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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항쟁의 고유한 역사성 정립 필요특별기고 - 여순사건특별법 시행의 지향점
송은정 작가(문학박사)

여순항쟁은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근현대사의 주요하고 고유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역사임을 국가로 부터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여순사건특별법을 시행하면서 여순항쟁이 지닌 본질이 무엇이고, 어떠한 위상을 지닌 역사인지 규명하며, 그 정체성을 구축해 나가야 할 의무가 주어진 것이다. 그러기 위해 현 시점에서 여순사건특별법이 무엇을 지향하며 시행될 것인가에 대한 숙고의 과정이 필요하고, 그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역사적 시대를 알 수 있는 주요한 항목 중 하나가 법이다. 고조선 시대의 8조법을 통해 당시의 정치, 경제, 문화의 형태와 당대인의 의식 등을 유추할 수 있듯이 여순사건특별법의 제정은 우리 시대의 가치관과 지향점을 담아낸 일임이 분명하다. 이제 특별법의 시행령 제정과 실질적 추진을 통해 법이 내포하고 있는 가치들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

여순사건특별법 제1조에서 “민주주의 발전 및 국민화합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면서 그 지향점은 분명히 드러난다. ‘여수·순천 10·19’의 어떤 부당한 폭력이 민주주의를 훼손시켰으며, 그에 대항했던 어떤 민중적, 민주적 실천들이 조명되어야 할 것인지, 그것을 기억하는 것이 앞으로의 민주사회를 발전시키는데 왜 중요한지도 널리 인식시켜야 한다. 또 한편에서는 서로를 반란군, 빨갱이, 반동으로 몰아가며 증오해야 했고, 잔혹한 학살의 현장에서 인간 자체에 대한 혐오를 경험할 수밖에 없었던 지점들, 그리고 그 수치심을 떨치지 못해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상처들을 돌아봐야 한다. 서로를 향한 원망과 증오에서 나아가 분단 현실로까지 이어지는 민족 분열을 초래한 문제적 상황들에서 역사적 교훈을 이끌어내야 한다.

과거사를 정리하면서 진실을 밝히는 것이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추진력이 되고, 화해의 밑거름이라는 것은 10년 전 활동을 마무리했던 1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활동에서 확인됐다. 지난 해 5월 20일에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현재적인 과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이 과거사정리기본법의 개정법률안 통과되자 여순사건특별법 제정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걱정했던 이들도 있었다. 큰 테두리의 과거사정리기본법에 당연히 ‘여수·순천 10·19’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당당히 여순사건특별법이 별도로 제정된 것은 그만큼 역사적인 파장이 큰 주요한 역사임을 인정해서일 것이다. ‘여수·순천 10·19’의 역사가 내포한 의미가 일부 지역에 국한되거나 지난 한 시기의 사건으로 끝나지 않는, 현재 우리 사회와 국가 체제, 법과 정치의 구조, 국민의 의식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역사라는 데에서 기인한다.

실제로 현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과거사정리기본법 제2조 3항에 따라 진실을 규명하는 “1945년 8월 15일부터 한국전쟁 전후의 시기에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민간인 집단 사망ㆍ상해ㆍ실종사건”에 해당하는 대다수의 사건이 거슬러 올라가면 ‘여수·순천 10·19’와 연결된다. 1948년 10월 하순경 여수, 순천 지역민에게 일어난 사건만이 아니라, 이후 이어지는 국민보도연맹사건과 형무소 재소자 행방불명 및 학살사건, 인민군 퇴각기에 이뤄진 적대세력사건이나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사건들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이 같은 ‘여수·순천 10·19’라는 역사적 위상과 의미를 부각시킬 수 있는 진상규명과 그에 합당한 희생자와 유족들에 대한 명예회복이 이뤄졌을 때 우리 근현대사는 바로잡히고, 우리의 지향할 바를 좀 더 가시화할 수 있을 것이다.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여순사건특별법)이 지난 6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합의로 의결되고, 7월 20일 공포되었고, 6개월 후인 2022년 1월부터 여순사건특별법이 시행될 것이다. 그동안 시행령을 제정하고 위원회와 실무위원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절차들을 진행할 것이다. 현재 여순사건특별법의 시행령 제정과 위원회 발족 등을 위한 TF팀을 구성하는 등 지역사회 관련인의 활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유족회와 전문 연구가, 사회단체, 정치인과 자치단체 등 각자에게 맡겨진 소임들을 스스로 찾아가야 하는 때이다.

우선 희생자와 유족 심사에 대비해 고령의 대상자들에게 눈높이에 맞는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70여 년의 한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고자 하는 이들이 심사 과정에서 또 다른 장벽과 절망감을 느끼지 않도록 유족 심사 절차를 잘 안내하고, 단계적으로 지원해 갈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다음, 법의 제정과 개정, 전문적이면서도 효율적인 관련 기구들의 구성, 지역적 안배와 균형을 고려하며, 원활한 합의를 통한 위령 사업과 기념사업 추진, 역사적이고 학술적인 토대 마련, 교육을 통한 지역 전문인 양성과 지역 시민·학생의 역사의식 함양, 역사현장을 구심점으로 한 다크투어 활성화 방안 등을 마련해 나가는 것은 각 영역의 전문가 뿐 아니라 지역민들의 관심이 필요한 부분이다. 더불어 이 모든 과정은 다양한 문화예술, 온라인 콘텐츠 구축으로 즉각적인 소통과 홍보가 이뤄지면서 전국민적 인지도와 공감대를 높이고 인식의 전환을 유도하면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미 특별법이 제정된 것만으로도 유족들은 가슴이 벅차다. 이제 무조건 신념을 고집하는 것보다 조금 더 거시적인 안목을 가지고 바른 길을 따르기 위한 협력과 소통을 이뤄가야 할 때이다.  

데스크  yeosu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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