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어 빠진 잔치는 하나마나
겨울철 홍어는 맛의 진수다. 홍어의 독특한 맛은 남도 사람들이 기억하는 특별한 고향의 맛이다. 그래서인지 목포를 중심으로 한 전남 서남해안에선 잔치가 벌어지면 반드시 삭힌 홍어를 올렸다.
□ 홍탁삼합(洪濁三合)
홍어 요리하면 생각나는 게 바로 삼합(三合)이다. 먼저 잘 익은 김치를 바닥에 깔고, 그 위에 홍어를 양념초장에 살짝 찍어 올려놓는다. 그 위에 껍질까지 잘 붙은 돼지고기를 얹은 후 새우젓과 함께 한 젓가락에 집어 보쌈처럼 먹는다. 그러고는 단숨에 막걸리를 쭈욱 들이킨다. 홍어의 찬 성질과 막걸리의 뜨거운 성질이 중화되어 아무런 독성이 없기 때문에 술꾼들에겐 가장 좋은 안주가 된다. 이것을 일컬어 홍탁삼합(洪濁三合)이라 한다.
□ 한방에서의 홍어
「자산어보」에는 「배에 복결병(腹結病)이 있는 사람은 썩은 홍어로 국을 끓여 먹으면 더러운 것이 제거된다. 이 국은 또 주기(酒氣)를 없애주는데 매우 효과가 있다. 그리고 또 뱀은 홍어를 기피하기 때문에 그 비린 물을 버린 곳에는 뱀이 가까이 오지 않는다. 대체로 뱀에 물린 데에는 홍어의 껍질을 붙이면 잘 낫는다」고 기록하고 홍어가 민간요법의 하나였음을 시사하고 있다.
홍어는 찬 성질이 있고 연골어류이므로 끓이면 젤라틴으로 변해 국물이 흐릿하게 되는데, 몸에 열이 많으면서 소변 색이 혼탁한 남자, 소변을 볼 때마다 음경이 아프거나 이물질이 나오는 사람이 먹으면 효과가 있다. 또한 홍어 꼬리의 마디마디에는 독이 있기 때문에 여자들의 뼈마디가 아프고 더구나 그 마디에서 뚝뚝 소리가 나는데는 홍어를 6개월∼1년간만 장복하면 대개의 경우 완치되는데 신경통이나 루마티스 관절염, 산후풍증 등에 지네(吳公)를 먹는 것과 꼭 같은 효과가 있다.
□ 홍어의 맛과 영양
홍어는 식중독을 일으키는 히스타민 양이 다른 어류보다 적어 썩혀 먹어도 뒤탈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맛이나 소화율, 영양 등도 발효시켰을 때 훨씬 뛰어난 것으로 입증됐다. 우리 옛 식문화의 과학성과 맛깔스러움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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