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0일 제43대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은 ‘세계경찰국가’ ‘강력한 군대’ ‘힘의 공격’ 등을 천명해 세계 유일 초강대국으로 등장하자 빌 클린턴식 다자외교에 익숙했던 세계는 일말의 불길한 느낌을 감추지 못했다. MD체제강행 및 ABM협정탈퇴와 온난화방지교토의정서파기 그리고 우리에게는 대북강경책 등이 구체화되면서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9·11테러공격은 미국과 대부분의 동맹국에는 새로운 국제질서라는 즉, 국경을 초월한 범세계적 대테러작전의 체계화로 이해되고 있다. 테러집단을 지원하는 국가는 기존의 국제법적제한에 구애되지 않고 철저한 응징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상황논리가 전개된 것이다. 테러리즘과 연계될 수 있는 국가가 현실적으로나 잠재적으로 핵무기와 생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경우 국제사회가 이에 대한 철저한 검증 등 예방적 조치를 강요할 수 있는 정당성이 강화되고 있다. 테러전쟁의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의 종전과 국제여론에 힘입어 소말리아, 이라크에 대한 경고를 연발하고 있는 것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돼야 한다.

그러나 미국의 이러한 경고대상 가운데는 북한도 포함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우리에게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는 것이다. 남북대결에서 대화를 거듭해온 우리로서는 누구보다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우리 통일정책의 제일 목표는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예방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며 바로 그것이 민족생존의 절대적 필요조건인 것이다. 그렇다면 중동에서 비롯된 전운이 아시아의 하늘로 넘어오지 않도록 북한은 스스로 제반활동을 조정하고 규제해야 할 것이며 우리도 이를 위해 적극적인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혜로운 민족임을 자부하면서 남과 북이 새 국제질서의 모색과 주체성의 세계화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국제질서가 모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보다 미래지향적인 주체성의 확립을 도모하는 범세계적 조류에 적극 동참을 권하면서 근자 정치인들의 소인배적 이기주의와 집안싸움을 걱정하면서 임오(壬午)년 말띠해를 생각한다.

이맘때가 되면 메스메디어에서는 부질없는 일인줄 뻔히 알며서도 닥쳐올 한해의 예언들에 귀가 솔깃해진다. 신사(辛巳)년 한해를 보내면서 우리는 이런저런 감회에 젖고 기억할 일과 잊어버릴 일 등으로 생각에 젖는다. 금년의 최대 최악의 중요사건은 무어라해도 9·11테러사건일 것이고 최대뉴스를 꼽으라면 정치인들의 노략질이다. 국회가 연중 개회하다시피 속개중임에도 중요민생법안과 예산안이 세기일 내에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온나라 안이 ‘게이트’와 ‘돈 냄새’로 시끌벅적하다. 부패 중화국이라는 말이 와 닿는다. 권력주변은 인간사회의 기본적인 윤리도 도덕적 의리도 없다. 서로가 물고 물리고 늘어지는 ‘음모’ ‘모함’이 무성할 뿐이다. ‘진승현 게이트에서 2천3백25억-3천4백28억원’ ‘정현준 게이트에서 2천2백39억원’ ‘이용호 게이트에서 9백30억-1천83억원’ 윤태식 게이트에서 1백74억원’ 등 대략 5천억원대의 뭉치돈이 진승현, 정현준, 이용호 게이트를 통해 만들어졌다. 이 어마어마한 돈이 얼마가 로비에 쓰였고 얼마가 재투자 됐는지 또 부정한 뒷돈으로 만들어진 것이 얼마이고 ‘몸통’이 있다면 누구인지도 명명백백 밝혀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레임덕(권력뉴스)으로 비틀거리고 있는 김대중정부를 계속 흔들어서 무슨일이 있겠느냐는 동정론도 들리고 있다. 그러나 ‘게이트’와 ‘몸통’은 그 진실과 실체를 덮으려해도 덮을 수 없다. 우리 정치 풍토쇄신을 위해서도 과거 노태우정권은 전두환정권을 청산하는데 김영삼정권은 노태우정권과 전두환 정권의 비자금을 추적하는데, 그리고 김영삼 정권의 비리를 캐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공력을 쏟았는가 말이다. 잘못된 일은 임기중에 해결하고 물러나는 결자해지(結者解之) 전통을 세워야 한다. 김대중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현정부가 깨끗한 정부로 남게 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정말 한점의 의혹없이 모든 것을 훌훌 턴다면 온겨레가 뜨거운 박수를 보낼 것이다. 그리고 우리 현대사에 수많은 공과를 남긴 ‘3김시대’도 이제 어쩔 수 없이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현정권은 그 3김시대의 어두운 그림자도 더불어 걷어가야 할 사명을 띠고 있다고 본다.

밝아오는 새해(壬午)에는 국가적으로나 국제적으로 크고 작은 굵직굵직한 행사가 즐비하다. 제16대 대통령선거가 12월 19일, 제13회 전국지방선거가 6월 13일(시·도지사 16명, 구청장·시장·군수 2백32명, 시·도의원 6백90명, 구·시·군의원 3천4백90명 계 4천4백28명)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8월 8일(인천서, 강화을, 하남, 대전, 종로 등 5개구로 추정) 월드컵경기가 5월 28일~6월 30일, 부산아시안게임 9월 30일로 1년 내내 선거판과 정치판이 벌어진다. 선거법 규정상 선거비용을 감안하지 않고 추정액을 살펴보면 대통령에 3명 입후보 1인당 비용 1천억원씩 3천억원, 국회의원 보선구 5구 3인후보 각인당 20억원, 3백억원, 시·도지사 16선거구 3인 입후보 각인당 50억원, 800억원, 구청장·시장·군수 232선거구 3인 입후보 696명 각인당 5억원 3천4백80억원, 시도의원 690선거구 3인입후보 각인 3억 6천210억원, 구·시·군 선거구 3천490억원 입후보 3인 각인당 1억원씩 1조4백70억원, 총계 2조4천2백60억원이라는 사상 초유의 선거잔치판이 될 것이다. 더욱이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이 겹쳐 흥청망청 나라꼴이 어찌될까 걱정이다.

기우만은 아니다. 1백50조의 공적자금가운데 75%가 회수불가능이다. 2003년부터 해마다 20조원이상을 상환해야 할 형편이다. 지금 세계경제는 4억인구가 세계 GDP의 34%를 생산하는 미국, 캐다나, 멕스코를 포함하는 NAFTA경제권, 5억8천만 인구가 세계 GDP의 30%를 생산하는 EU유럽, 15억 인구가 세계 GDP의 20%를 만드는 한국, 중국, 일본의 동아시아권 등 크게 세 클럽으로 나눌 수 있으며, 35억 가까운 인구가 사는 타지역은 세계 GDP의 16%를 나누어 갖는데 불과하다. 한국은 40여 년간의 각고 끝에 세계 12위 경제국으로 발돋움한 것이나 세계화 조류를 외면하다 나라 망신을 당하였다. 되풀이하면 끝장이다. 요즘 대선과 시·도지사후보로 나선 인물들 가운데 세계흐름과 역사인식의 교훈을 바로 익힌 이가 있는가 안보인다가 정론이다. 제왕적체제를 극복할 수 있는 인물이나 정치소비자인 우리 국민을 잘 살도록 보살피는 최고 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를 우리는 현명하게 판단하여 선택할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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