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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석면단지 ‘도성마을’ 다큐멘터리 사진전 ‘화제’박성태 사진가, 한센인 정착촌 도성마을 실태 5년간 렌즈에 담아
여수 대안공간 노마드갤러리서 오는 6일부터 내달 3일까지

지난 2014년 ’우리 안의 한센인-100년 만의 외출’ 사진전으로 주목을 받은 박성태(52) 다큐멘터리 사진작가가 5년만에 국내 최대 석면 지옥 ‘도성마을’을 촬영한 연작을 발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 연작은 국내 첫 한센인 정착촌인 여수시 율촌면 신풍리 도성마을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한센인들의 삶을 생생하게 조명했다.

전작이 한센인들에 대한 편견과 경계를 허물기 위해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서 한센인에 초점을 맞춘 것에 비해 연작은 그들이 처한 삶의 조건에 초점을 뒀다.

도성마을 ㅡ 빈집, 2019,1500×110cm archival pigment print

’1975 도성마을’이라 주제로 열리는 이 사진전은 대안공간 노마드갤러리(관장 김상현)에서 오는 6일부터 내달 5일까지 열린다.1975는 도성마을이 입주식을 가진 1975년 5월을 의미한다.

도성마을은 지난 1965년부터 1978년 2월까지 국내 첫 한센병 치료병원인 여수애양원 원장으로 재직한 도성래 선교사(미국명: Stanly C. Topple)가 자신의 한국 이름을 따서 만든 정착촌이다.

이 정착촌은 당시 205명의 한센인 회복자들의 자립적인 생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집단 농장 형태의 농원으로 만들어 졌으나 현재는 청소년을 포함해 일반인 176명과 한센인 63명 등 249명이 공동 거주하고 있다.

박작가가 발표한 30여 점의 사진에는 사람이 도저히 살 수 없는 유배지나 다름없는 곳에서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주민들의 절망과 고통이 생생히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작가는 도성마을을 ‘육지의 세월호’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도성마을, 2018, 60×45cm archival pigment print

노마드갤러리 김상현 관장은 “오랫동안 도성마을을 남다른 열정으로 작업하는 것을 지켜봤다”며 “이전 사진들이 다큐멘터리적 성격이 강했으나 이번 전시작은 기록적 가치와 예술성의 경계를 허무는 작품을 선보여 한층 성숙된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1급 발암물질 석면으로 뒤덮인 양계,양돈장은 마치 폭격을 맞은 듯 폐허가돼 심각한 환경 피해를 낳고 있다. 한센인들의 자립을 위해 설치한 축사가 이제는 환경 재앙으로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5만여 평의 도성마을은 현재 3만6300여 평에 슬레이트 축사 770동이 차지하고 있다. 국내 최대 석면 단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종 분뇨에서 쏟아지는 악취는 일상이된 지 오래지만 관계 기관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악취에 시달려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다. 한센인 정착촌이라는 이유 하나로 우체부가 들어 오지 않고, 화재가 나도 소방차가 들어 오지 않는 곳이 도성마을이다.

도성마을 주민 2018, 60×45cm archival pigment print

박작가가 담은 하태훈(45)씨는 도성마을이 입주식을 가진 1975년 5월에 태어나 이 곳에서 45년째 거주하고 있다. 하태훈씨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 별명은 닭똥이었다. 하씨는 “몸에서 하도 냄새가 나니까 친구들이 닭똥이라고 부를 정도였다”며 “유년시절 친구들이 아예 무서워서 놀러 오지도 않았고, 밥도 같이 먹지 않았는데 그때 받은 상처를 차마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고 슬픈 기억을 떠올렸다.

하씨와 동갑내기인 문미경(45)씨는 지난 7월 “우리 마을을 살려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와대에 청원을 하기도 했지만 메아리에 그치고 말았다. 최근 도성마을 40대 청년들은 “더 이상 우리 마을을 상태로 방치할 수 없다”며 도성마을재생추진위원회를 결성해 마을 살리기에 나섰다. 이들은 박작가의 전시 오프닝이 열리는 6일 전시장에 직접 나와 마을 실태를 알릴 예정이다. 한센인 2세들이 공개적으로 자신들의 신분과 마을 실태을 밝히는 것은 처음이다.

박성태 사진작가

박작가는 “오는 16일이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지만 우리는 여전히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하고, 무기력하기만 하다”며 “이번 사진전이 석면으로 뒤덮인 생지옥이나 다름없는 마을에서 신음하는 이들을 기억해 주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밝혔다.

김병곤 기자  bibongsan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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