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물관 설립은 누가 최초로 제안했고 어떠한 목적으로 시작하게 됐는가.

▶ 할아버지는 조선의 마지막 수군이었고, 아버지는 부유한 한의사였다.

선대의 한약방이 크게 성공을 거뒀고, 당시 일본과 왕래하는 무역선이 두 척 있었다.

60년대 초반 무역선을 타고 일본을 오가던 중, 선원들이 귀중한 문화유산을 일본으로 밀반출 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아 문화재 구입에 나섰다.

당시 나는 여수가 역사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대변할 박물관 하나 조차 없다는 사실이 부끄럽다는 생각을 가졌다.

일본의 경우는 당시에도 각 지역마다 그 지역을 대표하는 박물관이 있었다.

 여수의 역사를 소홀히 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후세들에게 넘어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를 바로잡고자 홀로 이 일을 시작했다.

-. 언제 이 일을 처음 시작했고, 박물관 규모는 어떻게 되는가.

▶ 대대로 물려받은 유물과 선친의 많은 재산과 땅을 투자해 수집한 유물이 모두 합해 600여점 정도 된다.

이것을 가지고 1987년 오동도에 처음 박물관을 설립했다.

당시 많은 여행객으로 관람객이 꽤 많았다.

1991년 박일춘 시장이 진남관에 전시해 달라는 요청을 했고, 3년 후 정채호 시장의 도움으로 지금의 망마경기장으로 옮겼다.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정 시장은 “전 국민이 모두 감탄할 수 있는 박물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나에게 주문했다.

그러나 정 시장의 임기가 끝난 후에는 모든 지원이 중단됐다.

현재 1년에 7백만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여수시에 납부하며 홀로 운영하고 있다.

임대료를 내지 못해 여수시에서는 계속 나가달라고 요구하고 있어 어려움이 많다.

-. 박물관 외에 따로 추진하고 있는 일이 있는가.

▶ 20년 동안 조선왕조실록과 각 문헌을 바탕으로 재해석 해온 난중일기를 곧 출판할 예정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번역본은 30여 종이 넘으나 모두 그 글을 제대로 모르고 번역한 것이다.

이 책으로 인해 역사학계가 발칵 뒤집어 질 수도 있기 때문에 원문해석 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학계에서는 거북선이 철갑선이 아니라고도 주장한다.

수많은 왜적의 불화살에 나무 병선은 ‘물 위에 뜬 무덤’이나 다름없다.

1883년 영국 해군의 기록에 의하면 ‘고려의 전선은 쇠판자로 배 몸뚱이를 싸서, 당시 일본의 나무 병선을 깨트렸던 것이니 세계에서 가장 오랜 철갑선은 실로 한국인이 처음 발명한 것이다’라고 나와 있으나 우리나라에는 그것을 증명할만한 기록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분명 그에 대한 기록이 있으나 한문을 못 풀어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이것부터 바로 잡아볼 생각이다.

-. 시청의 지원이나 언론 관심 여부는.

▶ 14대 째 살고 있으나 여수시민들은 유물에 전혀 관심이 없다.

혼자서 그 많은 유물들을 옮기고 다지는 일이 가장 힘들고 외로웠다.

얼마 전까지 여수시에 박물관장이 있었다.

박물관은 없으면서 박물관장이 있다니 이야말로 신문에 날 일이다.

해군 사관학교 조성도 교수가 한 말이 생각난다.

“박물관은 차리기만 하면 그 자체로 박물관이 된다.

관광객 유치도 좋지만 박물관의 기본 기능인 역사를 보존하고, 전시하는 것에 일단 충실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여수 박물관은 하루빨리 추진돼야 한다.

이렇게 시립박물관 건립을 놓고, 이렇다 저렇다 논쟁만 벌이다가는 여수시의 문화유산을 타 지역에 모두 빼앗기고 말 것이다.

 -. 앞으로 여수시나 지역민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 21C는 문화가 지배하는 시기이다. 어업보다는 역사 관광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외 각지에서 오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무엇을 보여 줄 것인가. 박물관은 그 지역의 얼굴이다.

 여수의 역사를 실증하는 구체적 실체인 유물부터 올바르게 관리해야 한다.

또한, 여수의 상징은 거북선임을 확실히 알려야한다.

엑스포 유치를 위해 거북선 하나라도 제대로 만들자.

진남관 9천 평을 이순신 공원으로 조성하는데 향토사학자들 대신 외부 학자들을 불러 모았다는 말을 들었다.

역사를 경험한 체험자로서 접근해야 할 일을 외지학자에 의존한다면 실질적인 내용은 달라질 수 있다. 이 것은 역사파괴다.

지역민들 모두가 여수 역사의 산 증인으로서 관심을 갖고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켜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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