 정치인을 직접 만나기 어려운 대중들로서는 미디어를 통해 드러나는 정치인의 이미지 혹은 기획된 연출들을 그대로 수용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정치 권력자들은 대중들에게 어필하기 위하여 이런 잘 짜여진 이미지 연출을 선호하고 크게 의존한다.

문제는 이 이미지 연출이 얼마나 자연스럽냐이다. 주인공인 권력자가 아주 자연스럽게 약속된 동선을 따라가면서 말과 행동을 하되 마치 연기를 하지 않는 것처럼 ‘연기’를 해야한다는 게 관건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는 이미지 연출이 자연스럽다는 평이다. 그건 문 대통령 자신이 소탈하고 친근한 성품을 지녔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이미지 연출에 돋보이는 재능을 가진 탁현민이라는 공연연출가 출신의 의전비서관 역할이 컸을 것이라는 중론이다.

그러나 이미지 정치는 ‘명’만 있는 건 아니다. ‘암’도 드리우기 마련이다.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개최한 ‘대국민 보고대회’ 토크쇼 행사는 ‘소통이 아닌 쇼통’이라는 뒷말을 무성히 낳았다.

정부 정책과 개혁과제라는 딱딱한 주제를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한다는 발상은 다소 신선해 보였다. 국민인수위원들이 질문하고 관계부처 장관들과 대통령이 직접 대답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 참 달라졌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여기에다 지상파 방송사 아나운서와 전직 아나운서 출신 청와대 여성부대변인이 MC를 맡고, 인디밴드가 출연해 ‘꽃길을 걷게 해 줄게’를 열창하자 한 편의 공연을 보는 듯한 감동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행사 도중 MC가 참석자들을 향해 놀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지금 김정숙 여사가 이곳을 깜짝 방문했다고 알리면서 박수를 유도하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왜 굳이 이렇게까지 잘 연출된 쇼를 보여주려고 하는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 왜냐하면 사전 리허설 때 김 여사 방문 소식은 이미 사회자 멘트를 통해서 공개됐고 연습까지 마친 상태였다. 사전에 약속된 예정방문이었지 깜짝방문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정색하고 깜짝 방문이라고 연기시킨 것이다. 이를 두고 보수야당은 일제히 ‘자화자찬 이벤트’이자 ‘쇼통정치’에 불과한 쇼라고 비판에 열을 올렸다.

이런 식의 이미지 정치가 반복되면 곤란하다. 어느 순간 대통령의 모든 의전 행사가 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당시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먹거리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덩달아 정부에 대한 불신도 치솟는 상황이었는데 청와대에서는 토크쇼 형식의 의전행사를 기획한 것이다. 대통령이 격의 없는 소통 행보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내야겠지만 ‘찾아가는 대통령 시리즈’부터 토크쇼 형식의 대국민 보고대회에 이르기까지 잘 연출된 쇼를 자꾸 보여주려 하는 것에 대해서는 점점 불편한 심정이 들게 된다.

진정성 있는 알맹이 없이 형식적인 의전에만 집착하다 보니 정작 부자연스런 모습이 연출돼 도리어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던 전직 대통령들의 모습들이 떠오르는 시점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경우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민을 아우르는 이미지를 연출한다고 농민들과 논두렁에서 막걸리를 따라주고 같이 마시는 장면. 그러나 밤에는 안가에서 시바스 리갈을 마시면서 연예인들과 즐겼다는 사실. 보여주기식 이미지 정치는 결국 실패하고 만다.

이명박 대통령이 시장에 다수의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나타나서는 시장을 점령하듯 경호원 바리케이트를 치고 혼자 오뎅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어색하기 이를 데 없다. 시장에서 감자 냄새를 맡는 모습을 연출한 박근혜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요리를 해 본 사람은 다 안다는데 감자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시장에서 감자 냄새를 맡고 있는 대통령의 모습을 본 주부들은 그녀의 행동이 매우 기이하게 보였다고 한다. 평소에 하지 않았던 행동이 툭하고 튀어나온 게 아닌가 싶다.

대통령의 권위가 인정되지 않는 온라인에서는 이런 모습들이 연일 비난의 대상이 되고 희화화 된다.

차라리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의 행보는 솔직하게는 느껴진다. 반 전 총장은 짧았던 지난 대권행보 기간 중에 서민 이미지를 위해 편의점에 들어가 생수를 집어 든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생수는 국내산이 아닌 외국 브랜드 에비앙이었다. 곁에서 국내산 생수를 들어라고 재빨리 조언했지만 이미 상황은 돌이킬 수 없었다. 평소 습관대로 한 것이다.

남의 아픔을 정치쇼로 전략시켰다는 비판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나경원 의원은 청소년 장애인을 취재진 앞에서 발가벗긴 채 목욕 시켜 비난을 자초했다. 청소년 인권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정동영 의원도 이런 이미지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듀카키스는 전쟁영웅 이미지를 가진 상대 후보 부시에 맞서 무리한 이미지를 연출하다가 폭망한 케이스다. 탱크를 타고 TV광고에 등장한 듀카키스는 나름 군인다운 강한 이미지를 만들어 보려고 애를 썼으나 너무 큰 헬멧을 쓰고 나온 나머지 오히려 어색하고 멍청해 보이는 이미지를 전달하고 말았다. 공화당은 그를 ‘큰 헬멧을 쓴 멍청한 모습’이라고 비아냥대며 먹잇감 삼았다.

반면 미국 닉슨과 맞선 케네디는 정치인으로 잔뼈가 굵은 닉슨에게 TV토론을 제안, 40대의 진취적이고 패기 있는 모습을 어필했다 세련된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까지 하고 나와 약2.2%차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러시아 옐친도 이미지를 활용해 재선에 성공했다. 1986년 대선 지지율 6%로 시작한 옐친은 공산당 후보 주가노프의 높은 지지율에 고심하다 미 선거전문가에 도움을 요청했다. 가부장적이고 위엄 있는 옐친의 이미지가 역동적이고 활기찬 이미지로 변신했다. 이런 옐친의 이미지는 공산주의 당위성만 역설하던 주가노프와 극명하게 대비되더니 54% 득표율을 얻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 그는 본래 성품대로 되돌아 와 다시 10%대 인기로 곤두박질 했다.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은 연설 시 두 팔을 걷어붙이고 열정적으로 관객을 설득하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는 청소부와 하이파이브를 하는가 하면, 어린 꼬마가 머리를 만지도록 장난스럽게 허리를 숙이기도 했다. 또 회의가 아닌 식사시간에 관료들과 이야기를 하거나 농구를 즐기는 친근한 모습도 보여줬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이미지 정치를 못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말’에 있는 듯하다. 일반인보다 떨어지는 어휘력, 쓰여진 말만 읽는 모습, 기자회견도 사전 질문이 있어야 가능한 형편 등, 이렇게 말을 못하다 보니 그저 짜여진 이미지에 더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력자들이 이미지 정치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이 먹히기 때문이다. 전통시장에서 오뎅 먹고 혼자 방역복 입고 소독제 뿌리는 그런 무리한 행동들이 국민들에게는 좋은 이미지로 통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미지 정치도 정도껏 해야 그 ‘명’이 배가될 것이다. 베트남 시장에서 말쑥한 수트핏으로 병맥주를 마시고 있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모습! 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멋진 이미지인가. 5.18 행사에서 유족을 안아 토닥여 주던 문 대통령의 모습 또한 우리가 그토록 갈망해 마지 않았던 대통령의 모습 아니었던가. 이미지 정치의 명과 암! 자연스러움이 그 답이다.

김현석 기자  arguskim@outloo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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