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금지 푯말 세워야 할 판

탈선장 막기위해 가로등 수십개...예산낭비 이중고

여수시 화장동 무선지구에 자리잡고 있는 ‘선사유적공원’이 완공 2년 반만에 총체적 관리 부실과 기본적인 공원시설의 미비로 인해, 공원의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다.

화장동 945번지 일대 2만5천247평 부지에 조성된 ‘선사유적공원’에는 ▲수혈(竪穴)주거지 33기 ▲와요지(도자기 굽는 곳) 2기 ▲지석묘 3기 ▲망루 1개 ▲고상가옥 1개 ▲고인돌 85기 등이 들어서 있다.

그러나 관리기관인 여수시의 부실한 관리로 인해 복원된 유적이 현재 대부분 파손된 상태이며, 공원 또한 나무가 식재되지 않고, 산책로가 조성되지 않아 거대한 잡초밭으로 변해가고 있다.

◇안내판 모두 파손...시설 너덜너덜

선사유적공원은 2001년 11월 공사를 시작해 2003년 12월 완공됐다.

그러나 완공 2년 반 만인 2006년 6월 현재, 거의 모든 시설들이 파손돼 폐허를 방불케 하고 있다.

대부분의 움집이 형체만 남아 있으며 망루와 고상가옥을 구성하고 있는 목재들도, 상당수가 부러져 있는 상태다.

와요지를 보호하고 있는 시설 또한 대부분 파손돼, 철거를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각 시설을 설명하는 안내 표지판 또한 모두 파손돼 있다.

이처럼 시설이 파괴된 것은 선사시대 유적들이 대부분 짚과 나무 등으로 만들어져 내구성이 약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하지만 내구성이 약한 시설인 줄 알면서도 시설물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시설을 설치하지 않은채, 관리를 소홀히 해 온 여수시의 책임이 더 크다.

◇청소년 탈선장으로 변모

공원을 찾는 탐방객이 시설 관람 외에 시설을 훼손할 수 없도록, 시설 주변에 보호휀스 설치 등을 통해 출입 한계를 명확히 해야 하나, 보호시설이 전혀 설치되지 않아 시설물이 훼손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시설 훼손으로 공원을 찾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공원 내 움집 등의 시설이 청소년 탈선 장소로 이용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2년에는 청소년들이 이곳에서 불장난을 하다, 움집 3동을 태우는 일이 발생했다.

이후에도 이러한 사례는 빈번하게 발생했으며 올해 들어서도 지난 3월 19일, 중학생 3명이 라이터를 가지고 놀다가 잔디에 불이 옮겨 붙어 움집 3채를 태웠다.

무선에 거주하는 김모(31)씨는 “가끔 공원에 들러보면 움집 내부에 소주병이 굴러다닐 때가 있다”며 “늦은 오후나 저녁시간에는 청소년들이 음주와 흡연을 하는 탈선장소로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여수시는 청소년 탈선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공원 전지역에 가로등을 설치하고, 심야시간까지 가로등을 밝혀 놓고 있다.

청소년 탈선을 막기 위해 심야시간 아무도 찾지 않는 공원에, 수십개의 가로등을 설치해 엄청난 전기세를 소비하는 ‘예산낭비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나무도, 산책로도 없어

이 공원은 조성 당시부터 공원으로써의 기능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드넓은 대지 위에 잔디와 몇 그루의 나무를 식재한 게 조경공사의 전부다.

이 때문에 공원 내에 그늘이 거의 없어, 어린이들의 소풍이나 야외학습장소로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또한 탐방로가 별로도 만들어 지지 않아, 탐방객들이 잔디를 밟고 다니며 시설을 관람하도록 되어 있어, 잔디 훼손은 물론 탐방객들의 안전사고도 우려되고 있다.

최근에는 관리소홀로 잔디 사이에 잡초가 번식해, 잡초밭으로 변해가고 있다.

28일 이곳을 찾은 한 시민은 “발목 위로 올라오는 잡초 속에 뱀이나 지네가 있을까봐 마음놓고 걸어 다닐 수가 없다”며 “엄청난 예산을 들여 만든 대규모 공원을 왜 이렇게 방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공원관리 이원화, 관리부실 부축여

이 공원 내에 각 유적들은 여수시청 문화체육과에서 맡고 있으며, 잔디나 수목관리는 여수시청 공원녹지과에서 맡고 있다.

관리하는 부서가 서로 다르다보니 유적과 공원관리가 손발이 맞지 않고 있다.

탐방로를 유적관람에 용이하도록 배치하고, 유적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의 식재나 보호휀스 설치를 해야 함에도, 양 부서간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한 결과물은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선사유적공원을 지키고 있는 관리소에 공원녹지과 직원이 상주하고 있다보니, 유적의 관리보다는 공원 내 풀베기 등 단순업무에 치중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수시 관계자는 "지난 2004년 2월 시정조정위원회에서 결정된 업무분장 조정이 문제가 있었다"며 "관리를 일원화하면 예산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없앨 수도 없고...또 추가 예산

수억원을 들여 조성했으나 관리소홀로 폐허가 된 채, 청소년 탈선장으로 전락해 버린 선사유적공원.

청소년 탈선을 막기 위해 밤새 수십개의 가로등을 켜놔야 하는 연쇄적 예산낭비.

일부에서는 공원을 아예 없애버리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그러나 여수시에서는 향후 공원 북측에 ‘전라남도 청소년문예회관’이 들어오면 공원이 활성화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단 올해 2억원을 들여, 파손된 시설물을 다시 복원키로 했다.

하지만 단순히 움집이나, 안내판 재정비와 같은 가시적인 복원보다는 공원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식재와 탐방로 및 야외 학습장의 조성 등 실질적인 재정비 작업이 병행되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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