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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고령 BTS 아미'의 여수사투리 책 발간 "화제"큰 바위 얼굴 2- 모라니 김정자(85세) 씨
▶30년 간 기록한 여수·돌산지역 사투리를 엮어 책으로 발간한 김정자 씨가 수줍게 웃고 있다. <사진 김성환 프리랜서 사진기자>

“여수·돌산지역 사투리 사라질까봐 안타까워”…30년 간 사투리 꼼꼼히 기록

조카의 도움으로 2개 블로그 운영…BTS 지민 향한 팬심 10대 소녀 못지않아

전남 여수시 신월동에 거주하는 모라니 김정자(85세) 씨는 1938년생으로 전국 최고령 BTS(방탄소년단) 아미로 추정된다. 화제의 중심에 선 그녀가 여수·돌산지역 사투리를 책으로 엮어 주목을 받고 있다.

신월동 s카페에서 처음 만난 모라니는 85세 고령이라고는 감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소녀 같은 맑은 눈을 지녔다. 흐트러짐 없는 논리 정연함과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다. ‘모라니’는 여고 2때 선친께서 수예품 이름에 붙여준 모란(꽃)을 풀어쓴 말이다.

모라니 가방에는 자신의 역사가 담긴 보물이 가득 담겨 있다. 2019년 개인전 당시 그림을 담은 도록, 지금껏 읽어온 책명을 빼곡히 적은 대학 노트 등을 꺼내 보이며 시간가는 줄 모른 채 설명을 곁들인다.

▶모라니는 자신이 좋아하는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의 인물화를 그려 블로그 메인사진으로 올렸다. <사진 김성환 프리랜서 사진기자>

딸의 소개로 BTS를 처음 접한 모라니는 예술적 심성이 뛰어나고 독특한 음색과 환상적 보컬을 지닌 BTS 지민에게 꽂혔다. 늙어 주책없는 사람이라 여길지 모르나 이젠 개의치 않는다.

특히, 모라니는 조카의 도움을 받아 ‘1938년생 할머니 아미 모라니’, ‘모라니의 그림이야기’ 2개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방 한 켠을 차지한 지민의 브로마이드는 애교다. 손수 그린 지민의 인물화를 자신의 블로그 메인 사진으로 내세울 정도로 푹 빠져들었다.

- 정감어린 향수, 향기 배인 관용어 수록 ‘재미 쏠쏠’

▶여수시 돌산읍 군내리 출신인 모라니 김정자 씨가 지난 5월에 발간한 전라남도 여수 돌산지역 사투리, 자신이 직접 그린 돌산대교 수채화를  책 메인 사진으로 실었다.

여수 사투리는 크게 서남 방언에 속하며 세부적으로 전남 동부 방언으로 분류하지만 전남도 동부에서도 남동쪽의 여수반도와 그 부속 도서들에 위치한 점, 바다를 두고 동쪽으로 경상남도 남해군과 인접한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여수 특유의 독특한 방언이 존재한다.

문법적으로 ~ㅇ께 (ex. 그렁께, 긍께: 그러니까, 했응께: 했으니까), ~ㅁ시로, ~ㅁ시롱: ~면서 (ex. 함시로: 하면서, 놈시로: 놀면서), ~ㄱ가: ~ㄹ까? (ex. 절로 각가: 저기로 갈까) 특징을 지녔다. 싱킨내키/싱킨막질(=숨바꼭질), 삐가리/삐갱이(=병아리), 감푸다, 째깐하다. 아리께, 뽈닥지다 등 정감어린 사투리가 있다.

언제부턴가 사투리를 쓰던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면서 사투리를 듣기가 점차 어려워졌다. 방송매체 발달은 남은 사투리마저 생명을 다하고 사라져버릴 위기에 처했다.

이런 상황이 안타까웠던 모라니는 지난 30년 전부터 주변으로 들은 사투리를 하나둘 빠짐없이 빼곡히 노트에 기록했다. 사투리가 나오면 대화를 멈추고 습관처럼 메모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산 몰랑, 얼렁얼렁, 해가 설:풋허먼’ 같은 향수 어린 말들을 지면에 남기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최근 직접 행동에 옮겼다.

▶수십년 간 메모하는 습관이 길들여진 모라니가 자신이 그동안 독서해왔던 책 목록을 내보이고 있다.

가족들의 격려에 힘입어 올해 5월 첫 300권에 이어 6월에는 2쇄 200권 총 500권을 발간했다. 비매품이라 주변 지인들에게 나눠주다 보니 2쇄도 이제 몇 권 남지 않았다.

모라니가 엮은 책에는 사투리뿐만 아니라 재미난 지역 속담이나 관용어 표현도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벌이 벌소리허지 사람이 벌소리하냐”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 하지마라는 뜻이다. 일어날 것 같지 않는 일을 말할 때 “염생이 물똥 싸는 것 봤냐?”라고 표현한다.

또 “염빙:은 나가 헐랑께 멀크락은 니가 빠져라”는 사고는 내가 칠 테니 벌은 네가 받으라는 뜻이다. 사람의 끝없는 욕심은 “바다는 미사도 사람 욕심은 못 챈다”라고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여전히 10대 소녀의 감성을 지닌 모라니는 이 책을 통해 사투리를 기억하고 공감하는 세대라면 ‘그래, 이런 말이 있었지’하며 오랜만에 향수를 달래거나, 젊은 세대는 부모님 세대가 썼던 사투리의 진한 향기를 느껴보는 기회가 되기를 소망했다.

김병곤 기자  bibongsan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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