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헌법재판소에서 간통죄가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 또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 규정이라는 헌법소원사건에서 재판관들이 8대1의 압도적 다수로 합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무슨 소리인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간통이 인간의 존엄을 유지시키고 행복추구권의 대상이 되고 또 사생활의 자유에 속한다는 소리같아 자꾸 헷갈린다.
이 문제는 우리의 오랜 전통과 오늘의 도덕적 황폐를 돌아볼 때 헌법재판소나 몇몇 소수의 재판관들이 결정할 성질이 아니라고 본다.
적어도 국민적 동의 내지는 그 공감대 위에서 결정되어야 할 문제가 아닐까. 더구나 ‘합헌’이라는 용어가 귀에 거슬리고 그렇다면 공공연하게 헌법의 보호라도 받아야 한다는 것인가.
재판부도 간통죄의 폐지가 세계적인 추세이고 또 성의식의 변화에 따라 그 구속력이 많이 약화되기는 했지만, 우리 사회 고유의 성풍속과 도적적 기준에서 바라 볼 때 아직도 국민은 간통죄에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래서 간통죄는 개인의 존엄과 양성 평등을 기초로 한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최소한의 제한일뿐이라고 밝혔다.
다만 간통죄 폐지의 세계적 추세와 사생활에 대한 법의 간섭을 고려할 때 입법부는 그 폐지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결정으로 간통죄의 존폐문제가 논란의 불씨가 되었다. 개인의 애정생활은 법이 간섭할 성질이 아니며 부부간의 성윤리가 간통죄의 처벌로 유지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간통은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배우자 이외의 이성과 정교를 갖는 것이고 여기서 배우자가 있는 사람은 법률상으로 혼인이 성립되어 현재 남편 또는 처가 생존하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그런데 이처럼 남편 또는 처가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어느 한쪽이 간통을 했을 때 잠자코 있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간통죄는 합헌이라고 결정한 그 재판관들이 만약 그런 경우에 처한다면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
부부가 무엇인가. 부부는 법률상 혼인관계에 있는 남편의 신분이고 그 신분상 효과로서 정조의 의무라는 정신적 육체적 의무를 진다. 그리고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을 때는 이혼 원인이 된다.
또 가정은 무엇인가. 이 가정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조직체로 인간의 행복과 가능성을 최대로 발휘케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혼율의 급증과 함께 이 가정의 파괴로 인한 결손가정의 증가로 그 자녀들의 불행과 탈선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 나라는 간통죄를 비교적 엄격하게 다루어 왔다. 금전이나 보복만을 위한 이 간통죄의 악용사례 등을 감안할 때 그 처벌의 완화는 시대적 요구라고 보아진다.
또 간통죄의 고소를 혼인이 해소되거나 이혼소송을 제기한 후가 아니면 할 수 없게 되어 있는 이런 규정 역시 그 완화가 바람직하다.
하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악마의 유혹을 받는다. 따라서 이 간통죄는 필요불가결한 마지막 보루로 그 폐지는 안된다.
이 간통죄가 있음으로 해서 간통을 두려워하게 되고 또 이 간통도 남의 이목을 두려워하는 경우와 보란듯 드러내 놓고 하는 경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더구나 간통죄와 같은 이런 치정은 대부분 여느 범죄보다도 더욱 잔인하고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바다는 메워도 사람의 욕심은 못 채운다. 우리는 인간이 그 욕망을 모두 다 충족시키는 날은 인류의 멸망이 오는 날이라는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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