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실제성장률은 2.5%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올 3분기 실질성장률은 1.8%로 1999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았다. 하지만 국내외 경기둔화추세에다 9·11 미국 테러사태까지 겹쳐 3분기 경제성장률은 최악을 기록하리라는 것은 이미 각오했던 것이다. 오히려 한은이나 경제연구기관들의 전망치 1% 안팎과 비교하면 좋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4/4분기 성장률은 2%대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우리경제가 이미 경기저점(底點)을 통과한 것이 아니냐’는 성급한 기대조차 없지 않다. 이같은 낙관론은 정부쪽에서 더욱 두드러진 감이 있다. 재경부의 두차례에 걸친 추경예산이 상당히 주효했던 것은 사실이다. 같은 맥락에서 진념 부총리는 오는 2003년까지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에 집착하지 않고 재정·적자규모를 GDP 대비 1% 수준으로 확대해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서겠다고 다짐한 것은 내년도 경제성장을 끌어올리겠다는 신념을 굳혀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반도체 가격의 상승이나, 국제유가의 하락세, 테러사태의 조기수습으로 미국경제지표의 일부 호전 등 경기상승을 떠받쳐 줄 외부의 호재다. 게다가 주가지수가 12월 7일 700선을 돌파하는 활황과 함께 2002년 중에는 1,000선을 내다보는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금리 환률의 안정 속에 정부의 제정확대와 특소세 인하 등 경기상승에 탄력을 받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나쁘지 않다고 해서 경기국면을 섣불리 낙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경제성장내용이 부실하다는 점이 문제다. 건설수주 증가와 서비스업의 호조에 힘입은 바 크고 제조업과 수출은 여전히 부진을 면치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당장 10월초만해도 설비투자가 6.1% 감소하는 등 실물부문의 투자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수출도 20% 가까운 큰폭의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게다가 국제유가나 달러환율 등 중요경제변수들의 움직임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국제기구들이 내년 세계경제전망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보이면서도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3.2%로 낮춰 내다보면서 경기반동 조건으로 해외수요나 소비투자심리회복이라고 말했듯이 경기의 구조적인 회복은 그런 조건에 달려있다.
그런데도 산업생산은 다시 마이너스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고 수출도 마이너스 행진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또한 기업투자마인드가 살아나지 않고 얼어붙고 있다. 특히 美, EU, 日 등 세계경제가 내년엔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OECD 등의 전망도 잇달아 나오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경기부양의 가시적인 성과가 지속돼 실질적인 경기회복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경기부양책의 지속적인 추진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확대의 필요성은 IMF의 권고이기도 하다. 플 그룬월드 IMF 서울사무소장은 외환위기 4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경기회복을 위해 재정 및 통화확대정책을 펴고 부실기업정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국가채무규모나 인플레압력 등을 감안할 때 재정지출을 좀더 과감하게 늘리더라도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내년예산은 팽창예산으로 편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비롯해 경기부양효과가 큰 분야를 중점으로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 경기를 살리지 못하면 많은 부실기업들과 한계기업들의 연쇄도산이 빚어질 우려가 없지 않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경제정책은 타이밍도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때와 시기를 놓치면 허무한 것이다. 모처럼 조성되고 있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실질적인 경기회복으로 이어지도록 각고(刻苦)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행은 12월 7일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3.9%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책연구기관인 KDI는 3.6%, 산업연구원은 3.7%, 한국금융연구원은 3.6%의 성장률을 전망했고 민간연구기관인 삼성경제연구소는 3.0%~5.0%로 LG경제연구원은 3.7%로 내다봤다. 그리고 국제기관인 IMF는 4.5%, IBRD는 3.4%, OECD는 3.2% 등등으로 전망했다.
우리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있지만 기본틀은 매우 건강하고 변화에 대한 적응력도 대단하다. 성장률 4%대에 물가 3% 내외, 경상수지의 흑자 100억달러와 외환보유고 1천100억달러로 요약되는 새해 우리 경제는 미국, EU, 중국과 더불어 세계 으뜸 경제국에 손색없을 것이다.
이제 모처럼 살아나기 시작한 내수경기를 전체 실물경기회복세로 이어지게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기업의 투자촉진, 공기업의 민영화, 부진한 기업의 구조조정을 게을리해선 안된다. 나아가 정치권과 정부도 개혁을 서둘러 국민의 신의를 회복하고 불법과격쟁의를 엄중 단속하여 국내외의 신인도를 높이는데 국력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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