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대통령이라면서 통치 스타일은 군사정권시절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 프랑스 사상가 루소(Roussau 1712-1778)는 ‘인간 불평등 기원론’과 ‘사회 계략논’ 등 자유사상 개몽주의는 프랑스혁명(1789. 7. 14 브르봉왕조)의 사상적 근거로서 커다란 영향을 주었고 나아가 서구 근대사상의 확립을 가져온 대사상가다.
그가 1771년경에 제왕적 대통령을 막으려면 헌법의 3권 분립정신을 지키면 된다고 설파하고 “5년만에 한번 국민들은 주권을 행사하고 5년 내내 종살이 한다”고 말해 오늘 우리의 현실을 미리 내다본 것이 아닐까 개탄스럽다.
한국 정치 53년을 되돌아 볼 때 역대 대통령에게는 영욕의 세기였다.
탈권과 불법을 일삼던 이승만 집권 12년 내내 국민의 원성에 시달리다 4월 혁명으로 하와이로 야밤도주 망명했고, 박정희 18년은 군사쿠데타의 정체성 문제로 시달리다가 첨단설계된 유신독제체제의 도입으로 강력한 제왕적 통치로 국민의 눈과 귀와 입을 송두리째 틀어막는 것만으로 부족해 전 국민을 완벽한 질식상태로 몰아넣었으나 결국 본인과 부인의 목숨을 대가로 바치는 비극을 초래했다.
전두환, 노태우 정권 12년은 12·12(하극상) 상태와 5·18(광주항쟁) 사건으로 군사정권의 강력함도 선거로 위장된 정통성 때문에 시달려 최류탄 공화국이란 악명을 남겼고 급기야는 전두환은 구속되고 백담사로 유배되는 신세에 노태우도 구속되는 등 오늘날까지 이 사건의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영삼 문민정권은 노태우 군사정권의 태반에 속성된 정권이다. 초기에는 군부통치 청산과 공직개혁 그리고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과 부정부채 환수 등으로 국민의 높은 성원과 지지를 받았으나 3년이 지나자 아들 김현철의 국정개입과 하노사건 등등 위기에 직면했으며 궁극에는 외환위기를 불러 국가위난을 자초했다.
김대중 국민정부는 195억달러의 IMF 차입금 전액을 지난 8월 23일 상환함에 따라 1997년 12월 3일, 경제주권의 항복 3년 8개월만에 완전히 되찾았다.
또한 재벌금융개혁의 추진과 남북 적대적 극복을 단초한 햇볕정책으로 민족적 숙원인 통일초석을 6·15 정상회의에서 6개항의 공동선언문을 합의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의 등장과 한미정상회담 9·11 뉴욕 테러사건으로 북미개선의 실패에다 남한 내의 ‘극우반통일세력’과 ‘정치권의 분열상’이 곁들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이 어렵게 되고 있다. 북한 생존의 마지막 카드라 할 수 있는 답방을 함부로 다룰 수 없는 것이기에 이 문제는 차기정권으로 이양이 불가피한 전망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는 이제 1년 3개월 남짓하다.
이승만 대통령은 영구집권의 형법상 보장과 박정희, 전두환 두 대통령은 막판까지 떠날시간이 예고되지 않았으니 레임덕이 일어날리 없었지만, 노태우 김영삼 두 대통령은 퇴임일자가 정해있었기에 사정이 달랐다.
노태우 대통령은 6·29 이후 재임내내 레임덕으로 고생킨 주역은 YS였고, 김영삼 대통령에게 고통의 레임덕을 조기에 폭발시켜준 장본인은 DJ였다.
세간에는 ‘DJ와 YS는 공포의 천적관계’라 평가한다. 문민정부 대선후보였던 이회창의 압박을 못이겨 쫓겨나듯 당을 떠났다.
이번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8일 민주당 총재직을 내놓는데 이어 17일에는 ‘당내정치 대선후보 선거운동 일체에 개입않고 정치로부터 초연하겠다’는 심경을 밝혔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역대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노태우 92. 8. 25 사퇴 6개월전, 김영삼 97. 9. 24 사퇴 5개월전) 모두 총재직을 내놓았지만 임기 1년 3개월여를 남겨놓고 더구나 차기 대선후보도 정하지 않은 상태로 물러난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DJ로서는 가신그룹내의 반목(1997년 대선직전 김대중이 대통령에 당선되어도 공직에는 절대로 취임하지 않겠다는 선서를 한 것도 측근 정치의 발호 가능성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씻기 위한 목적에서였다.) 당내 혁신개혁의 갈등, 여소야대의 정치권, 남북문제의 교착 등에 얼켜 안팎의 협곡에 밀리자 ‘자의반 타의반’의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YS에게 가해자적 입장에 있던 지금은 그때 저지른 일들에 대한 ‘복수의 환영(幻影)’에 시달린다고나 할까요. 이제 남은 것은 밉든 곱든 현정권이 레임덕의 ‘열병’을 극복하여 잔여임기를 무사히 마무리 해 주기 바라면서 성공한 대통령으로 퇴임할 것을 바란다.
새옹지마(塞翁之馬)의 고사를 일깨워 총재직을 일찍 사퇴한 결단이 퇴색되지 않도록 면모를 일신하여 거국적 내각으로 개편하여 21세기 ‘세계정치인’으로 각인될 대통령으로 길이 남기를 바란다.
취재팀 webmaster@yeosunews.net
<저작권자 © 여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