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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무사안일주의<데스크 칼럼> 김현석 편집위원장

신문이 획일화되고 그 결과 독자들이 점점 멀어지고 있는 이유는 바로 언론의 무사안일주의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언론학자 강준만 교수는 세상의 중요한 일은 의외로 눈에 잘 보이는 것보다는 잘 보이지 않는 것에 의해 움직이는 법이다고 갈파한바 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매일 접하는 뉴스의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대부분의 보도 기사는 정부 기관이나 정당, 사회단체 등에서 일방적으로 내 보내는 보도자료 일색이거나 기껏해야 보도자료를 기초로 한 현장 스케치 정도인 경우가 많다. 요즘은 인터넷 매체가 활성화 돼 간간이 특성화된 기사가 온라인 포털에서 노출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특화된 뉴스를 매일 접하기란 그야말로 하늘에 별 따기 수준이다.

언론학자들의 주장을 종합해 보면, 사람들은 사회적 감각으로서의 뉴스에 대한 욕구를 갖고 있고 뉴스에 대한 인간의 관심은 자신이 직접 보지 못한 것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불변의 욕구에 기인하기 때문에 뉴스를 막으면 고통을 느끼는 건 물론 자신을 왜소하게 느낀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뉴스는 큰 힘을 갖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뉴스가 만들어지는 취재 시스템의 한계까지 알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뉴스는 위험할 수 있다. “뉴스라는 건 기자가 있는 곳에서만 생산될 뿐이라는, 너무도 당연하지만 사람들이 간과하기 쉬운 사실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뉴스에 대해 의문을 가져보라는 뜻에서다” -오버하는 사회.p99.강준만

강준만 교수가 그의 저서 ‘오버하는 사회’ 제2장 ‘언론의 오버’ 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언론의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치명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한국기자협회가 발행하는 ‘기자협회보’에서는 “죽어야만 관심 갖나”라는 기사에서 “두산중공업 노동자 분신 이후 각 언론이 회사 측의 손해배상 및 가압류 조치에 대한 문제점을 보도, 여론화하고 있으나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손해배상 소송이나 가압류 조치는 그동안 노동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한 문제점인데도 언론은 관심을 갖디 않았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언론이 그런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 이유는 현 출입처 중심의 취재 시스템 때문이라는 문제제기가 가능하다. 기자가 본인 취재 영역에서 밖에서 벌어지는 일은 아무리 중요한 의미가 있는 사안이라도 보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강준만 교수는 “언론의 취재 시스템 문제는 국민들이 세상 돌아가는 걸 아는 데 있어서 구조적인 은폐의 왜곡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좀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사안이다. 현 시스템은 무엇보다도 사전 예방 기능을 포기한 채 큰 사건이나 사고가 터져야만 작동하는 큰 문제를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언론사 입장에서 본다면 출입처 이외의 사건들을 뉴스로 다루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인력이 제한된 데다가 취재 비용이 높아지지 때문에 언론사들은 출입처에서 제공하는 보도자료의 유혹을 피하기 어렵다. 여기에다 독자들의 뉴스 가치에 대한 인식은 기존 시스템에 길들어져 있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에 따른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취재하려 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언론이 무사안일주의에 빠져있게 하는 요인이 된다. 대중들은 이기적으로 살면서도 사회 전체를 생각하는 공동체의식을 갖고 있고, 언론이 그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 언론 종사자들도 이미 대중들의 그와 같은 욕구를 간파하고 있다. 하지만 언론은 무사안일주의에 대해 그리 큰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는 않는 듯하다. 대중들의 요구는 요구일 뿐 언론 종사자들의 얘기는 대중들의 기대와는 사뭇 다르다. 언론종사자들은 자본의 논리를 제쳐두고 기사의 공공성만을 논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 지역의 경우는 어떤가. 기자 입장에서 보면 일단 기관에서 보내오는 보도자료를 그대로 내보내기가 겁이 난다. 보도자료 내용을 액면 그대로 믿고 이를 기사화 하려 현장에 직접 나가 보면 사실과 다른 내용들을 많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장 취재를 하게 되면 홍보기사가 비판기사로 둔갑해 버리는 현상이 발생하곤 한다. 그렇다고 보도자료를 그대로 내보낸다고 해서 환영받는 분위기도 아니다. 보도자료를 보내 온 기관 당사자들조차도 ‘보도자료에 충실한 그저 그런 기자’로 취급받기 일쑤다.

지적기사는 또 어떤가. 지역에서 지적기사를 쓰는 기자는 바로 그 순간 ‘원망의 대상’으로 대우(?) 받는다. 기사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건 두 번째다. 지적기사와 관련된 이들로부터 두고두고 비난의 대상이 되고 이후부터는 원수관계가 된다. 물론 기사의 기본을 지키지 않고 휘갈기는 듯한 기사를 쓰는 소수의 ‘문제 기자’가 비난받는 경우는 예외로 치고.

기자들이 지연,혈연,학연으로 연결돼 있는 지역 공동체 풍토를 외면하고 대중이 요구하는 공공성만을 올곧게 추구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역언론의 무사안일주의는 이런 시스템하에서 점점 고착화되고 있다는 게 지역언론종사자들의 중론이다.

김현석 기자  arguskim@outloo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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