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시마네현 의회는 기어코 ‘독도의 날’ 조례를 정하고 16일에는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하는 조례안을 가결했다.
시마네현은 심각한 후유증을 경고하는 우리의 지적을 무시했고 일본정부는 “지방의회가 하는 일에 중앙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며 조례안 통과를 방조했다.

한일 양국은 종전과 광복 60주년에 한일국교수립 40주년을 맞아 ‘우정의 해’를 선포한 시점에 일본은 한국의 영토를 자기땅이라고 억지를 부리며 선전포고에 가까운 적대행위를 하고 있다.
1904년 8월 22일 한일외국인고문용병협정 체결 7개월이 지난 1905년 3월 22일을 기하여 100년전 시마네현 고시일자를 다케시마날로 선포했다.

그간 우리는 여론쯤은 아랑곳 않겠다며 독도에 대한 도발, 역사 교과서 왜곡을 밀어붙이는 일본 태도에서 일본의 평화헌법 구조를 바꿔 일본의 정치 군사적인 영향력을 확대해가겠다는 일본 신우익들의 구상을 읽는다. 자민당 집권 주역으로 부상한 전후세대 정치인들중에 장차 총리가 나오는 시대가 되면 한일 양국에 어떤 심상치 않은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사실 세계경제의 기관차라는 말을 듣고 있는 동북아 정세이면에는 신흥 중국의 급속한 대두와 이에 대한 일본의 눈에 띄는 견제가 맞부딪쳐 가면서 그 저류에 위태로운 소용돌이를 만들어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지역 인근 주요 당사국들의 신중한 처신이 요구되는 상황이면서도 일본 정치인들의 구상은 너무나도 근시안적인 것 같다.

한국은 자칫하면 협조에서 마찰로 탈선할지도 모를 일본과 중국사이를 매개하는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략적 지정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더군다나 한국과 일본은 한미동맹, 미일동맹이라는 이중동맹을 통해 협력관계로 맺어져 있는 사이다.
이런 동북아의 안정 메카니즘을 일본 스스로 파괴하는 것은 일종의 자승자박 자해행위나 다름없다.

일본이 만일 한국이 지금 국제사회에서 곤궁한 입장에 처해 있다고 보고 그것을 기회삼아 작은 이득을 취하려고 한다면 일본은 미래에 보다 큰 손실을 보게 될 것이다.

최근 일본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무대에서 보다 중요한 역할(UN안보리 상임이사국)을 맡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런 일본이 바로 인접한 국가, 더욱이나 역사적 빚을 지고 있는 나라의 영토를 넘보는 노골적 행위를 한국은 물론이고 인근국가와 세계가 어떤 눈으로 일본을 볼 것인가도 한번쯤 뒤돌아 보아야 할 것이다.

한일 양국은 ‘우정의 해’를 맞아 모처럼 국민들 사이에서 간신히 싹터 가지를 치고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국민차원의 우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어 수십년을 후퇴시키고 말 것이라는 안타까운 사실이다.

한편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일 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주던 것은 바로 정치적 문제였다. 가뜩이나 어려운 양국간의 통상관계에 독도라는 정치적 변수까지 대두되면서 국교수립 40주년이라는 뜻깊은 해가 ‘대립의 해’로 바뀔 염려도 배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특히 일본은 현재 독도를 비롯해 다오위다오, 북방영토 등 3개지역에서 영토문제를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과는 동아시아 역내 위상 제고와 경제적 측면의 성격이 짙으며 러시아와는 경제적 인적자원을 통한 협상을 전개하여 영토분쟁을 해소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한국정부는 일본의 독도영유권 훼손 시도와 역사 왜곡의 문제점을 국제사회에 분명하게 알려 일본 도발세력에게도 도덕성과 정당성은 아랑곳하지 않은채 경제력만으로 행세해 보려는 그들의 뜻이 이뤄지기 힘들다는 교훈을 절실하게 느끼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웃이라는 숙명적인 인식 아래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만 한다.
일본은 진심으로 한국민들의 심정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자세를 보인다는 전제 아래 한국 역시 큰 안목에서 한.일 관계의 복원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한국과 일본 그리고 동북아지역 전체의 미래를 머리속에 그려가면서 확고한 원칙 아래 강력하게 대응하되 흥분상태에서 아무런 외교적 실익도 없이 양국간 갈등만 부추기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

동원할 수 있는 외교적 수단과 방법 그리고 그것들의 효과까지를 냉철하게 내다보면서 필요하고 적절한 조치를 밟아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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