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랑 그라소 이 세 폭 그림은 조선시대 화가인 윤두서와 정선의 작품을 재해석한 것으로 역사적인 그림을 아주 유사한 화법으로 재현하는 동일 제목의 대규모 프로젝트인 <과거에 대한 고찰Studies into the Past>연작의 일부이다. 이 작품은 말등 위에 앉아 금강산에 나타난 기적과 같은 천체현상의 광경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는 선비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전남도립미술관 개관 기념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다’ 특별전(3월 23일~7월 18일)을 관람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옛 광양역 터에 자리잡은 도립미술관은 지나온 지역의 시·공간 속에서 새로운 전남의 역사 한 축을 완성시켰다는 평가이다. 유리 외관은 공간을 구분하는 동시에 시각적으로 주변 환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도립미술관은 독립된 9개 전시실 이외 넓은 무료주차장과 휴게시설을 갖췄다. 도립미술관 입구로 들어가는 잔디밭 아래 지하에는 거장의 숨결이 느껴지는 전시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코로나19 영향 때문인지 1층 홀 카페는 개장 준비가 늦어지고 있다.

전남도립미술관 외관

이번 특별전은 현대와 미래의 미술이 전통 미술과 어떤 상호관계를 갖고 작품으로 승화되고 해석되는지 살펴보는데 관람의 묘미가 더해진다.

전남 미술에 있어 전통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어떤 곳보다 높다. 또한 우리의 일상과 의식이 글로벌한 것과 미래지향적인 것에 큰 의미를 두면서, 자칫 지역적인 것과 과거에 대해서는 소홀하게 넘겨짚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기도 한다. 

개관특별기획전은 세 개의 전시로 구성됐다. 과거, 현대, 미래를 표상할 뿐만 아니라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된다.

남농허건, 조춘고동(早春古洞) 수묵채색, 1951, 남농기념관

1전시실 <의재와 남농:거장의 길>은 전남 전통회화의 양대산맥으로 칭송받는 의재 허백련과 남농 허건이 걸어온 거장의 길을 살펴보는 전시이며 개관특별전의 프롤로그 성격을 가진다.

의재와 남농은 전남 진도 출신의 같은 집안 사람이며 두 사람 모두 남농의 아버지 허형에게 그림을 처음 배웠다. 의재는 개성은 전통 위에서 꽃피울 것을 주장하였고, 남농은 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그림을 추구하였다. 한 뿌리에서 나와서 각자 다른 삶과 작품을 보여준 두 거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2전시실 <현대와 전통을 가로지르다>는 전통을 현대적인 조형언어로 재해석하여 전통에 대한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고 전통을 바라보는 시선의 확장과 의미를 재조명했다. 김진란&Barch Gottlieb을 비롯해 이이남, 허달재, 김선두, 허진, 조병연, 장창익, 세오가 참여했다.

이번 전시는 현대와 전통이 서로 조우하거나 때로는 가로지르며 재해석한 평면, 미디어,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40여점을 만나볼 수 있다. 각기 다른 개성을 내뿜는 작가들의 독특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고 있다.

김진란&바루흐 코틀립 전환공간(Temple of Anonymous History - Transitional Space,)

3전시실 Laurent Grasso의 미래가 된 역사 전시에서는 자연현상과 과학기술, 역사 속 사실과 허구, 과거와 미래의 경계를 넘나들며 탐색하고 실험하는 프랑스 현대미술 작가 로랑 그라소의 화화, 영상, 설치, 조각작품을 선보였다. 로랑 그라소가 지속적으로 보여준 시대와 문명의 통합,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는 것들에 의문을 던지는 행위에 특히 주목했다.

특히, 전남도립미술관의 개관을 기념해 특별히 제작된 신작 <과거를 연구하다(Studies into the Past)> 연작은 해남이 본관인 조선의 화가 고재 윤두서의 작품 <말 탄 사람>과 한국 고유의 진경산수화풍을 창시한 겸재 정선의 작품 <금강내산총도>을 로랑 그라소만의 독특한 해석으로 탄생시킨 대형 회화 작품이 눈에 띈다.

이외에도 전 지구적 관심사인 ‘자연과 재해’라는 화두 속에서 자연재해로 생겨난 돌연변이 식물에 관한 연구를 바탕으로 제작된 설치작품< 미래식물 표본실(Future Herbarium)>과 태양력에 대한 조사를 토대로 한 미디어 작품 <태양품(sosar wind)>이 함께 전시돼 있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8시까지로 입장마감시간은 17시 30분이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오전 11시, 오후 2시, 4시 도슨트를 운영하고 있다. 문의전화 061-760-3242

김병곤 기자  bibongsan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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