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115명의 역사교사들이 교육부의 고등학교 한국사 과목 수업 시수 감축에 반발해 감축안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역사교사모임(회장 박래훈)은 9일 성명서에서 교육부의 고등학교 한국사 시수 감축은 역사교육의 파행을 초래할 수 있다며, 아이들에게 정상적인 역사교육을 하기 위해 우리의 목소리를 교육부와 시민들에게 알리고자 역사교사 실명 선언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전국역사교사모임에 따르면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위한 사전 연구와 논의가 진행 중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국민과 함께하는 미래형 교육과정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은 이전의 교육과정 개정 작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다고 하지만 정작 교육 주체 중 하나인 교사들의 의견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1년 10월 22일,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공청회에서 ‘한국사 과목의 수업 시수 감축안이 발표되었다. 고등학교 한국사 과목의 필수 이수 단위를 6단위에서 5단위로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고교학점제 현장 적용을 위해 졸업 이수학점을 204학점에서 192학점으로 감축하는 과정에서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교과의 공통과목 시수를 공평하게 줄인다는 시도이다. 

하지만 감축안이 시행되면 실제로 수업시수가 줄어드는 과목은 한국사가 유일하다. 이는 공평하지 못할 뿐 아니라 한국사 수업의 약화라는 치명적 결과를 낳게 된다.

2015 교육과정에서 국어, 수학, 영어 교과의 필수 이수 단위는 10단위, 한국사는 6단위, 사회는 10단위, 과학은 12단위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반 고등학교에서 국어, 수학, 영어 교과는 선택과목을 포함하여 필수 이수 단위의 2~3배로 편성된다. 사회, 과학 교과도 선택과목을 포함하여 필수 이수 단위 이상으로 편성된다. 한국사는 정확히 필수 이수 단위만큼만 편성된다.

이조차도 역사교육 정상화를 위한 오랜 노력의 결과 한국사는 2015 교육과정에서 6단위 미만 감축 금지, 2개 학기 이상 편성이라는 의무조항이 생겼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역사교육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필수 이수 단위를 줄이면 결과적으로 국어, 수학, 영어 위주의 교육과정 편성 경향은 더욱 강화된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국가교육회의는 교육과정 개정과 관련하여 약 10만 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하였다. 고교학점제 추진 시 교육과정 개정 중점사항으로,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따른 다양한 선택과목 제공(43.6%)’, ‘필수과목을 통해 기초 소양과 기본 학력 함양(23.0%)’에 대한 응답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즉 다양한 선택과목 제공과 함께 필수과목(공통과목)을 통한 기초 소양함양 역시 고교학점제 추진에서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기초 교과인 한국사를 포함하여 탐구 교과는 시민으로서의 기초 소양함양에 적합한 교과이다. 고교학점제의 성공적 현장 안착을 위해서도 한국사와 탐구 교과의 필수 이수 단위는 현재와 같은 수준에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한국사 과목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 이후에 중·고등학교 연계 체계를 마련하고 현장에 안착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사 과목의 수업 시수 감축안은 학생 중심 수업을 어렵게 만들고, 사회적 합의로 어렵게 마련한 역사과 교육과정 체계를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실적으로는 고등학생들이 한국사를 배우는 시간이 1년에 20시간 정도 줄어 한국사 전체를 배우기 어렵게 될 것이고 한국사 과목의 시수 감축이라는 충격은 역사교육 전반의 부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역사교육의 부실이 가져올 학교 현장의 혼란과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에 교육부는 어떤 책임을 질 수 있는가? 그 책임은 결국 우리 역사 교사들의 몫으로 돌아올 것이라면서 역사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다음과 같이 요구했다.

하나, 교육부는 ‘한국사’ 과목의 수업시수 감축안을 당장 폐기하라!

하나, 교육부는 ‘한국사’ 과목의 필수 이수 단위를 6단위로 원상회복하라!

하나, 교육부는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의 균형을 맞춰 기초 소양 교육을 강화하라!

김병곤 기자  bibongsan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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