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노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도 하고 싶지만 지난 2000년 6월 16일 남북공동선언에서 답방하기로 돼 있는데 말이 없으니 답방이라도 하는게 순리가 아니냐”면서 “그때 합의가 하나라도 이행되는 과정에서 다음일이 진행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하면서 조기 답방을 촉구했다.

또 “북한은 한국정부를 당사자로 인정하지 않는데도 우리는 그동안 그걸 참아내고 있는데 지난번 김일성 주석 조문하러 가겠다는 사람 입국도 허용 안 한것과 베트남을 거쳐 탈북한 460명이 우리나라로 온 것을 두고 적대행위라며 대화를 막아 난감하다”며 그동안 쌓였던 불만을 털어 놓았다.

노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북핵협상과 대북지원 등 향후 남북관계에서 북한에 대해 ‘신뢰의 원칙’에 따라 상응하는 약속 이행을 요구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짐작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8일 문희상 열린우리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우리 외교는 한.미동맹 관계를 굳건히 하고 한.미.일 공조를 유지하며 4대국과의 협력을 보완해 가는 3개틀 속에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김 전대통령은 “이것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운명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도 했다.

김 전대통령은 퇴임후 현실정치에는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면서도 외치(外治)인 통일, 외교, 안보의 현안에 대해선 종종 자신의 견해를 밝혀왔었다.

김 전대통령의 발언은 우리 외교는 한.미동맹을 중심축으로 삼고 그 동심원(同心圓)상에 일본과의 공조(共助) 그리고 중국 러시아의 협력관계를 형성함으로써 다차원적인 구조를 짜야 한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달리 말하면 우리가 미.일.중과의 관계를 설정하는데 있어서 우선 순위가 같을 수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 역할, 노무현 독트린(Doctrine)’ 선언에 대한 걱정과 충고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운명’이라고 한 강한 언사는 우리나라의 안위와 미래를 좌우할 동맹의 선택과 관리는 특정정권차원에서 취하고 버릴 일이 아니라는 점을 현정권에 일깨우려는 뜻이 담겨 있는 듯 하다.

또한 독도문제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복잡하게 되면 오히려 분쟁화를 유도하는 일본의 전략에 말려들 수 있다”고 말해 정부의 강경일본도에 대응만이 최선이 아닐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노무현 정권은 김대중 정권의 정치적, 이념적 토대위에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외교와 남북문제에서 현정권이 추구하는 방향은 김대중 정권때의 구상이나 그 연장선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본다.

특히 대일관계에선 특유의 ‘실용적해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문제를 철저한 반성과 배상을 통한 주변국의 신뢰를 얻는 독일의 사례와 비교해 세계인을 설득하면 외교적으로 승리할 수 있다면서 국제사회 전체를 상대로한 홍보노력을 강조했다.

한.일 관계에 대해 근자 이웃과는 사이가 잘안되고 있는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한국 국민은 동북아 평화를 깨뜨리는 어떤 일도 용납하지 않을 의지와 역량을 갖고 있으며 때로는 이웃에게도 쓴소리를 하고 얼굴 붉힐때는 붉혀야 한다”고 기존의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난 8일 일본 자민당 고바야시 참의원위원이 래한 한.일위원연맹 회장인 문희상 의장에게 일한연맹회장 모리요시로 회장의 방한 계획에 독도와 교과서 왜곡문제로 악화된 한.일 관계 수습을 위해 ‘고이즈미 메시지’를 갖고 한.일 정치권 차원의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정부와 정치권에 당부한다. 일본측의 거물급 정치인이 찾아와 미사여구를 앞세운 감언에 또 흐지부지 넘겨서는 안된다.

우리는 주제의 해법을 찾는데 있어서도 단호하고 일관성 있는 자세를 유지하면서 일본이 진정으로 한국의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를 원한다면 독도와 교과서문제에 ‘최선의 성의’가 담긴 조치와 대책을 약속 받아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