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정 (순천대 외래 교수)

6.1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고, 이번 주는 사전 투표가 실시된다. 정부 수립 70년이 되는 해에 참된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소중한 한 표의 행사를 앞두고 있다. 지방선거이니만큼 우리 삶의 직접적인 요소들과 직결된 문제들에 애정을 가지고 바른 해법을 찾아낼 수 있는 일꾼을 골라내는 신중함을 요하는 때라고 할 수 있다. 지역의 일을 내 일처럼 생각하며 나설 수 있는 인재를 찾아내야 한다. 물론 어디 우리의 문제들이 어느 한, 두 일꾼들이 나선다고 모두 해결되거나, 그들에게만 전담해버려야 할 것만도 아닐 것이다. 공동체 속에서 각자가 제 역할을 찾아내며, 실천하려는 의지들이 우선해야 할 것이다.

송기숙의 소설 <개는 왜 짖는가>에 나오는 오형제처럼 말이다.

“민영감, 좁쌀영감, 털보영감, 굴때장군, 호적계장 등 이 다섯 영감은 그 중 어느 하나도 빠져서는 안 될 것같이 한패거리로 구성지게 구색이 맞았다. 어찌 보면 이 영감들은 옛날 삼국지(三國志)에 나오는 호걸들이 늙어 할 일이 없어지자 이렇게들 모여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지경이었다. (중략) 이 노인들은 이 동네에 못된 놈이 있으면 어떻게든 혼쭐을 내서 버릇을 고쳐 놓고 만다는 것이었다. 작년에는 세무서 무슨 과장이 이 노인들의 눈 밖에 났다가 학질을 뗐고, 경찰서 형사 하나도 이 노인들한테 잘못 보였다가 고두백배 사죄를 하고서야 무사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무슨 잘못이 있었길래 그랬대요?”

“세무서 과장은 집을 사면서 세금 일부를 전매자(轉賣者)한테 떠넘기려다 그랬고…….”

“그 영감들은 복덕방도 아닌데…….”

“그러기 재미있는 영감들이지요.”

아내는 웃었다.

“형사는?”

“이 동네 누가 한동네 산다고 무슨 부탁을 했던 모양인데 그 일로 되레 공갈을 쳐서 돈을 울궈먹었다나 봐요. 이 영감들이 들고 일어나자 돈을 도로 게워 냈는데, 그 감정으로 뻣뻣하게 고개를 쳐들고 다녔대요. 그러자, 이 노인들이 아침저녁으로 골목에 지켜 섰다가 그 형사가 지나가기만 코가 땅에 닿게 절을 하며,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형사나리’, ‘안녕히 다녀오십니까, 형사나리’, 이랬다지 않아요. 하지만, 그 형사도 보통내기가 아니었던지 처음 한두 번은 본 척도 않고 배짱을 부리며 지나다녔던 모양인데, 날마다 그렇게 극성을 피우자 하는 수 없이 항복을 했대요. 손이 발이 되게 빌고서야 용서를 받았다지 뭐예요.”

마을의 입구인 통새암거리에 자리 잡은 다섯 노인들은 마을의 크고 작은 문제들을 정의롭게 해결해나간다. 특히 좁쌀영감이라 별명이 붙은 이는 다섯 마리의 개를 데리고 있었다. 노인들이 표적으로 삼게 된 옳지 못한 일을 한 마을 사람을 향해 “셰퍼드는 눈에 퍼렇게 불을 켜고 무섭게 짖어 댔다. 스피츠도 목뒤 털을 곤두세우고 앙칼지게 짖었다. 처녀처럼 수줍기만 하던 포인터도 건성으로 컹컹댔다.”는 표현처럼 이 다섯 마리의 개가 노인들의 의중을 대변하고 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이 개들의 이름이다. 이들은 질책할 이들의 이름을 개에게 붙여 이름을 불러댄다. 현재 불리우는 이름 “또철이”는 이 마을에서 부모에게 도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남자의 이름이기도 하다. 통새암거리 오형제는 ‘또철이’라는 남자가 단순한 효를 이행하지 않은 것뿐만이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범죄를 지었다며, 혼을 내기 위해 또 나선 것이다.

“개는 원래 도둑놈이나 수상한 사람을 보면 짖어. 생겨날 때부터 개는 그렇게 생겨났어. 헌데, 저 개는 내가 기르면서 보아 왔으니까 말이지만, 도둑놈이나 수상한 놈뿐만 아니라, 심성이 비뚤어진 놈을 봐도 짖어. 어째서 하고많은 사람들이 이 골목을 아무리 지나다녀도 가만히 있던 개가 임자만 나타나면 원수 보듯 짖고 나서겠어? 임자가 도둑놈이 아니고 달리 수상한 데가 없다는 것은 나도 알아. 그런데도 개가 짖고 나선다는 것은 임자 심성이 어디 한 군데 크게 비뚤어졌다는 소리야.”

이렇게 큰소리를 치면서 당당하게 혼을 내는 것이다. 참 통쾌한 장면들이 이어진다. 어떤 계략이나 속셈이 있어서가 아니라 바른 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당당하게 맞서며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주위 사람들과 협력하는 것이다.

이 소설의 서술자 ‘영하’는 신문기자이다. 그는 이 오형제의 개처럼 부당한 것들을 보고 누구보다 더 크게 짖어야 하는 언론인이다. 그러나 정작 그는 언론의 입을 막는 정권의 힘에 좌절하며 회의적인 상태이다.

“요사이 무얼 꼬치꼬치 따지는 사람은 무작정 싫었다. 더구나 사회현실이 어떻고 하는 사람은 질색이었다. 술자리에서도 음담패설이나 낚시, 분재(盆栽), 등산 같은 이야기가 아니고, 화제가 정치나 시국 이야기로 돌아가면 슬그머니 자리를 떠버리기가 일쑤였다. 그런 소리를 듣고 앉아 있으면 마치 횟물 먹은 메기 꼴로 맥이 빠지고 말았다. 요사이는 그게 버썩 더했다.”

혹시 우리도 이런 정치에 대한 회의와 피곤감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촛불의 힘을 경험했듯 다시 한 번 통새암거리의 오형제처럼 정의의 실현에 각자의 작은 역할들이라도 찾아내야 할 때이다. 사랑의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면서 나의 이익만이 아니라 함께 사는 세상이 더 좋아지려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찾아내는 일 말이다. 아마도 후보자들의 면면을 세심히 살펴보고 신중한 결정을 한 후 투표장으로 향하는 것도 그 작은 노력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의 투표가 부당한 것을 보고 거세게 짖어대는 것만큼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개는 까닭 없이는 안 짖어. 사람 못된 것은 할 소리 안 할 소리 자발없이 씨부렁대지만 개는 짖을 놈 봐서 꼭 짖을 때만 짖지 허투로는 안 짖더라구. 저 시퍼런 눈 봐. 저 눈으로 사람 못 보는 데까지 훤히 꿰뚫어보고 꼭 짖을 놈만 찾아 짖어.” (2018.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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