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사회에 내재한 전근대적 가치와 관행, 시대착오적인 이념실험 움직임, 끈질긴 지역분할의 정치구도는 자유민주주의 완성에 더많은 진통을 요구하는 격량에 휩싸여 있다.

동북아시아의 국제정치 지형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미국과 일본간 동맹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수준의 결속을 보이면서 중국과의 사이에 미묘한 대치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아시아의 패권을 놓고 힘을 키우는데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첨예한 갈등은 한.미.일 공조의 틀에도 영향을 미칠 조짐이다. 동북아의 불안전성이 점점 커지는 바탕에는 국가에서 발흥하는 배타적 민족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한국이 내건 ‘할말은 하는 자주외교’ 노선은 미국, 일본, 중국과의 관계를 모두 불편한 긴장관계로 몰아가고 있다. 핵문제로 동북아 정세를 흔드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도 별다른 성과가 없다. 이대로 가다간 한국이 외톨이가 되는게 아니냐는 우려 마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는 ‘외교대란(大亂)’이다.

격랑에 휩싸인 동북아 세력 경쟁의 실태와 원인은 냉전시대에 ‘공동의 적’ 뒤에 가려져 있던 각국의 민족주의가 최근 수년간 전면에 부상했다는 것이며 한국의 좌파 민족주의, 일본의 우파 민족주의, 중국의 중화민족주의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면서 충돌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및 역사왜곡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 일본과 중국의 센카쿠열도(중국은 댜오위다요(釣魚島)로 부름) 분쟁,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으로 인한 한중 갈등은 모두 각국의 민족주의가 부딪치는 접점이다.

최근 동북아에서 일본이 주변국들과 잇따라 영토 및 역사 분쟁을 일으키고 러시아와 중국이 연대를 추진함에 따라 이 지역 안보지형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일본의 ‘막무가내식’ 대외정책의 바탕에는 미.일동맹의 우월성에 대한 믿음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급속히 밀착해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양국은 올 가을(9~10월) 처음으로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한다.

육해공군이 모두 참여하는 대규모로 미.일동맹을 견재하고자 하는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으로 본다. 러시아의 남하정책은 우리에게까지 손을 내밀고 있다. 러시아군 총참모장 유리 발루프스키가 지난 20일 래한했다. 1990년 한.러수교후 처음이다. 김종환 합참의장과 한.러 군사교류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바 있다.

반면 일본은 독도 영유권 주장과 교과서 왜곡으로 한국과 심각한 외교갈등을 빚고 있고, 미.일동맹에 의한 대만해협 개입문제로 중국의 반발을 사고 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와도 북방 4개섬 영토분쟁으로 껄끄러운 상태다.

동북아 ‘제2냉전’의 먹구름이 떠오르고 있다. 중.일.러의 군비증강은 ‘브레이크없는 질주’와 같다. 중국과 일본 러시아가 군비경쟁에 몰두하면서 동북아의 새로운 냉전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질적으론 미국, 러시아 다음의 세계 2위의 첨단군으로 평가받고 있다.

첨단 90식 전차(240여대), F15J 230대, F-2 공격기 65대를 운용하고 있고 여기에 최신형 E-767 조기경보기 4대와 E-2C호크아이 조기경보기 13대를 보유, 완벽한 방공 태세를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엔 8대 밖에 없는 대장초계기를 99대나 보유해 세계 최고 수준의 대잠수함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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