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석씨요? 아! 이번에 선거에 나온다던 그 사람요? 그 양반 참 사람 좋다던데…” 식당에서 김충석 씨를 아느냐고 넌지시 던진 한마디에 아주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오히려 “일도 많이 했다던데 어찌 잘아요?”라며 호기심을 내비쳤다.



여수시장 출마 결심

4.19에서 여순사건 재조명 사업, 시프린스호 사고 대책, 삼려 통합 진두지휘에까지, 30여년 재야에서 지역발전을 위해 묵묵히 일해 온 김충석 씨가 큰 결심을 하고 나섰다.

바로 여수시장에 나선 것이다.

김충석 씨는 여수시장에 나선 것에 대해 ‘작은 권력욕 때문이 아니다’고 말한다.

삼려통합을 이룬 지역민의 높은 민주의식에도 불구, 작금의 우리 상황은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돌아보면 지역의 미래를 위해 자기 이익을 포기해 가며 통합에 나선 시민들이 얼마나 많았느냐”며 “그 수많은 사람들이 어른거리고 지역의 후손이 잘사는 모습이 어른거려 지금 바로잡아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됐다”고 한다.

지역을 위해 묵묵히 일 해 오면서도 공치사(功致辭) 한번 하지 않았던 그였다. 그런 그가 시장을 하겠다고 나선데는 평생 지역을 위해 살아오면서 베인 지역사랑에 대한 신념에서다.

지역에 대한 김충석의 애정은 공부를 위해, 그리고 국방의 의무를 위해 잠시 떠나있었던 시기를 제외하고, 줄곧 지역에서 머물렀다는 사실이 밑바탕이 된다.



힘들었던 어린시절

거슬러 올라가보면 그의 어린시절은 힘든 시절이었다.

부친이 소문나게 고기를 잘 잡았는데도 고리대금 업자들의 착취에 가족들은 힘든 생활을 해야 했다.

자연스럽게 학창시절도 힘들었다.

자퇴원서까지 내야 했으나 교장선생님과 담임선생님의 배려로 여수수고를 어렵게 졸업해 숙부님 도움으로 경기대 야간부에 입학했다.

하지만 이도 순탄치 못했다.

2학기 등록금을 내주시기로 한 부친의 어장막(막사)을 비롯해 어장과 배가 사라호 태풍에 휩쓸린 것이다.

힘든 학창시절이었지만 경기대도 서남춘 교수의 배려로 졸업한후 동국대학도 졸업했다.

그가 평소 은사님을 존경하고, 특히 여수시장 출마 기자회견 당시 은사님들을 초청, 가장 앞자리로 모셨던 것도 지금의 김충석이 있기까지 수많은 은사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장배경으로 인해 그는 은사들로부터 입은 은혜를 지역의 후배들에게 다시 환원하는 일을 수십년간 실천해 왔다.

그동안 약 2백여명의 학생을 뒷바라지 해왔으며 그 중, 6년간 등록금을 대 준, 한 학생은 훌륭한 외과의사로 성장하기도 했다.

둘째 아들 반 학생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큰아들 장학금을 반납토록 해 다음 학생이 수혜를 받도록 하는가 하면 딸 반 학생 중, 어려운 친구에게 등록금을 몰래 내주는 등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에게는 무엇이든지 도와주고 베풀었다.

이 모두가 그가 힘들게 학창시절을 보냈던 탓이다.



베풀어왔던 세월

김충석은 자식들을 매우 검소하게 기르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가끔 자식들이 “다른 학생 장학금 주듯 관심 좀 가져 달라”고 볼멘 소리라도 하면 “이는 너희 돈이 아니니 관심을 두지 말아라”고 일축했다고 한다.

그 역시 어려운 생활을 많이 해봐서 서민의 생활을 잘 알기 때문이다.

직접 바다에 나가, 그물질을 해 고기를 잡아 가정을 이끌었기 때문에 남 사는 사정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재산 중, 남에게 베푸는데 쓰기로 마음먹은 돈은 이미 자신의 돈이 아니다.

20여년 전부터 그의 집은 거의 경로당처럼 동네 할머니들이 항상 머물렀고, 집 근처 경로당에는 매달 떡과 음료수가 찾아갔다.

그의 소유인 관문동 집에 세들어 사는 한 아주머니는 남편과 사별 후, 아이 둘을 키우며 어렵게 살고 있다. 이를 아는 김충석은 7년째 집세를 받지 않고 있다. 오히려 수년간 돌보아준 사람이 돌아가시자, 장례식까지 손수 치러줬다. 인생의 전환점 4.19

다시 그의 학창시절로 돌아가면 그의 일생일대 가장 변화의 계기가 된 사건을 맞이하게 된다.

바로 4.19다.

대학시절 맞은 4.19는 그의 인생에 큰 전환점으로 작용한다.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광장에서 학생대표로 나선 김충석은 ‘부정선거를 다시하라’고 외쳤다. 격동의 시기, 그 역사의 현장에서 ‘상록수 운동’을 들고, 고향으로 내려가자고 마음 먹은 때가 이 시기다.

‘우리의 힘으로 우리나라의 힘을 키우자’ 그 각오가 60살 나이까지 이어져, 지역을 위한 일이라면 남이 알아주던 말던, 꿋꿋이 실천해오고 있다.

4?19혁명에 참여한 후, 대학생 대표로 장면 국무총리를 만났을 때다.

그는 실업학교 개편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실업학교 육성책과 학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의 주장은 받아들여졌고, 결국 실업학교들이 활성화되어 조국 근대화의 초석이 됐다.

76년, 김충석은 ‘서울시가 남산의 소나무를 베어 내고 딴 나무로 바꾸겠다’라는 발표를 접한다. 그는 곧장 ‘무궁화를 심고 가꾸고, 남산위의 소나무도 살리자’라는 글을 싣고,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가 결국, 여수JC회장 시절인 78년 봄, 남산소나무도 살리게 됐고 무궁화 품종 개량 발표회도 갖게 된다.



사회운동가로 활동

김충석의 서민적 생활태도는 개혁운동에서도 나타난다.

지금처럼 전국의 어린이가 7세부터 성인요금을 내는 것을 시정하기 위해 아동 목욕요금 인하운동을 벌여 84년 11월 30일까지 어린이 목욕 요금을 50%만 내도록 했다.

하지만 ‘요금은 내리되 소득 표준율을 낮춰 업자들을 보호하라’는 것인데 정부가 이를 시행하지 않아 전국 목욕업자들이 들고 일어나는 바람에 본래대로 환원되고 마는 아쉬움을 남겼다.

환경에 대한 남다른 관심도 눈에 띈다.

91년, 건설부가 경인운하를 건설하려는 것을 경제성과 환경파괴를 들어 남북협력 사업으로 한강운하를 건설할 것을 건의해 중지되었다. 그 뒤 여러 차례 추진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부당성을 지적해 아직까지 시행되지 않고 있다.

강원도 인제 내린천 댐 건설 반대 운동에도 참여해 이 사업을 백지화시켜 인제군민들로부터 감사서한을 받기도 했다.

교육에 대한 열정도 남다르다.

여수에서 타 지역으로 진학하는 학생이 중, 고등학생만 1천여명으로 매년 30억원 이상이 외지로 유출되고 성공하는 학생보다,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접하고는 ‘내 고장 학교 보내기 운동’을 펼친다.

김충석은 자신의 자식부터 여수에서 중, 고등학교를 보내는 솔선수범을 보였으며 현재 여수 교육이 정상화되는데 일조했다.

85년에는 순천에 가서 보던, 대입 학력고사도 여수로 끌고 내려왔다. 대학 입시제도 개선방안도 건의해 상당 부분 채택됐다. 93년 수학능력시험제도가 생겼을 때, 여수 학생들이 순천에 가서 두 번 보도록 된 것을 끈질긴 노력을 통해 그해 11월 여수에서 보도록 하는데도 앞장섰었다.



지역운동의 현장에서

지역사회운동은 김충석의 굵직한 발자취중에 하나다.

여순사건 재조명사업과 율촌산단 문제, 삼려통합이 그것이다.

94년, 여순사건 50주년에 대비해 진상규명과 화해, 위령탑을 건립하는 운동을 벌이자고 역설했다. 곧 실천에 들어가 여수지역사회연구소를 창립, 초대 이사장이 된 김충석은 이 문제를 현안과제로 선정했다.

여순사건은 당시까지만 해도 재조명이 금기시 되던 시절이었다.

율촌에 현대자동차 공장이 들어온다고 모두가 좋아 날뛰고 있던 93년 2월, 이충무공 유적인 장도, 송도 지키기에 나선다.

이 충무공이 주둔하여 싸운 곳이니 보존하고 관광자원화 할 것과 공장은 신풍지역으로 내려 짓도록 건의했다. 사실 공장을 신풍지역으로 내려 짓도록 제안한 것은 순천과 광양해역이기에 개발이익이 빠져 나갈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95년 장도와 송도를 폭파한다는 소식에 여수, 순천 지역 시민 사회단체들과 이 충무공유적 장도.송도보존대책회의를 만들어 공동의장이 돼, 현대그룹과 전남도를 상대해 힘겨운 싸움 끝에 장도 일부와 송도를 보존하게 되었다.

예상대로 이익은 순천과 광양으로 가고 여수는 귀중한 수산자원의 보고, 바다만 잃어 버려 갈수록 힘들게 되었다.

95년 시프린스호와 사파이어호 사고가 났을 때도 해양오염대책본부 공동의장으로 활약한다.

김충석은 어민들의 피해에 대해 ‘호남정유가 우선 보상하고 보험금은 호남정유가 타 가라’고 했지만 이뤄지지 않고 결국 어민들 피해만 늘게 됐다.

그 당시 그는 시민단체 대표로서 자신의 막대한 피해에 대해서는 보상 청구는 아예 하지않을 정도로 대의에 충실한 지역 재야 운동가이기도 했다.

삼려 통합은 여수로타리클럽 회장 재임시 시작된다.

모두 세차례나 정서가 다른 지역을 돌아다니며 통합운동을 지피다가 사업과 관련한 중요한 계약서도 받지 못하는 피해도 봤다. 여천군수를 독대해, 3려통합에 앞장서 줄 것을 간청해보고 기관장들을 초청해 당위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삼엄한 분위기 속의 구 여천시에 한밤중에 유인물을 뿌리면서도 그는 고향 여수의 미래 발전을 꿈꾸고 있었다.

이같은 노력이 초석이 된 삼려통합은 결국 위대한 여수시민의 승리로 끝났다.

이처럼 그가 줄기차게 지역시민단체 활동을 해오는 과정에서 고난도 뒤따랐다.

95년에는 5.18 특별법 제정과 특별검사제 도입을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사업하는 사람으로서 유일하게 동참해 불이익도 받았다.

그러나 단 한번도 굴하지 않았으며 그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행동으로 옮겨 실천했다.



김충석은 수산인.애향 여수인

김충석은 바다를 사랑한다. 그가 평생 바다와 함께 살아온 것은 바다는 생명의 원천이며 무진장한 보고이기 때문이다.

그는 “나의 눈에는 우리지역민이 살아가야 할 방법이 훤히 보인다”고 말한다. 수산과 해양의 제2부흥기를 불러 지역민이 잘사는 여수가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국제해양도시로의 비약, 해상국립공원을 활용한 관광자원 개발, 원양어선 물류자유기지 유치 등 다 열거할 수 없지만 그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김충석은 자신이 발간한 책 제목처럼 ‘행동하는 지성’으로 살아왔다.

김충석, 인생의 가을 추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적어도 그가 앞으로 4년 후, 그토록 갈망했던 여수반도 전체시민이 서로 아끼고 이해하며 잘 살아가는 모습, 당당한 그 모습을 보기 위해 남은 여생을 바치려 하는 것이다.

그날 비로소 ‘내가 낳고 자란 지역을 위해 열심히 살았구나’하고 감사의 기도를 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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