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창사업에 거북선을 만들어 운항하는 계획이 포함되자, 여수지역 사회단체들은 “명량대첩에는 거북선이 출전하지도 않았는데, 거북선을 운항한다는 것은 거북선의 본고장인 여수의 역사를 왜곡시킬 수 있다”며 전남도에 항의하고 나섰다.

여수시문화원, 진남제전보존위원회 등이 주축이 된, 이들 단체들은 단순한 반발 차원을 넘어, 임진왜란 당시 여수에 설치됐던 삼도수군통제영과 좌수영성에 대한 복원을 요구하며 지난 9월 ‘범시민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최근에 이 문제가 이슈화 되기 이전부터 삼도수군통제영과 좌수영성에 대한 복원을 주장해 온 단체가 있었다.

바로 지난 4월에 출범한 ‘사단법인 충무공 이순신 역사보존회’이다.

-. 2004년 11월 1일에 여수시청 자유게시판에 ‘삼도수군통제영과 좌수영성에 대한 복원, 이순신 장군에 대한 학술적 연구를 해야한다’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여수시에서는 이에 귀기울이지 않았고, 내가 직접 나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겠다는 생각에 대한민국의 최고령 생존 한학자이며 ‘호좌수영지’를 번역한 황치정 선생(92)과 옛 규장각 문서를 번역하고, 여수발전사를 집필할 여수 최고의 향토사학자 김계유 선생(82)을 공동위원장으로 모시고 올해 4월 28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사단법인 충무공 이순신 역사보존회’ 창립총회를 가졌다.

현재 유력한 대권후보 중의 한 사람인 고건 전 총리도 이 모임의 창립취지에 선뜻 동의하며 고문직을 수락해 같이 활동하고 있다.

-. 서울의 4대문 안에 안창호 선생이나 다른 분들을 기리는 기념관 등은 많은데 이순신 장군의 역사와 유적이 전혀 없다.

그래서 여수의 진남제와 통영의 한산대첩제전, 아산의 충무공 이순신 축제를 융합하는 이순신 관련 역사 축제를 4대문 안에서 벌여야 한다는게 우리의 생각이다.

또 여수에 있었던 삼도수군통제영과 전라좌수영을 전국민적인 공감대 아래 복원해 충무공의 정신을 선양하고, 임진왜란의 역사적 교훈을 실현하는 것이다.

-. 여수에 있는 전라좌수영 본영이 삼도수군통제영이었다.

임진왜란 발발 전까지는 ‘삼도수군통제영’이라는 곳은 없었다.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한 후, 다음해인 1593년 7월 15일에 선조왕이 전라좌수사로 있던 이순신 장군에게 “군사상 대군을 통솔할 장수가 없어 각기 제 형편만 지키려는데 있는 바, 그대를 전라, 충청, 경상 삼도의 수군통제사를 겸하게 하노니 각 도 ‘수사 이하’ 명령을 어기는 자는 수하를 막론하고 군율로 엄히 다스릴지니라”라는 교지를 내렸다.

 이로써 여수에 있던 ‘전라좌수영’이 전라, 경상, 충청을 모두 거느리는 ‘삼도수군통제영’으로 위상이 높아졌다.

이후 1601년 3월 12일까지 여수의 ‘전라좌수영’이 ‘삼도수군통제영’의 기능을 수행했었다.

-. 뜻을 가진 사람들이 삼도수군통제영을 복원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나와 단체가 틀리고, 내가 먼저 시작했다고 해서 그들이 하는 일에 반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같이 힘을 합쳐야 한다. 설령 그들의 행동이 일시적, 즉흥적이라 해도 안하는 것 보다는 낫다.

이번 일을 계기로 범시민적으로 복원운동의 필요성을 공감해야 한다.

-. 복원에는 엄청난 예산이 들어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삼도수군통제영을 복원에 충무공의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는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복원을 위한 자료는 충분하다. ‘호좌수영지’ 자체가 설계도다.

운주헌(동헌)과 결승당(부속건물), 12공방(형방, 이방 등 모두 12개의 공방이 있었다고 함)에 대한 내용이 모두 나와 있다.

-. 역사는 취하는 자의 것이다. 그동안 여수시는 여수의 역사를 드높이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방치해 왔다.

지역사학자를 방치해 왔고, 이순신 관련 사료들을 방치해 왔다.

결국 여수의 역사임에도 여수시가 이를 취하지 못해 모두 타 시군으로 넘어간 것이다.

그동안 여수에 있는 충무공의 역사를 연구하고, 사료와 유품, 유물을 발굴해 소장하고 있었던 사람들이 꽤 있었다.

일례로 임기봉 선생 같은 경우에는 여수에 ‘좌수영박물관’을 만들어 관리했으나, 여수시가 이에 전혀 무관심했다.

지금은 혼자 관리하기에 힘에 붙여 채권단에 압류돼 유물 상당수가 외부로 유출되고 말았다. 남아있는 유물들도 만신창이가 됐다.

내가 보기에는 ‘좌수영박물관’에 소장돼 있던 유물들이 진남관 앞 전시실에 소장돼 있는 것보다 1천배나 나은 것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