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삼월 오동도를 붉게 물들인 동백꽃으로 시작된 봄은 영취산을 붉게 물들이는 진달래로 기지개를 편다.

연분홍 진달래로 곱게 단장한 남도의 산에서 푸른 한려수도의 바다를 바라다 보면 열여덟 소녀의 가슴처럼 설레임이 밀려온다.

이 설레임을 글 몇 줄과 사진 몇 장으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부족하다.

산도 바다도 가슴도 온통 붉은 꽃물이 든다. 이른 봄 붉은 동백꽃과 하얀 매화꽃이 한차례 꽃샘추위에 성급하게 떨어지고 나면 연분홍 진달래 꽃잎이 되어 다시 피어난다.

벚꽃이나 목련처럼 화사하거나 우아하지 않지만 양지바른 산비탈에 다소곳이 피어나는 진달래는 그야말로 가슴 설레는 열여덟 소녀의 모습이다.

진달래 군락지는 전국적으로 몇곳에 달하지만 쪽빛 남해바다를 치마삼고 연분홍 진달래꽃으로 저고리를 만들어 입은 영취산은 영락없는 남도의 봄처녀 모습이다.

영취산은 여수시의 북동쪽에 있는 산으로 창녕 화왕산,마산 무학산과 더불어 남도의 3대 진달래 정원으로 꼽힌다.

해발 510m에 불과한 낮은 산이지만 해수면으로부터 바로 솟은 산이라 결코 작지 않게 느껴진다.

4월이면 30∼40년생 진달래 수십만 그루가 15만평의 군락을 이룬채 산 중턱에서 정상까지 뒤덮여 있어 마치 산이 활활 불타오르는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특히 영취산 진달래는 다른 산처럼 듬성듬성 군락을 이룬 것이 아니라 군락과 군락이 촘촘히 붙어 있어 등산로를 제외하고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영취산의 진달래는 산 높이마다 개화시기가 약간 다른데 해발 450m 정상 인근에 올라가서야 환상적인 연분홍 세계를 만끽할 수 있다.

진달래가 가장 크게 군락을 이룬 곳은 정상 남쪽으로 뻗은 405봉 주변.흥국사∼405봉∼봉우재∼정상∼450봉∼상암동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진달래를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코스이나 산행시간이 4시간으로 조금 긴 편이다.

노약자나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광객들은 흥국사나 상암동에서 봉우재까지 올라 405봉의 진달래 군락지만 구경하고 내려오는 왕복 2시간 코스가 적당하다.

산행 들머리는 흥국사, 둔덕동 예비군훈련장, 상암동 등 여러 곳이 있지만 대부분 흥국사나 상암동에서 시작한다.

흥국사에서 진달래 군락지인 405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온통 억새밭이다.

왼편으로 여수산단과 광양제철소, 경남 하동화력발전소가 한눈에 들어오고, 정면으로는 남해의 푸른바다 넘어 경남 남해와 사천이 시야에 가득찬다.

진달래 숲을 헤치고 봉우재를 거쳐 군초소와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정상에 서면 남해의 크고 작은 섬들과 어선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동북쪽은 광양만에 떠있는 묘도가 정겹고 남쪽으로 눈을 돌리면 여수시의 전경과 오동도가 아름답게 다가온다.

450봉이 있는 동북쪽 능선은 진달래 군락지가 바위와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을 그리고 한길이 넘는 군락사이로 등산로가 뚫려 있어 기념사진 촬영하기에도 좋다.

해마다 4월이면 ‘영취산 진달래 축제’가 열리는데 올해는 8일에서 10일까지 영취산 돌고개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행사 문의는 영취산진달래축제 추진위원회(061-691-3104) 또는 여수시청 관광과(061-690-2236)으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