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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과 광주 5·18의 신화문학칼럼 38 이청준, <신화를 삼킨 섬>1, 2
문학박사 송은정

광주 5·18민주화운동 40주기가 다가온다.

박정희가 암살당한 1979년 10월 26일. 18년 동안 지속되던 권좌에 총이 발사되었다. 어떤 이들은 덩실덩실 춤을 추었을지 모르나 그래도 나의 부모 중 한 분은 눈물을 닦던 것이 기억난다. 누군가의 죽음 앞에, 그것도 18년 동안 9시 뉴스 땡과 함께 그날의 주된 행적을 알려오던 이의 죽음에 눈물을 흘린 것은 인지상정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대통령으로 18년을 재임했다는 것은 그를 위해 법을 바꾸고, 수없이 많은 다양성들을 억압하며 아성을 쌓았다는 뜻일 것이다. 갑작스러운 죽음은 곧 그런 부당한 것들에 대한 철회와 정상적인 상태를 지향하는 요구들과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수많은 목소리들의 폭발로 이어졌다. 이른바 1980년 ‘서울의 봄’이라고 하는 상태다. 제4공화국의 두 번째 정부인 최규하 정부가 출범하고, 긴급조치라는 명목 아래 처벌받은 재야인사들이 복권되었다. 유신 체제가 끝나면서 민주적 선거에 대한 요구도 이어지고 수많은 민주화 운동이 벌어진 때이다. 그러나 5월에 들어서면서 전두환을 중심으로 하는 신군부는 ‘비상계엄 전국 확대’와 ‘국회 해산’ 등을 발표하며 정권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5월 15일 학생들이 계엄령 철폐와 민주정부 수립 등을 요구하는 시위가 시작되고, 신군부는 1980년 5월 17일 24시를 기해 비상계엄을 전국적으로 확대했다. 그리고 서울의 봄 끝에 신군부는 공수부대에게 광주로의 화려한 휴가를 명령했다.

이청준의 2권짜리 장편소설 <신화를 삼킨 섬>1,2는 이 직전의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이야기의 표면에는 제주 4·3사건과 관련된 증언들을 재생하며, 제주도민들 사이에 남아있는 문제적 갈등을 다룬다. 그러나 더 크게는 제주도나 광주 같은 고립된 섬, 그리고 그 섬 안에서 자행되었던 처참한 역사에 대해 조명한다. 아니 그 역사 자체보다 역사를 만들어낸 각각의 세력들이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해 행하는 은밀하고 거대한 권력의 비밀을 드러내려고 한다. 물론 소설이니 역사적 사실이 그대로 차용된 것은 아니다. 이청준은 이를 우려해 다양한 방식의 알레고리를 사용한다.

소설 속에서 서울의 봄이 지나는 동안 신군부는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이른바 ‘역사 씻기기’라는 것이다. 동학혁명에서부터 일제강점기의 폭압, 제주4·3과 한국전쟁 등을 지나면서 억울하게 죽은 원혼들의 넋을 씻기겠다는 것이다.

너무나 많은 시련과 고난의 위기상황이 중첩해 왔다. 이는 필경 이 땅의 바른 역사를 위해 몸바친 순국 영령들의 음덕과 가호가 모자란 탓이다. 돌봄의 음덕이 모자랄 뿐 아니라 오히려 원망과 위해까지 서슴지 않음 때문이다. 그 조상들의 돌봄이 있고서야 나라와 백성이 이렇듯 고난스러울 수 없는 일이다.

오늘 우리가 그 조상들의 원혼을 위무 진혼 편안히 잠들게 해야 한다. 다시는 후손들의 삶의 터를 어지럽히며 위해로운 원혼으로 이 땅을 떠돌지 않게 해야 한다. 그리하여 이 나라 역사와 국토를 새로 씻겨 세상을 맑고 밝고 평화롭게 가꾸어 나가야 한다.

(66쪽)

원혼들이 나라의 명운을 가로막고 있으니 모두 잘 씻겨 저승으로 보낸다는 발상이다. 그러기 위해 곳곳의 무당들을 내세워 씻김굿들을 시행한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제주도는 심방이라고 하는 무속인들이 이 씻김굿 일을 맡으려 하지 않으면서 외부 무당들이 제주도로 찾아간다.

소설은 전라도 삼례에서의 동학혁명 때의 고혼과 고흥 소록도의 한맺힌 원혼, 이편, 저편에게 당하고 제대로 기억되지도, 말해지지도 못한 채 구천을 떠도는 혼령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큰당집과 작은 당집, 한얼회와 청죽회 등은 정부와 지자체, 서로 대립하고 갈등하는 지역의 세력들에 대한 다른 이름들이다. 큰당집의 기획에 의해 결국 살아있는 사람들의 생각뿐 아니라 죽은 원혼들마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규정하고 나서겠다는 부조리함에 대한 비유라고 할 수 있다.

이청준은 이미 ‘비화밀교’나 ‘벌레 이야기’라는 소설을 통해 광주5·18민주화운동을 다룬 바 있다. 그 역사적 비극은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이나 역사적 정명화와 처벌과 사과 등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서둘러 화해와 상생, 화합을 말하려 드는 힘들에 대한 비판을 기저로 하고 있다. <신화를 삼킨 섬>도 마찬가지이다.

날개를 가지고 태어나 새로운 세상을 향해 막 도약하고 날개를 펼치려는 찰라,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아기장수의 서글픈 운명으로 완성되는 신화의 섬들 이야기. 그 신화를 잉태시킨 이들이 사는 섬에는 그들의 신만큼 서러운 삶의 원한으로 해원을 기다리는 이들이 많다.

굿거리감 목록은 끝없이 이어져갔다. 입산피신자들은 토벌작전의 제물로, 중산간 주민 가족들은 무장대와의 내통 혐의로, 소개령에 쫓겨 해안으로 내려온 피난자들은 신분 불확실자로 모려서. 안덕면 상천리 부근의 한 표고버섯 재배장에서, 대정면 하모리와 서귀포 인근 정방폭포 아래서. 이래도저래도 죽을 처지에 반신반의 마지막으로 자수 권유를 따라 산을 내려갔다 집단처형으로 죽어가고, 무장대처럼 꾸미고 나타난 토벌대에게 속아 함정토벌의 제물이 되어가고. 한 번은 운 좋게 목숨을 구해 살아났다가도 다음번 예비 검속으로 끌려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간 사람들...... 더러는 총에 맞고 더러는 불에 태워지고 더러는 바다 속에 수장으로.

(중략)

그런데 이들은 대체 무슨 연고로 한사코 이번의 위령굿까지 마다하고 드는 것인가.

이번에는 섬엘 들어와 이 일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또 다른 의혹, 그 진혼 굿판일과 관련한 섬 희생자들의 불가사의한 외면이 연이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56쪽 ~57쪽)

여지껏 눈을 못 감고 떠도는 원혼이라도 이 섬엔 귀신들까지 서로 편이 달라놔서 (후략 -22쪽)

‘역사 씻기기’는 하나의 쇼에 불과한 것일지 모르지만 큰당집은 그것을 활용할 또 다른 전략을 꾸미고 있었다. ( 다음호에 계속)

데스크  yeos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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