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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총선결과에 대한 소고윤 대통령, 국정쇄신 및 야당과 협치 나서야
민주당, 미래 비전과 합리적 대안 제시 중요
조규봉 논설실장

한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막을 내렸다. 결과는 ‘정권심판론’을 앞세워 175석을 차지한 민주당의 압승, 108석으로 간신히 개헌저지선을 지켜낸 국민의힘 참패로 귀결됐다. 여기에 창당 38일만에 비례대표 12석을 차지한 조국혁신당의 기세가 볼만했다. 제3지대로 분류된 개혁신당과 새로운 미래, 진보당, 녹색당, 정의당 등은 거대 양당의 벽을 실감하며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다.

윤석열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을 가진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은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펼쳐온 현 정권에 대해 매서운 회초리를 들었다. 집권 여당과 정부는 그동안 저성장·고금리·고물가 등 경제위기와 저출생 및 고령화, 계층간·세대간 갈등으로 분출되는 사회위기, 남북간 극한 대결로 치닫는 안보불안 등 온갖 난제 속에서도 제대로 된 해결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정치권과 각종 언론에서도 비판과 협치를 주문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독선과 불통의 단면을 보여 주었다. '민심은 곧 천심‘이라는 만고의 진리를 외면하다 제대로 한방 맞은 셈이다. 검사 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한마디로 인기를 끌었던 윤 대통령이 ’국민에 충성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인식조차 없는 건 아닐까.

총선 참패 후 윤 대통령은 비서실장을 비롯한 참모진 개편과 국무총리 후임 인선작업에 들어갔다. 당연한 수순이지만, 문제는 사람 몇 명 바꾼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 자신부터 뼈를 깎는 자아성찰과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는 대의를 가슴깊이 새겨야 한다. 법치주의라는 명분아래 검찰과 사정기관을 동원한 ‘신공안통치’에서 벗어나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존중하고 민심의 준엄한 명령에 귀 기울여야 한다. 고물가와 경기침체로 고통받고 있는 민초들의 삶을 살뜰히 보살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21대에 이어 2연속 거대 야당을 구축한 민주당도 총선 승리에 도취하거나 자만에 빠져선 안될 일이다. 민주당이 좋아서, 잘해서 표를 몰아줬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야당으로 하여금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입각해 현 정부의 실정을 바로잡고 민생을 되살리는데 앞장서 달라는 엄중한 책무를 안겨준 것임에 틀림없다.

압도적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이제부터 현 정권의 실정에 대한 비판에만 몰입하지 말고, 미래 비전과 합리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다수당의 힘만 믿고 입법을 강행하기 보다는 여당을 설득하고 보수진영의 이해를 구하는 ‘협치와 협상’의 기술을 십분 발휘해야 한다. 국민들의 바람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다음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또다시 민심의 따끔한 역풍을 맞게 된다는 사실을 한시라도 잊어선 안될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 공천과정에서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신조어를 낳으며 거센 비판을 받았다. 특히 일부 지역구에서는 뚜렷한 이유없이 일부 후보를 컷오프(경선 배제)하거나 전략공천하는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은 ‘정권심판’이라는 대전제 앞에 당의 흠결을 접어두고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민주당 텃밭인 호남의 경우 28석 전부를 민주당 후보들이 싹슬이했다. 호남에선 ‘민주당 공천=당선’이라는 공식이 통용된 지 오래다. 이는 자칫 ‘고인 물’의 폐해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한가지 주목할 점은 광주는 8석 가운데 7명이 초선으로 물갈이됐다. 전남의 경우 중서부권은 5명 모두 재선 이상인데 반해 동부권은 5명 중 4명이 초선으로 채워졌다. 국회 관례상 당직 인선이나 주요 상임위 배정 등이 다선(多選)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초선들이 지역의 각종 현안을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또다른 한가지는 광주·전남의 경우 지역구는 민주당에 몰표를 주면서도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을 뜨겁게 지지했다는 점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비례득표 결과를 보면 광주 47.72%, 전남 43.97%의 최고 득표율을 얻었다. 그에 반해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엽합은 광주 36.26%, 전남 39.88%에 그쳤다. 이는 윤석열 정권을 향한 반감이 더 크지만,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도 제법 많다는 반증이다. 지역구 당선자들이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당선자들 중에는 자신의 정치적 커리어와 노력으로 금배지를 단 사람도 있지만, 상당수는 소위 ‘친명’의 후광에 힘입어 당선된 이도 적지 않다. 지역민들이 몰표를 줬다고 해서 자만과 게으름에 빠진다면, 자신의 정치 생명을 단축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사회 발전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가슴깊이 새겨야 한다.

재선이상 다선 의원들은 보다 큰 틀에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고, 초선 의원들은 항상 연구하고 배우는 자세로 지역의 발전과 미래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벌써부터 광역단체장을 노린다거나, 차기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 오로지 지역의 통합과 경제활성화, 나아가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는 정치행보를 걸어야 할 것이다.

조규봉 기자  cgb212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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